국산·일본산 구분은 참꼬막만 가능… 지난해 원산지 위반 53건 적발
  • ▲ 일본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 수산물 수입 반대 기자회견.ⓒ연합뉴스
    ▲ 일본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 수산물 수입 반대 기자회견.ⓒ연합뉴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사고 인근 지역 수산물에 대해 내려진 수입 규제 조치가 풀릴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일본산 수산식품에 대해서만 원산지표시 정보를 추가로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이런 예외적인 조처가 또 다른 분쟁을 일으킬 소지가 있다고 우려한다.

    전문가는 국민 안전의식이 높아진 만큼 수입 시장이 열려도 소비자가 외면하면 결국 수입되지 않을 거라는 견해다. 문제는 원산지표시가 정확히 이뤄진다고 장담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현재 국산과 일본산을 분명히 구분할 수 있는 품종은 참꼬박뿐이다.

    13일 해양수산부와 식약처 등에 따르면 일본 정부가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한 우리나라의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금지에 대한 2차 최종 판정이 다음 달 11일께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는 2011년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관련해 2013년 9월부터 후쿠시마 인근 8개 현(縣)의 수산물 수입을 금지했다. 일본은 2015년 5월 수산물 28종의 수입 금지는 WTO 협정을 위반한 것이라며 제소했고, 지난해 2월 1심은 일본 손을 들어줬다.

    외교가에선 2심 판정에서도 우리가 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한 전문가는 "2심에서도 지면 일정 기간 유예 기간을 두고 그 안에 수입을 재개해야만 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는 그동안 우리 국민의 소비 수준이 높아졌기 때문에 수입이 재개돼도 크게 우려할 수준은 아닐 거로 전망했다. "국민 안전 수준이 높아져 일본산 수산물에 대한 선호도가 떨어져 구매력이 낮아지면 수입업자가 장사가 되지 않아 수입하지 않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는 시장의 선택권이 작동하려면 엄격한 원산지표시가 지켜져야 한다고 전제했다.

    문제는 원산지표시에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 집계를 보면 일본산 수산물을 표시하지 않거나 거짓으로 표시했다가 적발된 건수는 2015년 87건, 2016년 109건, 2017년 59건, 지난해 53건 등이다. 2017년 이후 단속에 고삐를 죄면서 적발 건수가 줄긴 했지만, 일본산 수산물을 러시아나 캐나다산 등으로 속여 파는 사례가 근절되지 않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단속 인력도 부족하지만, 여기저기 옮겨 다니는 어류 특성상 원산지를 명확히 구분하기가 어렵다는 게 문제다.

    수산물품질관리원 설명으로는 현재 유전정보(DNA)를 분석해 국산과 일본산을 분명히 구분할 수 있는 수산물은 참꼬박 1개 품종뿐이다. 나머지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어 현장 단속에 적용하기가 어렵다. DNA 분석 결과를 100% 장담할 수 없어서다. 돌려 말하면 수입·유통업자가 일본산 수산물을 국산 등으로 둔갑시켜 팔아도 소비자는 속수무책일 수 있다는 것이다.

    식약처는 현행 식품위생법상 '일본'처럼 수입 국가명만 적게 돼 있는 원산지 한글표시사항을 보완하겠다는 태도다. 다음 달부터 '식품안전나라' 누리집에서 일본산 수입식품을 검색하면 현지 생산·가공 공장의 주소를 현 이름까지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후쿠시마 지역 수산물을 다른 지역의 공장으로 가져가 가공식품을 만드는 경우 정보 공개의 의미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특히 식약처가 식품안전나라에서 일본산에 대해서만 추가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일본과의 분쟁에서 또 다른 문제가 될 소지가 다분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식약처는 "(식품안전나라 추가 정보 제공이) 또 다른 문제를 낳을 소지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국민 알권리 차원에서 (추가 정보 공개가) 편익이 더 크다고 본다"며 "WTO 최종 판정과는 무관하게 시험단계를 거쳐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