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14일 SK케미칼 임직원 4명에 대한 영장실질검사'가습기 메이트' 원료물질 CMIT·MIT 유해성 관련 자료 은폐 혐의
  • ▲ 증거인멸 혐의를 받는 가습기 살균제 제조업체 SK케미칼(현 SK디스커버리) 임직원들이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 증거인멸 혐의를 받는 가습기 살균제 제조업체 SK케미칼(현 SK디스커버리) 임직원들이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재수사하는 검찰의 칼날이 애경산업에서 SK케미칼(현 SK디스커버리)로 확대되고 있다. 애경산업에 이어 SK케미칼 임직원들이 구속 기로에 선 것이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이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재수사하면서 납품업체 필러산업과 판매사 애경산업에 이어 제조사인 SK케미칼의 윗선까지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송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10시 30분 SK케미칼 박철 부사장(53), 이모 전무(57), 양모 전무(49) 등 임원 3명과 정모 팀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열었다. 이들의 구속 여부는 이르면 이날 저녁에 결정될 전망이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권순정 부장검사)은 가습기 살균제의 원료 물질 유해성 관련 자료를 은폐한 혐의(증거인멸)로 SK케미칼 임직원 4명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 검찰 수사망 피했던 애경산업·SK케미칼… 재수사 돌입하기까지

    애경산업과 SK케미칼은 옥시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피해자를 낸 가습기 메이트의 제조·판매 업체이나, 최근까지 검찰의 수사망을 피해갔었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 피해자들은 2016년 3월과 8월에 애경산업, SK케미칼, 이마트 등의 전·현직 임원들을 검찰에 고발했으나 증거불충분으로 기소 중지됐다. CMIT(클로로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MIT(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 제품의 인체 유해성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같은해 6월 검찰은 PHMG(폴리헥사메틸렌구아디닌) 원료의 가습기 살균제를 판매한 옥시레킷벤키저(옥시) 등을 업무상과실치사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대법원은 지난 1월 25일 신현우 옥시 전 대표이사와 김모 전 연구소장에게 각 징역 6년, 조한석 옥시 연구소장에게 징역 5년 등을 선고했다. 옥시가 기소된 지 1년 8개월 만의 일이다.

    '옥시싹싹 뉴가습기 당번' 등을 써서 천식 등의 질환으로 고통받고 있는 피해자 6인은 지난 7일 옥시를 상대로 2억 4000만원 규모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옥시 사태가 일단락되자, 피해자들은 다시 애경산업과 SK케미칼을 조준하고 있다.

    SK케미칼은 가습기 살균제의 원료물질을 1994년 개발해 공급해왔다. 애경산업은 '가습기 메이트'를 1997년 출시해 2011년까지 판매해왔다. 지난달 28일 기준으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는 6309명으로, 이 중 사망자는 1386명에 이른다.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이하 가습기넷)는 지난해 11월 27일 SK케미칼과 애경산업의 전·현직 임직원들 14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환경부가 같은달 검찰에 제출한 CMIT·MIT의 유해성을 입증하는 연구자료도 힘을 실었다.

    이에 올초 검찰은 재수사에 착수했다. 특히 검찰은 지난 1월 15일 SK케미칼과 애경산업, 이마트 본사와 공장 등을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 속도를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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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검찰 수사망, 납품업체 필러물산→판매업체 애경산업→제조업체 SK케미칼

    검찰은 지난달 13일 필러물산의 김모 전 대표를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필러물산은 SK케미칼로부터 CMIT·MIT 원료를 받아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가습기 메이트'를 만든 뒤 애경산업에 납품한 업체다.

    필러물산 전 대표에게 구속영장이 발부된 것은 CMIT·MIT 유해성을 법원이 어느 정도 인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검찰은 같은달 27일 가습기살균제를 제조·판매한 애경산업의 전 대표와 임원을 증거인멸 혐의로 구속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애경산업의 내부자료를 받아 보관한 혐의로 지난달 19일 김앤장 법률사무소를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애경산업 측 관계자를 구속함에 따라 조만간 검찰이 과실에 대한 공동정범으로 보고 있는 SK케미칼에 대한 수사도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검찰은 SK케미칼이 1994년 첫 제품을 생산할 당시 원료가 인체에 유해하다는 실험 결과를 은폐한 정황을 포착했다. 검찰은 이같은 정황을 토대로 SK케미칼 임직원 4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들이 구속될 경우 SK케미칼이 가습기 살균제의 유해성에 대해 은폐한 사실이 어느 정도 소명되는 만큼, 검찰 수사도 더욱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된다.

    가습기넷 관계자는 "(SK케미칼 임직원들 구속영장 청구가) 늦어도 너무 늦었지만 환영한다"며 "SK케미칼 임직원들의 혐의가 다름 아닌 '조직적인 증거인멸'이라는 점에서 구속 사유는 충분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모든 가습기 살균제의 원료를 만들어 유통시킨 SK케미칼은 이전까지 형사·행정 처벌은 물론, 수사조차 빗겨 갔다"며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 ◆ '가습기 살균제' 사건일지

    <2011년>
    ▲ 8월31일 보건복지부 "산모 연쇄사망, 가습기살균제 때문" 발표
    ▲ 11월4일 보건복지부, 가습기살균제 사용·판매 전면 금지
    ▲ 11월11일 보건복지부, 유해성 확인된 6종 가습기살균제 수거 명령

    <2012년>
    ▲ 1월17일 피해자 4명, 업체·국가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
    ▲ 8월30일 피해자 8명, 옥시 등 17개 기업 대표자 과실치사혐의로 고발
    ▲ 9월3일 피해자·가족 79명, 국가·업체 상대 4억 7350여만원 손해배상 청구 소송
    ▲ 9월12일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 가습기살균제 제조업체 수사 착수
    ▲ 11월11일 질병관리본부, 가습기 살균제 따른 폐손상 의심사례 조사 착수

    <2013년>
    ▲ 3월17일 검찰, 질병관리본부 역학조사 결과 나올때까지 시한부 기소중지
    ▲ 4월21일 시민단체, 가습기살균제 피해 사망자 4명 추가 확인
    ▲ 4월24일 보건복지부, 총리실에 대책 마련 협조 요청
    ▲ 5월6일 질병관리본부, 가습기살균제 피해조사 재개

    <2014년>
    ▲ 8월17일 옥시, 공정위 상대 시정명령·과징금부과 취소소송 패소
    ▲ 8월26일 피해자·가족 128명, 가습기살균제 제조업체 15곳 살인혐의로 고소

    <2015년>
    ▲ 1월29일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 국가 상대 손배소송 패소
    ▲ 2월4일 대법원 "가습기 살균제 과장 광고에 시정명령은 적법"
    ▲ 9월1일 시민단체, '옥시싹싹 가습기당번' 제품 제조·판매사의 영국 본사 상대 국제소송 제기 결정
    ▲ 9월18일 서울강남경찰서, 살균제 제조·유통업체 15곳 중 8곳 대표 과실치사 혐의로 검찰 송치
    ▲ 10월16일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 가습기살균제 제조·유통업체 압수수색
    ▲ 11월26일 시민단체·피해자, '혐의없음' 처분 받은 업체 다시 검찰 고발

    <2016년>
    ▲ 1월26일 서울중앙지검, '가습기살균제 피해사건 특별수사팀' 구성
    ▲ 2월15일 검찰, '가습기살균제' 제조·판매업체 추가 압수수색
    ▲ 2월29일 시민단체·피해자, 가습기 살균제 제조·판매업체 롯데마트 전·현직 임원 추가 고발
    ▲ 3월9일 시민단체·피해자, 가습기살균제 원료 제조업체 SK케미칼 검찰 고발
    ▲ 3월14일 시민단체·피해자, 신세계그룹 이마트 전·현직 임원 살인죄 추가 고발
    ▲ 5월14일 '가습기살균제' 책임자 신현우 옥시 前대표 구속
    ▲ 6월11일 '옥시 가습기 살균제 실험 조작' 호서대 교수, 롯데·홈플 관계자 구속
    ▲ 11월29일 검찰, '가습기 살균제' 신현우·존 리 징역 각 20·10년 구형
    ▲ 11월30일 검찰, '가습기 살균제' 노병용 전 롯데마트 대표 금고 5년 구형

    <2017년>
    ▲ 1월6일 법원 첫 선고, 신현우 전 옥시 대표·오모 전 세퓨 대표 각각 징역 7년,
    노병용 전 롯데마트 대표 금고 4년, 김원회 전 홈플러스 그로서리매입본부장 징역 5년, 존 리 전 옥시 대표 무죄, 가습기살균제 제조사 옥시·세퓨·홈플러스 각각 벌금 1억 5000만원
    ▲ 7월26일 법원 2심 선고, 신현우 전 옥시 대표 징역 6년, 존 리 전 옥시 대표 무죄, 김모 옥시 연구소장 징역 6년, 조모 현직 소장 징역 5년, 최모 연구소 선임연구원 징역 4년

    <2018년>
    ▲ 1월25일 대법원, 신현우 전 옥시 대표 징역 6년 실형 확정, 존 리 전 옥시 대표 무죄
    ▲ 2월 공정위, SK케미칼과 애경산업을 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고발
    ▲ 3월 29일 서울중앙지검, SK케미칼과 애경산업을 표시광고법 위반 혐의 '공소권 없음' 판단
    ▲11월27일 가습기넷, 최창원·김철 SK디스커버리 대표와 안용찬 애경산업 전 대표 등 14명을 검찰에 고발
    ▲11월 환경부, CMIT·MIT 유해성을 입증하는 연구자료를 제출

    <2019년>
    ▲ 1월4일 검찰, SK케미칼·애경산업·이마트 상대로 수사 재개
    ▲ 1월15일 검찰, SK케미칼·애경산업·이마트 압수수색.
    ▲ 2월13일 검찰, 김모 필러물산 전 대표를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구속 기소
    ▲ 2월19일 검찰, 애경산업 내부자료를 받아 보관한 혐의로 김앤장 법률사무소 압수수색
    ▲ 2월27일 검찰, 애경산업의 고광현 전 대표와 양모 전 전무를 각각 증거인멸 교사와 증거인멸 혐의로 구속
    ▲ 3월14일 SK케미칼의 이모 전무, 박모 전무, 양모 전무 등 4명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