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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한국투자증권의 발행어음 대출 제재와 직원의 특별사법경찰(특사경) 추천권과 관련해 금융위와 협의하겠다는 뜻을 밝히며 신중한 태도로 입장을 바꿨다.

    금융감독원은 그동안 한투 발행어음과 특사경 문제와 관련해 금융위원회와의 갈등 수위가 높아지는 상황으로, 이를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14일 윤석헌 금감원장은 '2019년도 주요 업무계획'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한국투자증권이 발행어음 사업의 첫번째 주자로 시장 파급력이 큰 만큼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문제를 두고 금융위원회와 갈등을 보이고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본다"며 "갈등을 최소화하는 선에서 보다 나은 해법을 찾는 노력을 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금융감독원은 종합검사에서 한국투자증권이 최태원 SK그룹 회장 개인 대출에 사용한 것으로 본 반면 금융위원회는 문제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발행어음을 부당하게 대출했다고 판단해 중징계 방침을 통보했지만 금융위 법령해석심의위원회는 이번 논란이 자본시장법 위반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미 지난해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판단을 두고 금감원과 금융위가 마찰을 빚은 바 있고, 한투 발행어음 문제 역시 양 기관이 입장차이를 보이며 일각에서는 '제 2의 삼바 사태'가 일어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윤 원장은 "시간이 소요되겠지만 제재심의위원회는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발행어음 사업자에 대한 첫 제재 사례이기 때문에 신중하고 현명하게 결정해야 시장에 올바른 시그널을 줄 수 있다는 측면이 있다"며 "업계의 다양한 의견을 반영해 합리적이고 좋은 해법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사경 추천권에 대해서도 금융위와 합리적 방안을 찾겠다고 말하며 갈등 요소를 진화했다.

    윤 원장은 "금융위가 추천 권한을 넘기지 않겠다고 하지는 않은 것 같다"며 "다만 조사와 수사의 분리를 위해 차이니스월을 잘 설계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관세청, 산림청 등도 특사경을 운영하고 있고 금감원이 특사경을 임명할 수 있는거는 국회에서 결정해야 될 문제"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이와 별도로 현장조사권과 불공정거래 관련 자료 압류를 위한 영치권 확보를 위해 금융위에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도 건의해놓은 상태다.

    한편 금감원은 올해 특사경 지명 추진 계획을 업무계획에 정식으로 담았다.

    금감원 직원이 특사경으로 지명되면 검사 지휘 하에 통신사실 조회, 압수수색, 출국금지, 신문 등의 강제 수사권을 행사할 수 있어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한 더욱 강력하고 신속한 조사가 가능해진다는 것이 금감원 측의 설명이다.

    특사경 추천권은 금융위원회, 지명권은 관할 지방검찰청 검사장(서울남부지검장)에게 있다.

    이와 관련해 금융위원회는 일반 공무원보다 더 많은 권한을 가진 수사 조직이 생긴다는 점에서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윤석헌 원장이 '차이니즈월(정보교류 차단장치)'을 언급한 것도 금감원이 특사경 조직을 운영할 경우 특사경으로서 수사를 맡을 조직과 기존 조사 조직을 분리해야 한다는 의견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