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전문가 "비정치적 국제기구 활동… 막판 참석 기대"
  • ▲ 2015년 OSJD 개회식.ⓒ코레일
    ▲ 2015년 OSJD 개회식.ⓒ코레일
    우리나라의 정회원 가입 후 처음으로 안방에서 열리는 국제철도협력기구(OSJD) 사장단회의가 북한의 불참 가능성에 맥이 빠지고 있다.

    북한의 막판 참석 가능성에 대해선 철도 전문가 사이에 의견이 갈린다. 북한이 국제기구라는 틀 안에서 대외활동의 돌파구를 마련하는 한편 미국에 남북 간 협력을 과시하고자 회의에 참석할 수 있다는 견해가 있다. 반면 미북 간 대화 경색이 장기화하며 샅바싸움을 벌이는 양상을 띠면 북한이 유화적인 자세를 보이기 쉽지 않을 거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국토교통부는 다음 달 8~12일 닷새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제34차 OSJD 사장단회의가 열린다고 19일 밝혔다. 러시아와 중국, 몽골, 폴란드, 카자흐스탄 등 동유럽과 중앙아시아 27개국에서 정부와 철도운영기관 관계자, 철도 전문가 등 300여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OSJD는 1956년 6월 유럽과 아시아 간 국제철도 운행을 위해 창설한 국제기구다. 시베리아 횡단철도(TSR)와 중국 횡단철도(TCR) 등 유라시아 횡단철도의 운영과 관련한 국제철도운송협정을 관장하고 국제운송표준 원칙을 정한다. 매년 4월과 6월 각각 사장단회의와 장관회의를 열어 주요 안건을 의결한다.

    올해 회의는 지난해 6월 우리나라가 정회원으로 가입하고 처음으로 주관하는 행사여서 의미가 남다르다. 서울 회의는 2015년 25개국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한 차례 열린 적 있다.

    이번 회의는 화물·여객·시설차량 등 5개 분과위원회의 지난해 활동성과를 공유하고 OSJD 업무 계획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국경통관절차 개선 등 대륙철도 노선 운영에 관한 협력 방안도 모색한다. 국내 기업의 유라시아 철도·물류시장 진출을 위한 홍보부스가 설치되고 한국문화 체험 이벤트도 마련된다.

    특히 '평화로, 번영으로'라는 구호로 열리는 올해 행사는 대륙철도 발전과 협력을 위해 남북·대륙철도 연결에 대한 물밑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제기돼 일찌감치 시선을 끌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찬성으로 돌아선 북한의 태도 변화 덕분에 만장일치제로 운영되는 OSJD에 힘겹게 가입했다. 이후 올해 2월부터 북한과 같은 화물분과위에 옵서버(참관인) 신분으로 참여하는 등 남북 경제협력을 대비한 남북·대륙철도 연결에 공을 들여왔다.
  • ▲ 남북 철도 연결.ⓒ연합뉴스
    ▲ 남북 철도 연결.ⓒ연합뉴스
    그러나 북한은 아직 회의 참석 여부를 회신하지 않은 상태다. 지난달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미북 정상회담이 결렬되며 대화 분위기가 급격히 냉각기로 접어든 여파로 분석된다. 북한이 회의가 임박해서야 참석 의사를 밝힐 수도 있다. 다만 미북 간 대화 경색이 장기화하면 북한이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하기 쉽지 않을 거라는 의견도 제기된다.

    일각에선 거꾸로 북한이 OSJD 참석을 대외활동의 돌파구로 삼을 수도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안병민 한국교통연구원 북한 유라시아 인프라연구소장은 "현재 미북 관계가 매끄럽지 않지만, 국제기구를 통해 움직이는 게 북한한테도 돌파구를 마련하는 좋은 카드가 될 수 있다"며 "지난해 북한의 찬성으로 정회원에 가입했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철도에 관심이 많은 데다 남북 철도공동조사도 추진하는 만큼 국제기구라는 틀에서 움직이는 데 별문제는 없을 거로 본다"고 전망했다. 이어 "OSJD에서 남북이 같이 모인다면 다른 나라에도 위원회의 협력과 관련해 긍정적인 신호를 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다른 철도전문가도 "전망하기 어렵지만, 참석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정치적 회의가 아니고,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우리 측의 협력 의지나 철도공동체에 대한 다른 회원국의 반응을 살필 수 있다는 점에서 참석 가능성이 있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