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페이퍼·태림포장 인수 추진… 자문 주관사로 삼성증권 선정인수금액 1조원 이상… 한솔 “높은 가격에 인수하지는 않겠다”
  • ▲ 서울 중구 한솔제지 본사. ⓒ한솔
    ▲ 서울 중구 한솔제지 본사. ⓒ한솔
    한솔그룹이 ‘제지명가’의 명성을 되찾기 위한 움직임에 나섰다. 주력 계열사인 한솔제지를 통해 매물로 나온 신문용지업체 전주페이퍼와 국내 1위 골판지 회사 태림포장 인수를 추진하는 것.

    20일 업계에 따르면 한솔제지는 최근 전주페이퍼와 태림포장을 인수하기 위해 삼성증권을 자문 주관사로 선정했다.

    두 회사의 인수가격은 최대 1조원이 될 전망이다. 한솔은 우선 그룹의 모태기업인 전주페이퍼 인수부터 추진해 ‘제지명가’의 위상을 되찾을 방침이다.

    고(故) 이병철 삼성 명예회장은 1965년 신문용지업체인 새한제지공업을 인수한 후 공장이 위치한 지역의 이름을 따 전주제지로 사명을 바꿨다. 이후 전주제지는 삼성그룹 계열사 중 처음으로 1972년 주식시장에 상장되기도 했다.

    전주제지는 이병철 명예회장의 장녀이자 한솔그룹의 창업주인 고(故) 이인희 한솔 고문이 경영했다. 이 고문은 1983년 전주제지 경영에 참여해 삼성그룹에서 전주제지를 독립시켰다. 이때 사명을 한솔제지로 바꿔 그룹의 모태기업이 됐다.

    그러나 1998년 외환위기로 한솔그룹은 한솔제지에서 신문용지사업부를 분리해 매각하는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팬아시아페이퍼에 매각된 이 사업부는 2008년 모건스탠리PE에 8100억원에 매각됐고, 사명이 전주페이퍼로 변경됐다. 한솔이 모건스탠리로부터 전주페이퍼를 인수하면 20년 만에 모태기업을 되찾는 셈이다.

    아울러 한솔은 태림포장 인수도 추진 중이다. 온라인 상거래 증가로 택배업계의 골판지 수요가 꾸준히 늘면서 국내 골판지 시장에서 24% 점유율로 1위인 태림포장을 사려는 것이다. 태림포장의 매출액은 지난 2015년 3503억원에서 2017년 1조1000억원으로 늘었다.

    관건은 인수금액이다. 두 기업인수에 투입될 1조원을 한솔그룹이 조달할 수 있을지가 문제다. 인수주체인 한솔제지의 지난해 말 유동자산은 5130억원이다. 재고자산을 제외하고 당장 현금화가 가능한 현금 및 매출채권은 2400억원이다.

    한솔제지의 최대주주인 한솔홀딩스의 유동자산은 2535억원, 현금 및 매출채권은 1800억원이다. 단,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위해 이들 자산을 모두 현금화하기는 어렵다. 이로 인해 한솔은 피인수 기업의 지분이나 자산을 담보로 하는 인수금융을 진행할 것으로 관측된다. 

    장윤수 KB증권 연구원은 “전주제지와 태림포장 인수에 1조원 이상이 투입된다면 한솔제지의 재무구조가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한솔은 높은 가격에 인수하지 않을 것이란 입장이다. 아울러 아직 인수계획이 확정되지 않아 자금조달 방식 등에 관해 답하는 것을 경계했다.

    한솔제지는 “아직 인수자금 조달방식을 결정할 단계가 아니다”며 “사업확장을 위해 전주페이퍼와 태림포장 인수를 고민하고 있지만 아직 확정된 바는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인수확정 등 구체적인 사안이 조만간 결정될 것”이라며 “그때 자세한 내용을 알리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