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크 푸드 광고, 전통매체와 달리 디지털 매체는 규제 사각지대WHO, "모바일 광고 단속 요구 및 비만 인식 높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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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보건기구(WHO)가 전통 매체인 TV 외에도 디지털 매체를 통한 정크 푸드 광고를 규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20일 외신에 따르면 WHO는 디지털 광고를 통해 어린이들이 예전보다 더 많은 정크 푸드 광고에 노출되고 있다며 비만에 대한 인식 향상과 디지털 마케팅에 대한 감독과 제한을 촉구하는 보고서를 최근 발표했다.
영국에서 진행한 2017년 연구에 따르면 2013년과 2016년 사이에 어린이의 온라인 비율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이 연구는 12세부터 15세 청소년이 일주일에 평균 21시간 동안 온라인에 접속하고 있으며 젊은 연령층에서 모바일 인터넷 사용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WHO는 패스트푸드 업체 광고주들이 TV와 라디오 같은 전통적인 미디어에 대해 엄격한 규제를 받게 되면서 소셜 미디어와 모바일 광고처럼 감시나 추적하기 어려운 광고로 이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패스트푸드 업체 광고주가 소셜 미디어 인플루언서나 유튜브 스타를 활용해 제품을 홍보하는 등 디지털 광고로 접근하고 있다고 것이다.이에 WHO는 규제 당국이 현재의 규제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조앙 브레다(João Breda) WHO 프로그램 관리자는 "우리는 매우 중요한 문제에 대해 구닥다리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며 "정크 푸드 광고주가 집행하는 디지털 광고와 마케팅은 현재의 규제를 무용지물로 만든다"고 말했다.
글로벌 광고업계는 모바일 중심의 디지털 시장으로 재편되고 있다. 미국에서 전통적인 광고 지출의 비율은 지난해 51.4%에서 올해 45.8%로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어린이들의 정크 푸드 TV 광고 노출은 역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아이들의 주 시청 경로가 TV에서 모바일 스크린의 소셜 미디어 등으로 전환됐기 때문이다.
이는 부모들은 자신의 아이들이 언제 어떻게 특정 유형의 광고에 노출되는지 알 가능성이 훨씬 적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영국은 어린이 비만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전통적인 매체 규제에 이어 디지털 매체를 규제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후 9시 이전에 구글과 페이스북 등 온라인상에서 정크 푸드 광고를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할 예정이다.
세부적인 방침은 아직 정해지지는 않았으나 어린이 시청자가 4분의 1 이상일 경우 정크 푸드 광고를 금지하거나 온라인 검색, 소셜 미디어, 애플리케이션, 비디오 스트리밍 사이트 등에 오후 9시 이전 광고금지 제한을 적용하는 방안 등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러미 라이트 영국 문화부 장관은 "어린이들이 온라인을 사용하는 시간이 늘어남에 따라 정부가 취할 수 있는 모든 옵션을 살펴보고, 국가 전체의 건강을 개선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내에서는 어린이 식생활안전관리 특별법을 통해 어린이들이 TV를 많이 보는 오후 5~7시 사이에 탄산음료, 햄버거 등 비만 유발 식품의 TV 광고가 제한되고 있다.
패스트푸드 업체에서 식품이 아닌 장난감이나 그 밖에 어린이의 구매를 부추길 수 있는 물건을 무료로 제공한다는 내용이 담긴 광고를 라디오 및 인터넷을 이용해 방송하는 것은 금지돼 있다.반면, 일반 패스트푸드 광고를 모바일과 온라인에 송출하는 것에 대한 규제는 전무한 실정이다. 롯데리아와 맥도날드, 버거킹, KFC 등 국내 패스트푸드 업체들도 온라인 광고와 관련해서는 정부로부터 어떠한 권고도 받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식생활영양안전정책과 관계자는 "패스트푸드와 관련한 모바일 등 디지털 광고를 제한하는 것은 아직 논의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국내 온라인 광고 시장 규모가 급속도로 커지고 있지만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만큼 법적 장치 마련이 시급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디지털 광고 시장은 지난해 처음으로 4조원을 돌파하며 방송 광고를 넘어섰다. 올해는 디지털 광고 시장 규모가 4조4100억원(+6.8% YoY)으로 방송 광고(4조1500억원)와의 격차를 더욱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