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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가 ‘부실 상조’ 퇴출을 위해 진행한 상조업 자본금 증액 절차의 허점이 드러났다. 각 업체가 소속 지방자치단체에 서류를 제출하면 이를 검토하는 선에서만 이뤄져, 검증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정위는 지난 1월 말 상조업체 자본금을 3억원에서 15억원으로 상향하는 개정 할부거래법을 시행했다. 각 업체의 서비스 이행 능력을 검증해 ‘선납금 먹튀’를 막는 것이 취지였으며, 21일 현재 140곳 중 80여 곳이 증자를 마쳤다.
당초 취지와 달리 검증 절차는 턱없이 부족했다. 각 업체는 개정법에 시행에 맞춰 각 지자체에 사업 재등록을 진행해야 했다. 관련 절차는 업체 측의 제출 서류를 지자체가 검토하는 선에서 이뤄졌다. 실제 이행 여부를 살피는 과정은 없었다.
공정위 할부거래과 관계자는 “개정법 관련 상조업체 재등록은 각 지자체에서 담당하고 있다”면서 “관련 절차는 업체 측 서류를 검토하는 선에서 이뤄지며, 실사를 진행하진 않지만 허위 제출 적발 시 직권말소 처분을 내린다”고 말했다.
업계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관련 검증이 부실해, 개정법이 부실 업체를 제대로 가려내지 못했다는 지적에서다. 특히 이달 초엔 가입자 5만명 규모의 중견업체가 서류상으로만 자본금을 증액했다 폐업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자본금 증액 관련 절차는 사업자가 기관에 진행 상황을 보고하는 형식으로만 이뤄져, 각 업체의 재무건전성을 속속들이 살펴보기엔 한계가 컸다”면서 “이달 초 서류상으로만 조건을 맞췄다 폐업한 업체도 있어, 부실 상조 퇴출이라는 개정법 취지가 무색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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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가 법 개정에 맞춰 내놓은 ‘내상조 그대로(이하 내상조)’의 한계점에 대한 우려도 있다. 내상조는 폐업 업체로부터 납입금의 50%를 보상받으면, 이를 공정위 등록 업체에 예치해 유사 서비스를 제공받는 정책이다. 보상 비율 50%는 관련법에서 정하고 있으며, 해당 비용은 업체가 폐업에 대비해 은행과 공제조합에 미리 맡겨둔 예치금으로 충당한다.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발표한 ‘상조업체 소비자피해 보상 현황’에 따르면 2015년 이후 폐업한 상조업체는 57곳이다. 이들 업체에 고객이 납부한 선수금은 3743억원 규모였다. 폐업 후 절반에 해당하는 1872억 원이 고객들에게 지불돼야 했지만, 지급 보상금은 1400억원에 그쳤다. 보상 소비자 비율도 40%에 불과했다.
내상조는 피해 소비자가 기존 업체로부터 납입금 절반을 보상받는 것을 전제로 한다. 만일 업체에서 보상을 받지 못하면 서비스 가입비를 소비자가 부담해야한다. 예치금이 부족한 부실 업체에 가입한 소비자의 경우, 완벽한 구제는 사실상 어렵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관련법에선 폐업에 대비해 고객 납입금의 50%를 은행이나 공제조합 등에 예치하도록 하지만, 감시 제도가 없어 일부 업체에선 지켜지지 않는다”면서 “이 같은 경우 폐업 후에도 보상금 수령이 어려워, 공정위 구제 서비스를 가입하더라도 소비자 부담이 재차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