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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서울 강남권 고가 아파트들도 잇달아 경매에 부쳐지고 있다. 여기에 최근 집값 하락이 지속되자 고가 낙찰됐던 아파트들도 주인을 찾지 못해 유찰되기 십상이다.
26일 법원경매 정보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재건축을 추진 중인 서울 강남구 역삼동 '개나리4차'(171.5㎡) 아파트가 이날 두번째 경매에 부쳐진다. 지난달 감정가 18억8000만원에 경매 시장에 나왔으나 유찰된 후 최저 입찰가가 15억400만원까지 떨어졌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경매 나온 강남권 아파트가 수십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고가에 낙찰된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실제 지난해 9월까지 서울 아파트가 경매 유찰된 것은 12건에 불과했지만 올 들어서는 1월 52건, 2월 46건 등으로 크게 증가했다.
서초구 서초동 '삼성서초가든스위트'(244.8㎡)와 서초동 '현대빌라트'(164.8㎡)도 이날 재입찰된다. 감정가 32억9000만원, 17억9900만원에서 한 차례 유찰돼 80% 수준인 26억3200만원, 14억3920만원에 경매에 부쳐진다.
다음달에도 압구정, 잠실 등 고가의 강남 아파트들이 줄줄이 재입찰될 예정이다. 강남구 압구정동 '한양아파트'(78.1㎡)는 1회 유찰돼 14억7200만원(감정가 18억4000만원)에, 송파구 잠실동 '트리지움'도 유찰돼 11억7600만원(감정가 14억7000만원)에 각각 경매가 진행된다.
경매시장 찬바람은 지난해부터 이어진 대출규제 영향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지난해 '9·13부동산대책' 이후 유주택자 신규 대출이 사실상 차단되면서 경매 투자자들의 돈줄이 막혀서다. 여기에 올 들어 크게 오른 공시가격으로 인해 보유세 부담이 커지면서 투자 심리가 크게 위축됐다는 것이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법원 경매 낙찰가율은 지난해 5월 75.3%를 기록하고 나서 지난달 69.6%까지 떨어졌다. 서울 아파트 경매 낙찰가율 역시 2013년 10월(82.47%)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인 82.4%에 머무르고 있다.
지지옥션 관계자는 "현재 시세보다 싼 가격에 나온 아파트에만 응찰자가 쏠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일반 매매 시장이 하락 조정을 받고 있어 수차례 유찰되지 않고선 투자자들도 입찰에 관심이 없다"고 설명했다.
경매시장뿐 아니라 주택 매매시장도 거래량이 급감하긴 마찬가지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17일까지 3월 서울 주택 매매거래량은 862건에 그쳤다. 하루 평균 50.7건이 거래된 셈으로, 역대 거래량 중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던 지나날 하루 평균 56.7건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경매업계 한 전문가는 "4월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최종 발표되면 한동안 경매시장에 찬바람이 불 것"이라면서 "가격 추가 하락 등의 불안감으로 당분간 경매 유찰은 더 늘어날 수 있어 오히려 저가에 아파트를 매입할 기회가 올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