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브·지방공항 간 총량제 도입… 노선 자유롭게 설정소비자 선택 폭 넓어지고 항공료 인하 효과 기대
  • ▲ 여객기.ⓒ연합뉴스
    ▲ 여객기.ⓒ연합뉴스
    다음 달 말이나 늦어도 5월 초쯤 늘어난 한중 간 항공 운수권이 배분될 예정이다. 대형항공사(FSC)만 운항하는 인천~북경·상해 알짜노선에 저비용항공사(LCC)가 신규 진입할지가 최대 관심사다.

    신규 LCC 면허 발급으로 파이가 줄어들 것을 우려하는 항공업계는 먹거리 창출을 위해 운수권 확보에 사활을 걸 것으로 보인다. 플라이강원·에어로케이·에어프레미아 등 신규 LCC는 이번 운수권 배분에 참여하지 못한다.

    ◇5년 만에 주 60회 늘어

    27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오는 4월 말에서 5월 초쯤 항공교통심의위원회를 열어 추가 확보한 한중 간 국제여객 운수권을 수시 배분할 계획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중국에서 배분을 시작하려는 것으로 안다"며 "시장에서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우리도 배분에 나서려 한다"고 설명했다.

    한중 양국은 지난 13~15일 사흘간 중국 남경에서 항공회담을 열고 국제 운수권을 주 70회 늘리기로 합의했다. 여객 운수권은 현재 주 548회에서 608회로 60회, 화물 운수권은 주 44회에서 54회로 10회 각각 늘었다.

    이번 운수권 확대는 공식적으로는 2014년 주 70회가 늘어난 이후 5년 만이다. 2015년에는 비공식 국장급 회담을 통해 6개 노선에서 주 18회가 늘어난 바 있다.
    2016년 이후로는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보복 등의 여파로 비공식 회담조차 열리지 못했다.

    이번 배분은 수년 만에 운수권이 큰 폭으로 확대되고 LCC를 중심으로 국적항공사의 항공기 도입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이뤄져 업계 관심이 크다. 단거리 노선을 위주로 하는 LCC는 신규 면허 발급으로 사실상 시장 진입의 빗장이 풀린 셈이어서 명운을 걸고 운수권 확보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LCC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 노선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보니 어느 회사든 이번 운수권 배분에 관심이 많을 것"이라며 "항공기를 계속 도입할 계획이어서 파이가 큰 중국의 신규 노선 확보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국토부 설명으로는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 중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 비중은 전체의 40%, 일본 관광객은 15%쯤이다. 항공기 운항은 지난해 운수권 기준으로 일본 53개 노선 주 1145회, 중국 70개 노선 주 548회였다. 국토부 관계자는 "비인기노선이어서 운수권이 있어도 활용하지 않는 경우를 고려하면 지난해 실제 중국노선 운항실적은 주 440회쯤"이라며 "관광객 규모를 생각하면 중국노선 운항이 일본의 38% 수준에 그치는 셈"이라고 부연했다.
  • ▲ 공항 국제선.ⓒ연합뉴스
    ▲ 공항 국제선.ⓒ연합뉴스
    ◇총량제 도입… 중국노선 '판' 깨졌다

    이번에 한중 양국은 운수권을 유형별로 나눠 관리하는 총량제를 도입했다. 기존에는 70개 노선별로 운수권을 설정했다면 앞으로는 △한국 허브공항~중국 허브공항(인천~북경·상해) 주 129회 △한국 지방공항~중국 허브공항 주 103회 △한국 허브공항~중국 지방공항 주 289회 △한국 지방공항~중국 지방공항 주 87회 등 4개 유형으로 나눠 관리한다. 항공사가 양국의 지방공항을 운수권 범위 안에서 자유롭게 운항할 수 있다. 해당 지방공항은 한국은 대구·양양·청주·무안·김해·제주 등 6개, 중국은 옌지·광저우·선전·선양·장자제 등 41개다.

    운수권 확대로 기존에 1개 항공사만 취항했던 주 9회 이하 운항노선 56개는 최대 주 14회까지 늘어나게 됐다. 사실상 독점노선이 없어지게 된 셈이다.

    운수권 총량제로 기존 중국 노선 운항의 판이 깨지면서 항공사별로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가령 독점노선이었던 아시아나항공의 인천~하얼빈, 에어부산의 부산~장자제(張家界) 노선은 경쟁 구도로 바뀔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비행기로 장자제를 가려면 부산까지 가야만 했지만, 앞으로는 양양·청주·인천~장자제 노선 등이 생길 수 있다. 승객으로선 다양한 항공 스케줄이 만들어져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노선 간 경쟁에 따른 항공료 인하 효과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운수권이 부족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만 운항하던 인천~북경·상해 알짜노선에 LCC가 진입할 길이 열렸다. 이들 핵심노선은 원래 최대 4개 항공사까지 취항할 수 있지만, 운수권이 충분치 않아 FSC만 운항했었다. 이번에 인천~북경은 주 14회, 인천~상해는 주 7회가 늘어 총 운항횟수가 각각 주 45회와 주 56회로 확대됐다. 운수권 배분 때 항공사 신규 진입이 결정된다면 최소 1개 LCC 이상이 새로 투입될 전망이다. 가령 인천~북경 노선에 신규 항공사 진입을 허용하면 최대 4개 항공사가 취항할 수 있으므로 기존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외 LCC 2개가 운수권을 신청할 수 있다. 신규 진입 항공사에 최대 주 7회까지 우선 배분하므로 LCC 1개당 주 7회 운항이 가능해진다. 국토부 관계자는 "신규 진입이 결정되면 운임·서비스를 놓고 LCC 간 경합이 치열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운수권 배분에는 신규로 면허가 발급된 플라이강원·에어로케이·에어프레미아는 참여하지 못한다. 이들 신규 LCC는 아직 안전면허에 해당하는 운항증명(AOC)을 받지 못했다. 운수권을 배정받으면 한중 항공 당국으로부터 지정항공사 인증과 노선허가를 받아 1년 안에 취항해야 한다. 이들 신규 LCC는 AOC를 획득하지 못하면 최악의 경우 면허가 취소되므로 당장 운수권 배분이 어려운 처지다. 국토부 관계자는 "보통 운수권 배분 후 취항까지 5~6개월이 걸린다"며 "일부 신규 LCC는 제출한 사업계획에 연내 취항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지만, 장담할 수 없다. 3개 신규 LCC는 이번 수시 배분은 어렵고 이르면 내년 정기 배분부터 신청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화물 운수권은 항공사가 제한적이어서 경쟁이 치열하진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