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진 지부장 “소액주주 위임 받아 조 회장 연임 반대표 행사할 것”채이배 의원 “회사 실적 악화, 총수 일가 사익 편취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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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정기주주총회 중 가장 많은 관심을 받은 대한항공 주주총회가 혼란 속에서 마무리 됐다.
27일 오전 7시 30분경 대한항공 본사 앞에서 박창진 대한항공직원연대지부장을 비롯한 직원연대가 기자회견을 열고 조 회장 연임을 반대했다. 주총 시작 1시간30분부터 피켓 시위를 벌인 것이다.
박 지부장은 기자회견 이후 “조양호 회장의 대한항공 이사 연임을 반대하는 140명의 소액주주들의 위임을 받아 주총장으로 간다”며 “소액주주들의 위임에 따라 반대표를 행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주주총회에는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 연임을 결정하는 자리인 만큼 평소 대한항공 주총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주주들과 취재진들이 모였다.
이번 주총에서는 ▲재무제표 및 연결재무제표 승인의 건 ▲정관 일부 변경의 건 ▲이사선임의 건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 등이 안건으로 상정됐다.
제 1호 의안인 재무제표 승인의 건부터 진행에 차질이 생겼다. -
채 의원은 “땅콩회항 사건 이후 지금까지 조 회장 일가의 황제 경영으로 회사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총수일가의 사익편취 탓에 대한항공의 재무제표가 악화됐다”고 지적했다.
부실회사인 한진해운에 대한 부당지원과 일감 몰아주기 등으로 인해 회사가 피해를 봤는데 이에 대해 이사회가 관리감독을 철저히 했는지 밝혀달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일부 주주들이 안건과 상관없는 발언은 삼가라며 서로 고성이 오갔다.
김남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변호사는 조 회장이 배임횡령으로 270억원이 넘는 피해를 회사에 입혔는데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감사가 이뤄지지 않은 이유에 대해 규명하라고 촉구했다.
조 회장 일가의 일탈행위로 회사가 피해를 보고 있는데 이는 이사회가 투명한 운영을 하지 못해 벌어진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 기회를 통해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만들고 이사회가 관리감독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해달라고 말했다.
이후 조 회장 사내이사선임 건과 관련해 안건이 사전 위임장과 외국인 주주 사전 조사에 따라 투표없이 진행되면서 주총장에 참석한 주주들의 의견을 물어야 한다고 일부 주주들이 지적했다.
일부 주주는 “주주 안건마다 현장에서 찬반이 집계되지 않는 것은 주총이 위법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라며 “현장 참석 주식에 대한 찬반을 집계를 해달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이에 우기홍 대한항공 대표이사는 “사전 확보한 위임장과 외국인 대주주 주식수를 사전에 파악했으며 다른 주주분들이 몇십만주, 몇백만주를 가져오더라도 결과에는 차이가 없다”고 답했다.
한편 주총을 마치고 민주노총, 참여연대, 민변 대리인 등은 이번 주총 결과가 주주의 힘으로 재벌 총수가 물러나는 좋은 선례가 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오늘 대한항공 주총은 주주들의 힘을 보여준 것으로 큰 의미가 있다”며 “조 회장이 사내이사에서 물러나는 것이 또 다른 꼼수를 위한 물러남이 아니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조 회장 퇴직금이 700억~800억원 수준인데 회사에 피해를 입힌 것을 감안하면 퇴직금도 받지 않아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