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지난해 손익 330억원, 일회성 요인 영향송금‧신규대출 위축에 순익 ↓, 내부통제 구축 비용 ↑
  • 미국 재무부발 규제폭탄 여파로 미국에 진출한 국내 은행들의 영업실적이 고꾸라졌다.

    미국 금융당국이 국내 은행들에게 자금세탁방지(AML)를 위한 내부통제시스템 강화를 주문하고, 미 재무부가 대북제재 준수를 경고하면서 관련 위험이 있는 영업이 위축되고 비용이 늘었기 때문이다.

    김선동 자유한국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국내 은행의 미국점포 영업실적에 따르면 미국에 진출한 7개 은행(NH농협·KB국민·KEB하나·신한·우리·KDB산업·IBK기업은행)의 지난해 당기손익은 694억원으로 전년의 752억원보다 58억원(8%포인트) 줄었다.

    우리은행은 실적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으나, 작년에는 일회성 요인의 영향으로 실적이 감소했다.   

    미국 점포 3곳의 2017년 손익은 460억원이었으나 지난해에는 131억원이 줄어 329억원을 기록했다. LA지점 순이익 감소 때문인데 대우조선해양의 자회사인 미국 풍력사업 법인 드윈드의 부실로 지난 2017년 일회성충당금을 털어내면서 순익이 크게 개선됐고, 이에 따라 지난해 실적이 상대적으로 감소세를 보인 것이다. 여기에 비이자이익이 감소한 점도 손익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반면 우리은행의 미국법인인 '우리아메리카은행'과 뉴욕지점은 완만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3개의 미국법인과 1개의 뉴욕지점을 보유한 KEB하나은행도 2017년 당기순익이 126억원을 기록했지만 1년 새 20억원이 줄어 106억원으로 내려앉았다.

    점포 4곳 모두 송금이나 수수료수익 등 비이자이익이 감소했다. 특히 KEB하나뱅크USA 법인이 2016년부터 3년째 적자 상황을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

    기업은행 실적은 적자로 전환했다. 2017년 말 23억원의 순익을 기록했으나 지난해 말에는 -77억원으로 곤두박질쳤다.

    자금세탁방지와 관련된 핵심업무인 송금업무를 줄이고 내부통제 시스템 개선, 컨설팅, 내부통제 관리자 고용 등으로 비용이 늘어난 영향이다. 실제로 이자이익과 비이자이익은 급감하고, 판매관리비는 증가했다.

    기업은행은 지난 2016년 자금세탁방지 시스템 미비로 미국 금융감독청으로부터 개선 권고를 받은 후 시정조치에 돌입했다. ‘해외 컴플라이언스(Compliance)팀'을 준법감시인 직속 ‘자금세탁방지부'로 격상하고, 준법감시 전문 인력을 확충하는 등 대응을 강화해왔다. 지난해 말 과태료 폭탄위기는 면한 상황이다.

    농협은행 뉴욕지점은 지난 2017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적자를 면치 못했다. 미국 금융감독청으로부터 제재를 받은 직후 2017년 말 당기순익은 -83억원으로 적자로 돌아섰다. 지난해에도 -15억원의 손실을 보면서 2년째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현재 송금과 신규 대출업무를 잠정중단한 상태다.

    농협은행은 지난 2016년 미국 뉴욕금융감독청으로부터 내부통제기준 부실로 과태료 징계를 받아 2017년 과태료 1100만달러(약 123억원)를 냈다. 농협은행 뉴욕지점 연간이익의 2배를 넘는 규모다. '범죄, 자금세탁 가능성, 테러 위험노출을 막을 내부통제 시스템 미비' 등이 이유였다. 이란이나 테러 가능성이 있는 단체로 돈이 흘러가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다.

    신한은행의 미국법인인 아메리카신한은행 역시 지난해 적자로 돌아섰다. 아메리카신한은행의 2017년 순익은 95억원을 나타냈지만 지난해는 -26억원으로 대폭 줄었다. 비이자지익과 판매비와관리비가 늘어났기 때문으로 미국법인은 지난 2017년 하반기부터 송금 중계업무를 취급하지 않고 있다.

    뉴욕지점을 각각 보유한 국민은행과 산업은행만 유일하게 당기순익이 늘었다.

    국민은행은 2017년 말 33억의 당기순익을 거둔데 이어 지난해 말 78억원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이자이익과 비이자이익 모두 완만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초부터 송금중계업무를 중단했다. 미국의 강화된 자금세탁방지 수준을 맞추기 힘들다보니 관련 영업이 위축된 것이다.

    은행들의 순이익이 급감한 배경은 지난해 미국 재무부가 ‘세컨더리 보이콧(제 3자 제재)’을 행사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자금세탁방지 강화 요구가 거세지고 있어서다.

    은행들은  자체적으로 내부통제 시스템 강화에 나섰는데 인건비 등 관련 시스템 구축 비용이 수백억에 달해 부담이 큰 상황이다. 그러나 천문학적인 과징금이나 은행이 문을 닫을 것을 우려해 비용을 쏟아 붓고 있다.

    때문에 올해 실적전망도 어둡다. 미국 금융당국이 미국에 진출한 국내은행들을 상대로 자금세탁방지와 내부통제 시스템에 대한 전방위적인 칼날을 겨누고 있기 때문이다.

    뉴욕 감독청은 지난달부터 우리은행의 미국법인인 ‘우리아메리카은행’의 자금세탁방지 검사를 진행 중이다.

    과태료를 부과 받은 전력이 있는 농협은행도 이달 들어 과거 제재에 대한 개선실태를 점검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