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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이 주주총회에 상정한 안건들이 주주 반발 없이 원안대로 통과됐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주총 전날 2018년 감사보고서 사태에 대해 책임을 지고, 그룹 경영에서 손을 떼기로 하면서 주주들의 불만이 수그러들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29일 오전 9시 아시아나항공은 서울 강서구 본사에서 제 31기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이날 주총에 참석한 주주는 1785명, 주식수는 1억3300만주로 의결권 있는 주식의 64.87%를 차지했다.
지난 27일 대한항공 주총장이 아침부터 시민단체 시위와 주총 진행 중 소란이 일었던 것과는 반대로 아시아나항공은 조용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전날 박삼구 회장은 그룹 회장직 및 아시아나항공, 금호산업 등 2개 계열사의 대표이사직과 등기이사직을 내려놓기로 했다. 이날 주총에서 김수천 대표이사도 사내이사에서 물러났다.
아시아나항공은 곧 이사회를 열고 신임 대표이사를 선출할 계획이다. 한창수 사장이 대표이사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주총에서 이사선임 안건을 통해 한창수 사장과 안병석 경영관리본부장이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됐다.
사외이사 선임 안건은 주총 전 눈길을 끌었던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사위인 곽상언 법무법인 인강 대표변호사가 일신상의 이유로 사임했다. 다만 이형석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감사위원에 올랐으며, 박해춘 전 국민연금 이사장은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에 신규 선임됐다.
이사보수한도 승인의 건에서는 이사 보수한도가 지난해와 동일한 27억원으로 결정됐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이사 보수한도 27억원 중 11억7100여만원을 집행했으며 올해도 동일한 수준의 보수 한도를 책정했다.
이날 주총 의장을 맡은 김수천 대표이사는 “지난해 감사보고서에 대한 외부 감사인의 의견과 관련해 주주 여러분께 큰 심려를 끼친 점에 대해 깊이 사과한다”며 “외부 감사인의 의견을 반영해 재무제표를 수정했으며 일시적 영업비용이 증가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회계적인 부담과 재무 변동성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는 차세대 항공기 A350 4대를 추가 도입해 장거리 기재를 세대교체하고 A321 NEO 2대를 신규 도입할 계획이다”며 “안전운항 역량 강화를 통해 경영이념인 ‘최고의 안전과 서비스를 통한 고객만족’을 실천하겠다”고 밝혔다.한편,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21일 외부감사인 삼일회계법으로부터 지난해 재무제표를 성실히 제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감사보고서 한정 의견을 받았다. 이후 충당금 추가설정으로 적정의견을 받았으나 최종 감사보고서에서 실적이 큰 폭으로 악화됐다.
수정한 최종 감사보고서에서 부채는 수정전보다 1400억원 정도 늘었으며 부채비율은 625%에서 649%로 늘어났다. 영업이익은 수정 전 1/3 수준인 282억원, 순손실은 2배 가까이 늘어난 1959억원으로 변경됐다.
감사의견 한정 때문에 회사 주식 매매가 22일~25일 정지됐고 신용평가사들은 아시아나항공 신용등급을 현재 'BBB-'에서 하향 조정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회사 주가도 한정 의견을 받기 전 4040원 수준에서 한때 3290원까지 내려가는 등 20% 가까이 하락했다.
이에 박삼구 회장은 모든 책임을 지고 퇴진하기로 결정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는 “그룹과 대주주는 어떤 희생을 감수하더라도 아시아나항공의 조기 경영 정상화를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며 “당분간 이원태 부회장을 중심으로 그룹 비상 경영위원회 체제를 운영해 그룹의 경영 공백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