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제안했던 '이사 자격' 정관변경 안건 '부결'KCGI, 항고심 판결로 주주제안 자격 없어 안건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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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이 국민연금과 사모펀드 공세를 막아내고 마지막 자존심을 지켰다.

    석태수 대표이사의 사내이사 연임 안건은 가결됐고, 국민연금이 제안한 이사 자격을 강화한 정관변경의 안건은 부결된 것. KCGI의 주주제안은 법원 판결에 따라 자격이 상실돼 아예 상정 조차 되지 못했다. 지난 27일 열린 대한항공 주총에서 조양호 회장의 이사 연임 안건은 부결된 바 있다.

    한진칼은 29일 오전 9시 30분 남대문로 한진빌딩 본관에서 제 6기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이날 오전 9시 현재 의결권 있는 주주 35490명, 주식수 5917만435주 가운데 출석 주주(위임장 포함)는 498명, 주식수는 4566만8651주로 77.18%의 출석률을 기록했다.

    감사위원 선임 등 의결권 3%로 제한되는 안건의 경우 4294만7917주 중에서 2944만3224주가 참석해 68.56%로 특별결의 요건도 충족했다.

    가장 눈길을 끌었던 석태수 대표이사의 이사선임 안건은 원안대로 통과됐다.

    석태수 사장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측근이다. (주)한진 대표이사를 역임했으며 2017년 3월부터 한진칼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지난해 4월부터는 대한항공 부회장도 겸하고 있다.

    석 대표가 한진칼 사내이사 선임에 실패할 경우 조 회장의 영향력이 줄어들 수 밖에 없지만, 표대결 결과 무난하게 가결됐다. 찬성 65.46%, 반대 34.54%로 집계됐다.

    이는 어느 정도 예견된 결과다. 국내외 자문사들과 국민연금이 석 대표에 대해 찬성 의견을 권고했기 때문이다. KCGI의 반대에도 결과는 뒤집어지지 않았다. 국내 토종펀드인 강성부펀드(KCGI)는 투자목적회사 그레이스홀딩스를 통해 한진칼 지분 12.8%를 보유한 2대주주이다.

    조양호 회장을 포함한 오너 일가 및 특수관계인은  한진칼 지분 29.0%를 갖고 있으며, 국민연금 역시 6.7%를 보유한 3대주주로서 석 대표 손을 들어준 덕분이다.

    무엇보다 한진칼의 이사 선임 안건은 일반결의(출석 주주의 과반수 이상 동의) 사항이므로 쉽게 가결됐다.

    이에 따라 한진칼 사내이사는 기존 조양호 대표이사 회장, 조원태 사장을 비롯해 이번에 연임된 석태수 대표이사 사장 등 3명을 그대로 유지하게 됐다.

    또 국민연금이 주주제안한 이사 자격을 강화하는 정관변경의 안건은 예상대로 부결됐다. 이는 특별결의(출석 주주의 3분의 2이상 동의) 사항이므로 조 회장 등 오너 일가만 반대해도 사실상 통과가 어려웠던 안건이다. 실제로 찬성 48.66%에 그쳐 부결됐다.

    주요 골자는 횡령 및 배임 등의 혐의로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이사를 제외시킨다는 것이다. 즉, 현재 횡령 및 배임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조양호 회장을 겨냥했던 안건이다. 정관변경이 이뤄졌을 경우 향후 재판 결과에 따라 조 회장이 그룹 지주사인 한진칼 사내이사 및 대표이사에서 물러날 뻔 했다.

    앞서 KCGI는 감사위원 및 감사 선임 안건, 이사보수 및 감사보수 한도 안건 등을 주주제안 했다. 하지만 주주제안 자격 여부를 묻는 항고심에서 한진칼이 승소해 해당 내용들은 삭제됐다.  
     
    한편, 이날 주총은 오전 9시 30분이 넘어서 시작됐다. 위임장 등 의결권 집계에 시간이 상당 부분 소요됐기 때문이다.

    주총이 시작된 이후에도 주주제안으로 이목을 끌었던 KCGI를 비롯한 일부 주주들은 1-1호 안건인 재무제표 승인의 건부터 의의를 제기하며 표대결을 요청했다.

    일부 주주들은 동의와 제청을 했지만 공정한 절차를 위해 진행을 맡은 석태수 대표이사 사장은 모든 안건을 토론 없이 표대결을 하기로 결정했다.

    결국 사상 초유로 모든 안건에 대해 표대결이 이뤄졌다. 국민연금이 주주제안했던 '이사 자격' 정관변경의 안건만 부결된 채 나머지 안건은 원안대로 가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