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천어 기준치 1.4배 초과… 송어·메기 기준치 육박
  • ▲ 일본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 수산물 수입 반대 기자회견.ⓒ연합뉴스
    ▲ 일본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 수산물 수입 반대 기자회견.ⓒ연합뉴스
    우리나라가 수입을 금지한 일본 후쿠시마 인근 8개 현(縣)의 수산물에서 일본 내 수입허용지역보다 9.1배쯤 많은 방사성물질이 검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농수축산물에선 국제기구가 정한 기준치를 크게 웃도는 수준의 방사성물질이 검출됐다. 수입이 재개되면 수산물 기피현상 등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민방사능감시센터와 환경운동연합은 2일 일본 후생노동성이 지난해 일본 전역에서 생산한 농수축산물에 대해 벌인 방사능 검사결과 분석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지난해 총 17만1925건의 농수축산식품을 대상으로 방사능물질(세슘) 검사를 벌였다. 검사 비중은 축산물 84.9%, 농산물 3.1%, 수산물 2.1%였다.
    검사결과 농산물은 전체 검사량의 18.1%, 수산물은 7.0%, 야생육은 44.6%, 기타 가공식품은 2.5%에서 세슘이 검출됐다.

    멧돼지는 ㎏당 5200베크렐(㏃)로 가장 많이 검출됐다. 이는 세계보건기구(WHO)와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정한 기준치 100㏃/㎏보다 52배 많은 양이다. 흰뺨검둥오리와 반달가슴곰도 각각 13㏃/㎏, 670㏃/㎏이 검출됐다.

    수산물은 산천어에서 140㏃/㎏까지 검출됐다. 갈색송어·곤들매기 95㏃/㎏, 뱀장어 63㏃/㎏, 은어 54㏃/㎏ 등이다. 세슘이 20㏃/㎏ 이상 검출된 어종은 송어, 붕어, 잉어, 도다리, 농어, 홍어, 가자미, 까나리 등 18종이다.

    농산물은 두릅류에서 기준치의 7배를 초과한 780㏃/㎏까지 검출됐다. 고사리와 죽순류도 각각 430㏃/㎏이 나왔다. 버섯류는 총 조사대상 1380건 중 713건에서 세슘이 검출됐다. 2개 중 1개꼴로 방사성물질이 나온 셈이다.

    특히 수산물은 수입금지 지역인 후쿠시마 주변 8개 현에서 수입허용 지역보다 9.1배쯤 높게 세슘이 검출됐다. 수입금지 지역에선 조사대상 수산물 9274건의 73.3%인 680건에서 세슘이 확인돼 7.3%의 검출률을 보였다. 수입허용 지역은 527건 중 4건에서 세슘이 나와 검출률 0.8%를 기록했다.

    이들 단체는 일본 정부가 대부분 검출한계치 25㏃/㎏인 측정장비를 사용하므로 실제로는 더 많은 농수축산물에서 광범위하게 세슘이 검출될 것으로 추정했다. 최경숙 시민방사능감시센터 활동가는 "일본 정부의 지난해 1월 식품 방사능 검사를 살펴보면 총 검사 건수 2만5864건 중 87.5%인 2만2644건을 검출한계치 25㏃/㎏인 요오드화나트륨(NaI)과 요오드화세슘(CsI)으로 측정했고 나머지 3220건만 고순도 게르마늄 분석으로 측정했다"며 "대부분 검사에서 검출한계치 미만의 세슘은 측정이 안 됐고, 일본의 허술한 방사능 검사에도 여전히 많은 식품에서 방사성 오염이 확인된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 ▲ 한국 정부 수입금지 및 허용지역별 일본 수산물 방사능 검사 결과.ⓒ환경운동연합
    ▲ 한국 정부 수입금지 및 허용지역별 일본 수산물 방사능 검사 결과.ⓒ환경운동연합

    최 활동가는 "세슘의 안전기준치에 대해선 학자 사이에서도 이견이 있지만, 방사성 물질은 미량이어도 안심할 수 없으므로 안 먹는 게 좋다"면서 "특히 기준치는 성인을 기준으로 하는 만큼 어린아이에게 같은 기준을 적용할 순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세슘은 근육에 붙어 질병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독일 민간단체인 방사선방호협회 조사로는 매년 10㏃/㎏ 이상을 섭취한 어린아이의 절반쯤이 나중에 심장질환을 앓았다는 통계도 있다"고 부연했다.

    조건우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박사는 "WHO와 FAO가 공동으로 정한 기준치가 100㏃/㎏"이라며 "기준치는 안전한 영역에서 정하므로 약간의 여유를 둔다. 101㏃/㎏이 검출됐다고 곧 위험하다는 뜻은 아니다. 20㏃/㎏이 검출됐다면 기준치보다 5분의 1 수준으로 농도가 묽다는 뜻이므로 섭취해도 무방하다"고 설명했다. 조 박사는 "기준치를 넘는 식품은 먹지 않는 게 좋다"면서 "다만 연간섭취량 기준은 식습관 등에 따라 지역·나라마다 다르다. 기준치와 1인 평균 연간 섭취량 등을 참고해 소비하면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수산물의 경우 내륙지역인 충북 진천군민보다 바다를 접한 부산시민의 평소 섭취량이 아무래도 많을 테니 연간 섭취량과 기준치를 비교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설명이다.

  • ▲ 2018년도 일본 농수축산식품 방사성물질 검사 결과.ⓒ환경운동연합
    ▲ 2018년도 일본 농수축산식품 방사성물질 검사 결과.ⓒ환경운동연합
    시민단체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후쿠시마 주변 8개 현에서 생산한 수산물의 방사능 오염도가 높고 안전하지 않다는 게 입증됐다"며 "수입이 재개돼 이들 오염 지역의 수산물이 우리 식탁에 오르면 먹을거리 안전은 무너질 수밖에 없고, 수산물 기피현상 등이 벌어져 어민과 상인, 수산업에 피해를 가져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들은 "세계 51개 국가에서 일본산 농수축산물에 대해 수입을 규제한다"며 "중국은 쌀을 제외하고 후쿠시마 주변 10개 현에서 생산한 모든 식품과 사료 수입을 금지한다. 수입규제는 한국 정부만의 특별한 조치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일본은 자국의 수산물 최대 수입국인 홍콩이나 중국 등은 내버려 두고 5번째 수입국인 우리나라만 유일하게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했다"면서 "우리 정부는 2014년 민간전문가위원회를 꾸려 일본 현지 조사에 나섰지만, WTO 소송이 시작되자 조사를 중단했고, 수입금지의 논리를 뒷받침할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이는 WTO 1심 판결에도 악영향을 끼쳤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WTO는 (패널심리 과정에서) 한국 정부가 왜 조사를 중단했는지 이유를 설명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며 "우리 정부가 그동안 어떤 논리를 보강했는지 알려진 바 없다. 정부는 국민 안전과 건강을 위해 가능한 모든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우리 정부는 2011년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관련해 2013년 9월부터 후쿠시마 인근 8개 현의 수산물 수입을 금지했다. 일본은 2015년 5월 수산물 28종의 수입 금지는 WTO 협정을 위반한 것이라며 제소했고, 지난해 2월 1심은 일본 손을 들어줬다. 2차 최종 판정이 오는 11일께 내려질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우리 정부가 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우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