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타 기간 1년 이내로 단축… 조세재정연구硏 수행기관 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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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선 선심성 예산의 낭비를 막으려고 도입한 예타가 무력화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가 내년 총선을 의식해 지역 숙원사업을 자극하는 감성팔이에 나선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정부는 3일 서울청사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경제활력대책점검회의를 열고 예타 제도 개편방안을 확정했다.
정부는 다음 달부터 관련 지침을 고쳐 수도권과 지방의 예타 평가항목 비중을 달리하기로 했다.
현재는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에 대해 예타를 수행할 때 수도권과 지방 모두 경제성 분석(B/C)을 우선 잣대로 삼는다. B/C는 1.0보다 커야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한다. 100원의 돈을 써서 그로 인해 얻는 편리함이나 유익함이 100원보다 커야 경제성을 인정받는다. B/C가 1.0보다 작아도 경제성과 정책성, 지역균형발전 등을 망라한 계층화 분석(AHP)값이 0.5보다 크면 예타를 통과할 수 있다.
정부가 밝힌 평가항목 비중 조정은 AHP값을 산출하는 항목의 가중치를 수도권과 지방으로 이원화해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AHP값 비중은 경제성 30~35%, 정책성 25~40%, 지역균형발전 25~35%였다. 다음 달부터는 수도권은 경제성 60~70%, 정책성 30~40%만으로 평가한다. 지방은 경제성은 25~30%로 5%포인트(P) 낮추는 대신 지역균형발전은 30~40%로 5%P 높이기로 했다. 정책성은 지금처럼 유지한다. 다만 수도권 중 접경·도서, 농산어촌 지역은 비수도권으로 분류해 지방의 예타 비중을 따르게 했다.
또한 정부는 지역균형발전 평가 때 적용하는 지역낙후도의 경우 현행 가·감점제를 감점 없이 가점제로 운영하기로 했다.
수도권은 현행처럼 경제성이 예타 통과의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되는 데 비해 지방은 경제성은 다소 낮아도 해당 사업이 지역균형발전에 도움 된다고 판단되면 국비를 지원받아 사업을 벌일 가능성이 커지는 셈이다.
홍 부총리는 이날 모두발언에서 "수도권과 지방의 지역별 특성이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비수도권의 지역균형발전 평가 비중을 확대하고, 경제성 비중은 축소했다"며 "지역에 필요한 사업의 적기 추진을 최대한 도모코자 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예타 기간도 대폭 줄이기로 했다. 평균 19개월 걸리는 것을 1년 이내로 단축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내년부터 토목·건축·복지 등 비(非)연구·개발(R&D)사업의 예타를 수행할 전문기관에 조세재정연구원을 추가 지정했다. 현재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비R&D 사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과기평)이 R&D 사업의 예타를 전담해왔다.
홍 부총리는 이날 "관련 지침을 최대한 빨리 고쳐 즉시 적용할 수 있는 규정은 현재 예타 진행 중인 사업부터 적용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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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지난 1월에도 총사업비 24조1000억원 규모의 23개 예타 면제 대상 사업을 선정해 선심성 사업이란 지적을 샀다. 당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신영철 국책사업감시단장은 뉴데일리경제와의 통화에서 "예타 면제는 표면적으론 균형발전이지만, 사실상 경기 활성화를 위해 대규모 토건사업을 추진하는 것"이라며 "국가를 시한부로 5~6년만 운영하다 말 것도 아니고, 내년 총선과 지지자 이탈 방지를 위해 나눠먹기식 사업을 벌이고 있다"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