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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출 규제와 복잡해진 청약제도로 인해 '로또아파트'라 불렸던 서울 아파트마저 미계약이 속출하고 있다. 여기에 기존 주택시장이 침체 되면서 집값이 하락하자 예비 청약자들이 분양가와 입지조건 등을 더 따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월말 분양을 시작한 서울 노원구 '태릉 해링턴 플레이스' 아파트에서 미계약분 62가구가 발생했다. 일반분양 327가구의 5분의 1 규모다.
무엇보다 이 단지는 청약 당시 평균 12.4대 1, 최고 63.1대 1의 높은 청약경쟁률로 9개 평형 모두 1순위에서 마감했다. 하지만 계약포기 물량과 청약 부적격자가 발생하면서 예비당첨자에게 순서가 돌아갔지만 여전히 미계약 물량이 남은 것이다.
분양 관계자는 "계약 포기된 물량을 예비당첨자에 배정했음에도 분양권이 전부 소진되지 않았다"면서 "아파트투유에 공고문을 내고 미계약 가구분에 대한 추가 모집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당첨되면 '로또'라 불릴 정도로 청약경쟁률이 심했던 서울 아파트마저 미계약분이 나오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9·13 대책 이후다. 청약제도 개편과 고강도 대출규제가 시행되면서 청약 가점을 잘못 계산하거나 중도금 마련에 어려움을 느낀 청약자들이 계약을 포기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지난해 말 분양한 SK건설의 'DMC SK뷰'도 1순위 청약에서 최고 238.2대 1의 높은 경쟁률로 마감됐으나 미계약분 3가구가 발생했다. 올 1월 분양한 'e편한세상 청계센트럴포레'는 최고 경쟁률이 280대 1에 달했는데 일반물량 403가구의 15%인 60가구가 미계약됐다.
지방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난 2월 분양한 경기 안양시 '평촌 래미안 푸르지오'의 경우 1순위 당해 마감됐다. 하지만 일반분양 659가구 중 234가구(35.5%)나 미계약분이 발생해 오는 10일 사후 무순위 청약접수를 받는다.
한 분양 대행사 관계자는 "인기가 높았음에도 주인을 찾지 못한 것은 대체로 자금 부담이 가장 큰 이유"라며 "대책으로 인해 중도금 대출 비중이 40%로 낮아진 이후 실수요자들도 자금조달에 문제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최근 서울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집값 하락 폭이 커지면서 집 구매에 대한 불안감도 나타나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9.13대책 이후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이 21주 연속 하락하고 있다. 호가뿐만 아니라 실제로 가격이 몇억원씩 떨어진 급매물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수도권 분양시장에서도 분양가, 입지조건 등에 따라 청약성적이 극과 극을 나타낼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한 전문가는 "위례신도시 등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아파트는 인기가 높겠지만, 그렇지 않은 곳은 분양 '완판'을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