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심 "과도한 무역제한 아니다"… 후쿠시마 인근 수입금지 유지될 듯위생·식물위생(SPS) 분쟁서 1심 결과 번복 이례적
  • ▲ 일본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 수산물 수입 반대 기자회견.ⓒ연합뉴스
    ▲ 일본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 수산물 수입 반대 기자회견.ⓒ연합뉴스
    우리나라의 일본 원전사고 지역 수산물 수입 금지 조처를 둘러싼 무역 분쟁에서 예상을 깨고 우리나라가 마지막에 웃었다. 세계무역기구(WTO)는 이례적으로 1심 판정을 뒤집고 한국의 손을 들어줬다.

    WTO 상소기구는 11일(현지 시각) 한국이 일본 후쿠시마 인근 8개 현(縣)의 수산물에 대해 수입을 금지한 조처가 타당하다고 결론 내렸다. 이는 1심 격인 분쟁 해결패널의 판정을 뒤집은 것이다. WTO 위생·식물위생(SPS) 협정 관련 분쟁에서 1심 결과가 번복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알려졌다.

    우리 정부는 2011년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관련해 2013년 9월부터 후쿠시마 인근 8개 현의 수산물 수입을 금지했다. 일본은 2015년 5월 수산물 28종의 수입 금지는 WTO 협정을 위반한 것이라며 제소했고, 지난해 2월 1심은 일본 손을 들어줬다. 우리 정부는 "일본 원전 상황 지속과 국민 먹을거리 안전의 중요성 등을 고려할 때 WTO 패널 판정에 문제가 있다"며 상소를 제기했다.

    WTO 상소기구는 최종심인 2심에서 한국의 수입금지 조처가 자의적 차별에 해당하지 않으며 과도한 무역 제한도 아니라고 봤다.

    WTO 분쟁 해결패널은 1심에서 일본산과 다른 국가산 수산물이 모두 유사하게 낮은 오염 위험을 보이지만, 한국이 일본산 식품에만 수입금지와 기타 핵종 추가 검사 조처를 한 것은 차별이라고 판단했다. 또한 세슘 기준 검사만으로 적정 보호 수준을 달성할 수 있는데도 수입금지와 기타 핵종 추가 검사를 요구한 것은 필요 이상으로 무역을 제한한 것으로 봤다.

    한국이 기타 핵종 검사 기준치와 수입 금지 품목 등에 대한 정보 공표를 빠뜨리고 일본의 질의에 답변하지 않은 사례 등은 SPS 협정의 투명성을 위반했다고도 지적했다.

    상소기구는 1심을 뒤집으면서, 한국 정부가 수입금지 조치와 관련해 일본에 충분한 정보를 주지 않았다며 절차적인 문제에 대해선 일본 손을 들어줬다.

    이번 판정으로 일본산 수산물에 대해 내려진 수입금지 조처는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 ▲ 한국 정부 수입금지 및 허용지역별 일본 수산물 방사능 검사 결과.ⓒ환경운동연합
    ▲ 한국 정부 수입금지 및 허용지역별 일본 수산물 방사능 검사 결과.ⓒ환경운동연합
    앞서 시민사회단체는 우리 정부가 2014년 민간전문가위원회를 꾸려 일본 현지 조사에 나섰다가 중단하는 등 수입금지의 논리를 뒷받침할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며 최종심에서도 패소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동안 WTO SPS 협정 관련 분쟁에서 1심 판결이 뒤집힌 사례가 없던 것도 이런 전망에 힘을 실어줬다.

    시민방사능감시센터와 환경운동연합은 지난 2일 낸 성명서에서 "세계 51개 국가에서 일본산 농수축산물에 대해 수입을 규제한다"며 "중국은 쌀을 제외하고 후쿠시마 주변 10개 현에서 생산한 모든 식품과 사료 수입을 금지한다. 수입규제는 한국 정부만의 특별한 조치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일본은 자국의 수산물 최대 수입국인 홍콩이나 중국 등은 내버려 두고 5번째 수입국인 우리나라만 유일하게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했다"면서 "정부는 국민 안전과 건강을 위해 가능한 모든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