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수장 최종구, 이례적인 강성 발언 쏟아내산은 등 채권단 맞장구… 다른 정치적 의도 의심도
  • ▲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27일 오전 열린 국회 정무위 전체회의에서 의원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27일 오전 열린 국회 정무위 전체회의에서 의원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금융위원회와 산업은행등 채권단은 10일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제출한 아시아나항공 자구 계획에 상당히 부실한 내용이 올라오자 '이건 아니다'라는 언짢은 반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12일 "박삼구 전 회장등 경영진이 금호그룹을 위기로 몰고간 것이 사실 아니냐"며 "채권단 입장에서는 아시아나항공의 매각도 고려해야 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이런 반응을 다음날 최종구 위원장의 작심발언으로 표출됐다.

    최 위원장은 11일 오전 서울 중구 신한생명에서 진행된 신한퓨처스랩 제2출범식을 마친뒤 기자들과 만나 "(박삼구 회장이) 모든 것을 내려놓겠다고 하고 또다시 3년의 시간을 달라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모르겠다"며 쓴소리를 시작했다.  

    최 위원장은 "박 회장이 물러나면 아들이 경영에 나선다는데 뭐가 다르다는 건지 모르겠다",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채권단의 결정이 대주주의 재기가 아니라 회사를 살리는 데 초점이 맞춰줘야 할 것"이라며 금호 오너가를 겨냥한 발언을 이어갔다.

    평소 에둘러 말하지 않고 핵심을 찔러 말하던 최 위원장의 스타일을 보더라도 이날 발언은 상당히 수위가 높았다.

    정부와 채권단이 박삼구 오너가를 직접 겨냥한 원인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정치적 뒷배에 휘둘릴 가능성 때문으로 보인다.

  • ▲ 이낙연 국무총리가 지난해 10월 29일 저녁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재계를 대표하는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지도부와 만찬 간담회를 하기에 앞서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낙연 국무총리가 지난해 10월 29일 저녁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재계를 대표하는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지도부와 만찬 간담회를 하기에 앞서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 정치·지역주의 개입땐 '아시아나항공 정상화' 표류 우려

    박 전 회장은 지난 10년간 정치권과 재계의 막강한 호남 인맥을 통해 금호아시아나그룹이 호남의 대표적 향토기업이라는 점을 부각시키며 승부수를 던져왔다.

    특히 박 전 회장이 3년의 시간을 더 달라고 한 대목은 내년 총선과 이후 대선 과정에서 '호남 대표 기업'인 금호그룹을 내칠 수 없을 것이라는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권 개입으로 구조조정이 망가진 대표적인 사례가 대우조선 회생과정이다. 2015년부터 3년간 대우조선을 살리는데 7조원이 넘는 혈세가 수혈됐다.

    지금도 흡사한 상황이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역사회, 노조, 정치권의 '흔들기'가 계속되면 금호아시아나그룹에 계속해서 '묻지마 혈세' 투입이 계속되는 상황이 재현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당국의 우려가 깊다.

    최종구 위원장과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금호그룹의 자구책을 거부한 다음 광주지역 시민단체와 상공인들이 조직적인 압박에 나선것도 이를 짐작케하는 대목이다.

    광주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과 광주상공회의소 등에서 잇달아 성명을 내고 "산업은행이 금호아시아나가 호남의 대표적인 향토기업이라는 점을 고려해 좀 더 적극적이고 전향적으로 해결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주장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유동성 위기를 해결할 수 있도록 채권단이 자금을 지원하라는 것이다. 

  • ▲ 이동걸 KDB 산업은행 회장이 ⓒ연합뉴스
    ▲ 이동걸 KDB 산업은행 회장이 ⓒ연합뉴스

    ◇ 전문가들 "아시아나 부분매각이든 구조조정할 때"

    이에대해 전문가들은 정부와 금호그룹이 각자 여론몰이를 하기 보다는 채권단이 실사를 통해서 조용히 아시아나 항공에 대한 매각가능성을 비교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양준모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양측의 여론전 보다는 아시아나를 매각하고 나머지를 살릴 수 있는지 채권단의 실사를 통해 판단하고 매각을 하든 추가 자금을 투입하든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금호는 5000억원은 빌려주면 살아날 수 있다는 판단이 선 것이기 때문에 제안한 것이고 정부는 매각을 전제로 자금 투입해야 헐 값 매각과 정치적 비난을 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책은행의 한 관계자는 "아시아나 항공에 대한 부분매각이라든지 전반적으로 구조조정에 대한 수단들을 모두 고려해야할 때"라며 "기존경영진에 대한 신뢰 부족이 현재의 유동성 위기로 확대된 것인데 그만큼이나 기존 경영진은 처신에 신중했어야 하지만 오히려 회사를 사유재산처럼 이용한 것은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