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주 물량 감소 속 청약 성적 마저 부진1분기 24곳 분양했지만… 9곳만 1순위 마감주력 '차입형 토지신탁' 미분양 증가세… 유동성 등 부실 우려
  • ▲ 한 고객이 아파트 분양상담을 받고 있다. 기사내용과 무관.ⓒ뉴데일리DB
    ▲ 한 고객이 아파트 분양상담을 받고 있다. 기사내용과 무관.ⓒ뉴데일리DB

    지난해 주택 경기 활황에 힘입어 역대 최대 실적을 올린 부동산신탁회사들이 올 들어 성장세가 둔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부동산경기 악화로 수주 물량이 대폭 줄어든데다 청약 성적도 좋지 못하다. 올 하반기부터 신규 사업자가 영업을 시작하면 경쟁도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16일 금융결제원 아파트투유에 따르면 올 1분기에 부동산신탁회사들이 분양한 아파트 24곳 가운데 청약 1순위 마감에 성공한 아파트는 9곳에 불과했다. 대부분 청약 2순위로 넘어갔거나 미달된 경우도 많다.

    청약성적이 가장 좋지 않았던 곳은 생보부동산신탁이 분양한 '평택 뉴비전 엘크루' 아파트였다. 이 아파트는 1391가구를 일반분양했지만 1순위에서 단 42명만이 청약해 0.0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2순위에서도 28명만이 접수해 1321가구가 주인을 찾지 못했다.

    생보부동산신탁이 경기 용인시 처인구에 공급한 'e편한세상 용인 파크카운티'도 74가구 공급에 69명이 청약을 접수해 평균 0.93대 1의 경쟁률로 미달됐다. 

    업계 선두권인 한국자산신탁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 올 1분기 공급한 7개 단지 중 '서울 e편한세상 광진 그랜드파크', '부평 지웰 에스테이트', '시흥월곶역 블루밍 더마크' 등 3개 단지는 1순위에서 미달됐다.

    업계 한 전문가는 "차입형 토지신탁 사업장이 집중돼 있는 지방에서 미분양 주택 수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아파트 미분양이 누적될수록 자금 유동성 등 부실 우려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차입형 토지신탁은 부동산신탁사가 고객으로부터 토지를 수탁받아 개발한 뒤 분양해 수익을 거두는 사업방식이다. 분양실적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돼 부동산 경기에 큰 영향을 받는다.

    실제 부동산신탁사들은 지난해 부동산 경기호황을 바탕으로 급성장했다. 부동산신탁사 11곳의 지난해 별도 기준 매출 합계는 전년보다 21.2% 증가한 1조2183억원에 달했다. 단 한 곳도 매출 감소가 없을 정도였다.

    이에 따라 부동산신탁사 11곳의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1.5% 늘어난 6804억원. 매출 대비 영억이익률이 55.8%에 달한다.

    하지만 올 들어 지난 1분기 실적은 좋지 못하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업계 1위인 한국토지신탁의 1분기 영업수익(수수료·이자·기타 수익 합계), 영업이익이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4.8%, 22.2%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2위 한국자산신탁은 영업수익이 1.36% 증가하는 반면 영업이익은 1.23%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실적 악화는 주력사업인 차입형 신탁시장의 성장세가 꺾이고 있어서다.

    영업이익 감소가 우려되고 있는 가운데 올 하반기부터 신규 사업자 3곳이 부동산신탁업에 진출하게 되면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부동산신탁회사들의 경쟁과 혁신을 촉진하겠다는 목적으로 한투부동산신탁, 대신자산신탁, 신영자산신탁 등 3곳의 부동산신탁업 신규 진입을 허용했다.

    이들은 예비인가를 받은 뒤 6개월 이내 본인가를 신청하게 된다. 오는 9월부터는 영업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지방 분양시장이 침체기에 들어서면서 차입형 신탁 신규수주가 어려워지고 있다"며 "신규 사업자까지 들어온다고 하니 걱정이 많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