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조 필요성·적정 규모 홍보로 분위기 조성1만1500t·쇄빙능력 15로 예타 재신청할 듯
  • ▲ 7487t급 쇄빙연구선 아라온호.ⓒ연합뉴스
    ▲ 7487t급 쇄빙연구선 아라온호.ⓒ연합뉴스
    제2 쇄빙연구선 건조에 재도전하는 해양수산부가 본격적인 예열에 들어갔다. 예비타당성 조사(예타) 신청을 앞두고 여당 의원과 공동으로 공청회를 열어 적정 규모로의 건조 필요성을 강조한다는 전략이다.

    해수부는 18일 오전 10시 국회 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제2 쇄빙연구선 건조 추진 공청회를 연다고 17일 밝혔다. 이번 공청회는 더불어민주당 설훈 의원실이 주최하고 제2 쇄빙연구선 건조추진 기획연구단이 주관한다. 여야 국회의원과 기상청 관계자, 한국해양대 교수 등 과학, 정책, 언론, 산업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참석한다.

    기획연구단 운영기획분과장인 이영수 한국항공대 교수가 '제2 쇄빙연구선 건조 필요성',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부설 극지연구소 서원상 간사가 '선박의 최적 규모와 사양'에 대해 각각 발표한다. 주제발표 이후에는 황보승면 부산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의 진행으로 극지연구와 기반시설의 중요성, 극지의 과학·경제·외교적 가치와 기대효과 등에 관해 토론을 이어간다.

    문성혁 해수부 장관은 "지난해 해수부는 2050년까지 세계 7대 극지 선도국가로 도약한다는 비전을 마련하고 추진전략으로 제2 쇄빙연구선 확충을 제시했다"며 "이번 공청회에서 나온 다양한 의견을 반영해 제2 쇄빙연구선 건조를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 ▲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해수부
    ▲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해수부
    해수부는 제2 쇄빙연구선 건조가 필요하다며 지난 2016년 1월 1만2000t급 규모로 예타를 신청했다. 하지만 예타를 수행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과기평)은 활용 수요가 적어 과잉사양이라며 6000t급으로 가위질했고, 수차례 자료보완 끝에 지난해 5월 '미시행'으로 결론을 냈다. 미시행은 평가위원이 경제성 등을 따져봤을 때 현재로선 사업을 시행하지 않는 편이 낫다고 판단한 것을 말한다. 당시 과기평의 경제성 포함 계층화 분석(AHP)값은 0.291이었다. AHP값은 기준치인 0.5를 넘겨야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한다.

    이후 해수부는 와신상담하며 사업을 재기획했고 다음 달 재정 당국의 수시 예타에 재도전한다는 방침이다. 건조 규모를 기존 1만2000t급에서 다소 줄인 1만1500t급으로 맞추고 쇄빙 능력도 축소 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두께 2m의 평평한 얼음 덩어리(평탄빙)를 3노트 속도로 깨는 능력(Polar 20)을 장착하려던 애초 계획에서 한발 물러나 1.5m 평탄빙을 부수는 수준(Polar 15)으로 낮췄다. 지구온난화 등으로 북극 얼음이 녹는 등의 기후·환경변화를 고려했다는 설명이다.

    특히 해수부는 연구 수요 확보에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2차례 수요조사를 벌여 대형 연구과제를 기존 24개에서 40여개로 2배 가까이 늘렸다.

    대외적으로 우호적인 여건을 조성하는 데도 공을 들이고 있다. 이번 공청회 개최도 연장선에 있다. 해수부는 첫 예타 추진과정에선 국회와의 공조가 없었다. 이번 행사를 주최하는 설 의원은 20대 국회 전반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바 있다.

    앞서 해수부는 예타를 재추진하면서 35개 기관에서 60여명이 참여하는 기획연구단을 꾸리고 단장에 노무현 정부에서 과기부 차관을 지낸 박영일 교수를 앉히기도 했다. 해수부는 과학기술 정책 전문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으나 일각에선 연구·개발(R&D) 예타권을 쥔 과기부에 모종의 입김을 넣으려는 의도가 읽힌다는 분석도 나왔다.

    한편 우리나라 최초의 쇄빙연구선 '아라온호'는 2009년 건조돼 올해로 취항 10주년을 맞았다. 세계 최초로 북극 동시베리아해에서 거대빙상의 증거를 발견하고, 남극 아문센해 빙붕의 해빙 원인을 밝혀내는 등 많은 성과를 거두었다.

    그러나 연간 300일 이상 운항할 정도로 일정이 빠듯하고 현재의 쇄빙능력(Polar 10)으로는 연구범위에 한계가 있어 연구선 추가 건조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