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남 이선호 CJ주식회사 지분 2.8% 확보갑작스러운 한진·금호 후계구도 사태도 영향지분 확대 위해 올리브영 외형 확장 필요
  • ▲ CJ 이재현 회장 장녀 이경후 상무(왼쪽), 장남 이선호 부장(오른쪽). ⓒCJ
    ▲ CJ 이재현 회장 장녀 이경후 상무(왼쪽), 장남 이선호 부장(오른쪽). ⓒCJ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남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이 처음으로 지주사 지분을 확보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업계에선 경영 승계를 위한 첫 단계에 시동을 걸었다는 분석이다. 향후 지분 확대를 위해서는 올리브영 덩치를 키우는 작업이 먼저 진행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지주사 지분이 없던 이선호 부장이 2.8%의 지분을 보유하게 되면서 CJ그룹의 3세경영 시나리오가 주목받고 있다.

    앞서 CJ그룹은 지난 29일 이사회를 열고 CJ올리브네트웍스의 올리브영 부문과 IT부문 법인을 인적분할하고, IT부문을 CJ주식회사의 100% 자회사로 편입한다고 밝혔다.

    분할비율은 IT 부문 45%, 올리브영 부문 55% 수준이다. 주식교환 비율은 1대 0.5444487이며 주주가치를 고려해 신주가 아닌 자사주를 배분한다. 기존 CJ올리브네트웍스의 자회사인 CJ파워캐스트는 IT 부문의 100% 자회사로 편입된다.

    CJ올리브네트웍스 분할 뒤 주식교환이 마무리되면 이 부장은 CJ지주사 지분을 2.8% 확보하게 된다. 장녀 이경후 상무의 지분율 역시 기존 0.1%에서 1.2%로 늘어난다. 

    CJ그룹은 이번 분할과 경영권 승계와의 연관성에 대해 부인했지만, 업계에선 경영권 승계에 있어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됐던 CJ올리브네트웍스를 분할하고 지주사 지분을 취득한 것은 의미가 있다고 보고 있다. 

    시기가 시기인 만큼, CJ그룹도 승계 작업을 본격화한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업계 일각에선 최근 국내 '항공 빅2'인 한진그룹과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갑작스럽게 3세 경영시대를 맞이한 것도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조양호 회장의 타계로 3세 경영체제가 앞당겨진 한진그룹의 경우, 자녀들의 계열사 지분 등 상속 문제로 인해 앞길이 막막한 상황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박삼구 전 회장이 경영에서 물러난 이후 그룹이 사실상 해체 수순을 밟게 되면서 승계 작업도 난관에 부딪혔다. 

    다른 대기업에 비해 승계 불확실성이 컸던 CJ그룹도 이같은 상황을 보고 이재현 회장이 결단을 내렸다는 얘기다. CJ그룹은 향후 승계가 예상되는 이 회장의 자녀들이 지주자 지분을 거의 갖고 있지 않아 불확실성으로 인한 시장 우려가 늘 존재했다.

    그동안 시장에서도 CJ그룹의 승계 시나리오에 대한 여러가지 추측이 쏟아졌다. 대신지배구조연구소는 최근 발행한 '대기업집단 지배구조 보고서'에서 "경영권 승계는 급하게 진행되지 않을것이나 중기적으로는 3세로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서는 CJ올리브네트웍스가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지주회사 CJ 지분이 거의 없는 3세들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CJ올리브네트웍스를 활용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이 부장과 이 상무는 CJ올리브네트웍스 지분을 각각 17.97%, 6.91% 보유한 상태였다. 

    CJ그룹의 승계 작업을 놓고 시장에 CJ올리브네트웍스에 대한 여러 소문이 돌았던 것도 이 때문이다. 업계에선 CJ올리브네트웍스가 기업공개(IP0)를 하거나 지주회사와의 합병을 하는 시나리오가 가장 유력하게 점쳐졌다. 

    이제 관심은 향후 이 부장이 지주사 지분을 얼마나 확대할 지에 쏠린다. 이 부장이 처음으로 지주사 지분을 확보하긴 했지만, 아직까진 낮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당장 지주사 지분을 다 인수할 수 없기 때문에 올리브영의 외형 확대 작업부터 진행될 것이란 분석이다.

    우선, 올리브영의 덩치를 키운 뒤 향후 IP0를 하거나 지주사와 합병을 하는 후속작업이 이뤄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올리브영이 IPO를 하게 되면, 이 부장 등 오너 일가가 주식을 상장과 동시에 매각하는 '구주매출' 방식을 통해 자금여력을 확보하고 지주사에 대한 지배력을 높일 수 있다.

    CJ그룹 측은 분할된 올리브영에 대해 "글로벌 유수 유통 플랫폼과의 제휴, 동남아 중심 신규시장 진출 등 글로벌 및 온라인 중심 성장을 추진할 것"이라며 "외자유치나 기업공개(IPO)도 필요시 검토 가능하다"고 밝혔다. IP0에 대해 직접 언급한 만큼, 외형 확대 작업에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지 않다는 해석도 나온다. 

    안상희 대신지배구조연구소 본부장은 "당분간은 올리브영의 외형을 키우는 작업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덩치를 키운 이후 지주사와 합병을 하거나 IPO를 할 지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CJ올리브네트웍스의 분할은 경영권 승계뿐만 아니라 일감 몰아주기 논란도 잠재울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CJ올리브네트웍스는 오너 일가의 높은 지분율과 내부거래로 공정거래위원회의 감시를 받아왔다. 내부거래 비율은 2016년 19.7%, 2017년 19.5%, 지난해 17.8%에 달했다. 이번 기업분할 후 CJ올리브네트웍스의 내부거래 비중이 상당 부분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가 역시 이번 분할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개편이 CJ 주가 반등의 계기가 될 것으로 판단한다"라며 "CJ는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피해주 우려로 2015년 이후 주가가 부진했지만, 주식 교환 과정에서 이선호 부장 등 총수일가가 CJ 지분을 마침내 확보함에 따라 시장의 우려를 덜어냈다"고 설명했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오너 일가 측면에서는 3세의 지분 승계를 위한 첫 단계를 완성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면서 "IT 부문에서의 비전 실현이 가시화될 경우, CJ의 비상장사 부문과 전략에 대한 가치평가도 개선될 수 있다. 주가 측면에서는 긍정적 영향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