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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대출 규제와 부동산 공시가격 상승 등의 여파로 집값 하락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법원에서 진행된 경매 건수가 3년 만에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집값 호황기에 갭투자 등으로 여러 채 투자했다가 경매로 내몰리는 아파트 물건이 많아졌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16일 법원경매 전문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 한달 간 전국 법원 경매 건수는 1만1327건으로 전달보다 15.8% 늘었다. 이는 2016년 5월 1만2153건 이후 3년 만에 가장 많은 수치다.
특히 아파트 등 주거시설 경매 진행건수가 전달보다 16.8% 증가한 5006건으로 2015년 6월 이후 4년 만에 5000건을 넘어섰다.
장근석 지지옥션 팀장은 "전·월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임차인이 강제 경매를 진행하는 등 갭투자자의 매물이 많이 늘었다"며 "부동산시장이 침체되면 경매 투자자들도 입찰에 보수적으로 접근하기 때문에 응찰가가 낮아지고 유찰되는 건수도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지역별로는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수도권 경매 진행건수가 3384건으로 한 달 새 12.6% 증가했고 대전(123.6%)과 강원(37.8%), 울산(36.9%), 전남(30.5%) 등도 큰 폭으로 늘었다.
다만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71.6%로 1~3월 이어졌던 60%대를 깨고 반등했다. 세종시의 낙찰가율이 100.8%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고 부산(96.8%), 서울(90.9%)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최근 들어 주요 아파트 경매에서 1차례 경매 유찰된 후 2차 경매에 응찰자가 많이 늘어나면서 낙찰가율이 오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송파구 잠실동 '트리지움' 전용 84㎡은 지난 3월 감정가 14억7000만원에 경매 시장에 매물로 나왔지만 입찰자가 한 명도 없어 유찰됐다. 하지만 2차 경매엔 31명이 참여해 감정가와 비슷한 14억7168만원에 낙찰됐다.
재건축을 앞둔 강남구 역삼동 '개나리4차' 전용 171㎡도 올 초 1차 경매에서 유찰됐고 3월 2차 경매에서 10명이 응찰해 감정가의 97%인 18억2500만원에 낙찰됐다.
경매시장 역시 주택담보대출 규제가 적용돼 자금 마련이 쉽지 않고 집값이 하락하는 상황에서 감정가보다 높은 가격으로 입찰하기엔 부담스러워졌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장 팀장은 "강남권 주요단지도 추가 가격상승 기대가 약하기 때문에 당분간 최초 감정가가 낙찰가 기준이 될 것"이라며 "인기 단지도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100% 안팎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