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구본무 회장 1주기 추도식고인 뜻 따라 비공개 간소하게 치러져1주년 맞은 구광모號 평가 '긍정적'… "조용하지만 변화 적극적"
  • ▲ 故 구본무 회장 추모식에 참석하는 구광모 ㈜LG 회장 ⓒ이성진 기자
    ▲ 故 구본무 회장 추모식에 참석하는 구광모 ㈜LG 회장 ⓒ이성진 기자
    '젊은 4세 경영인' 구광모 회장이 LG그룹을 이끈지 1주년에 접어들었다. 1년 전 타계한 고(故) 구본무 회장의 추도식을 간소하게 진행한 구 회장은 선대의 정도경영 큰 맥락은 유지하면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는 새로운 경영인으로 그간 볼 수 없었던 LG그룹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

    20일 LG그룹은 서울 여의도 트윈타워 지하 대강당에서 고 구본무 회장 1주기 추모식을 진행했다. 이번 추도식에는 구광모 회장을 비롯해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진들이 참석해 고인의 뜻에 따라 간소하게 치러졌다.

    LG그룹은 구 전 회장이 타계한 지난해에도 고인의 유지를 받들어 간소하고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3일 가족장을 치렀다. 지난해 5월 20일 숙환으로 별세한 구 전 회장은 재벌총수로서는 이례적으로 화장을 한 뒤 경기도 광주에 위치한 곤지암 화담숲 인근에 '수목장' 형태로 영면했다.

    구광모 회장은 지난해 구 전 회장의 장례에서와 마찬가지로 추모식에서도 아들이자 LG그룹을 대표하는 후임 회장으로서 예를 다했다. 지난해 아버지의 갑작스런 부재로 40대 젊은 나이에 그룹을 이끌게 된 구광모 회장은 지난 1년 간 선대 회장들의 큰 뜻을 지키면서도 LG그룹의 변화에 조용히 시동을 걸었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구 회장은 지난 15일 공정거래위원회의 자산 5조 원 이상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에 새로운 총수로 이름을 올렸다. 박정원 두산 회장과 함께 창업 4세 총수로는 처음으로 재계 명단에 올랐다. 40대 초반이라는 젊은 나이에 총수 자리에 올라 이목이 집중됐다.

    지난해 회장으로서 업무를 시작한 구 회장은 조용하지만 적극적으로 LG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 재계 총수들이 모이는 외부 행사에서는 선배격인 다른 기업 회장들의 의견을 듣고 한 발 뒤에 물러서서 배우는 자세를 나타냈던 반면 내부적으로는 다가오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해 LG그룹이 만만의 준비를 갖출 수 있도록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는게 중론이다.

    구 회장은 총수 자리에 올라 무엇보다 젊은 감각과 열린 사고를 기반으로 외부 인재를 영입하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기존에 각 계열사를 든든하게 지키고 있는 부회장단에 더해 3M 출신의 신학철 부회장을 LG화학 수장으로 임명했고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이라 불리는 차량용 부품사업을 위해 한국타이어 출신 김형남 부사장을 영입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구 회장은 취임 후 첫 외부 공식 행보를 'R&D 인재 영입'을 위한 행사 참석으로 잡고 '적극적인 인재 영입'을 LG그룹이 나아갈 길로 강조했다.

    4차 산업혁명의 중심축인 전자, 디스플레이 사업에서는 과감한 사업 재편이 주목받았다. 대형 OLED에 강점을 갖고 있는 LG디스플레이는 일반 조명용 OLED 사업을 포기하고 중국발 디스플레이 전쟁에 보다 적극적인 방어에 나섰고 LG전자도 과거 구 전 회장 시절부터 추진해왔던 연료전지와 수처리 사업 등을 정리키로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파격적이라고 평가 받았던 부분은 몇 년 째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을 살리기 위해 국내 생산을 전면 철수하고 베트남을 중심으로 해외 생산 체제를 결정한 것이다. 올 하반기 본격적으로 생산기지가 바뀌면서 LG 스마트폰 사업에 어떤 결과가 나타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기 위해 전에는 찾아볼 수 없었던 대규모 인수합병(M&A)이나 지분투자가 활발해졌다는 점도 구 회장의 지난 1년 간 변화점이라 할 수 있다. 구 회장이 회장 자리에 오르기 바로 직전 추진을 시작한 LG유플러스의 CJ헬로비전 인수건과 함께 LG전자의 오스트리아 전장업체 ZKW 인수 등은 LG그룹의 역사상 기록에 남을 만한 수준의 대규모 M&A였다. 구 회장은 이들업체들의 인수를 최종 마무리하고 인수 후 내부를 통합하는 과정에 공을 들이며 지난 1년을 지냈다.

    지난 1년 구 회장이 추구하는 LG의 모습으로 변하기 위해 밑바탕을 다졌다면 올해는 본격적으로 구 회장이 만들어가는 LG의 미래 청사진을 구체화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년이 새로운 LG를 만들기 위한 재정비의 시간이었다면 앞으로는 로봇, 전장, 에너지, 5G 등의 미래 사업에 구 회장의 관심과 투자가 집중될 것이란 관측이다. 더불어 구 전 회장 타계 이후 아직까지 마무리를 짓지 못한 계열분리 이슈나 상속세 관련 재판 등을 해결하기 위한 움직임이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