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 의견 수용' 롯데 클라시아, 성북구 역대 최고 기록서울 신규 분양단지 잇따라 '고분양가'… 인근 시세 비슷경실련 "허수아비 심사위… 분양원가 및 기본형 건축비 검증해야"
  • ▲ 자료사진. '롯데캐슬 클라시아' 견본주택 내. ⓒ롯데건설
    ▲ 자료사진. '롯데캐슬 클라시아' 견본주택 내. ⓒ롯데건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심사 기준에 허점이 많다는 지적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일부 사업장의 경우 기존 입장을 바꿔 분양가를 상향시키기도 했으며 시장 예상을 넘어선 고분양가를 잇달아 승인해주고 있어서다. 책정기준이 오락가락하면서 애꿎은 서민만 피해를 입고 있다는 지적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HUG는 최근 서울 성북구 길음동 '롯데캐슬 클라시아'의 3.3㎡당 평균 분양가를 2289만원에 승인했다. 역대 성북구 분양단지 중 가장 높은 분양가다.

    당초 HUG는 같은 구에 위치한 장위동 '꿈의숲 아이파크(2018년 7월 분양)'의 3.3㎡당 평균 분양가가 1700만원이라는 이유를 들어 분양가를 이 가격에 제시했다. HUG는 서울 등 고분양가 관리지역에서는 '사업장 인근에서 최근 1년 내 분양된 아파트 평균 분양가의 110% 이하'로 분양가를 통제하고 있다.

    하지만 조합은 장위동과 생활권이 다르다며 3.3㎡당 2600만원을 요구했다. 조합 관계자는 "걸어서 10분 거리에 갈 수 있는 지하철이 2개 있고, 인근에 백화점이 세 곳이 있다"며 "지하철역이 하나도 없는 장위동 수준으로 분양가를 맞추라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당초 제시된 1700만원으로 평균 분양가가 결정될 경우 길 건너편에 위치한 '길음 래미안 센터피스' 시세의 반값 수준이어서 '로또 분양' 논란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결국 HUG는 현장 실사 등 재조사를 실시했고, 최종 2289만원에 분양보증을 발급했다.

    HUG 측은 "입지, 가구 수, 아파트 브랜드 등을 고려해 담당자가 길음동을 기준으로 주변 20개 정도의 사업장을 검토, 분양가를 산정했다"며 "분양가 규정을 바탕으로 분양가를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시세보다 지나치게 낮은 수준의 분양가로 공급해 '로또 분양'을 양산했다는 논란이 일까봐 분양가를 높인 게 아니냐는 지적과 함께 분양가를 산정할 때 인근 사업장이나 시세 등을 선택하는 기준이 불명확하다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기준이 불명확하고 심사가 비공개로 이뤄지면서 고무줄 잣대가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정비사업 업계 한 관계자는 "원칙대로였으면 장위동 '꿈의숲 아이파크' 가격을 무조건 적용했어야 했는데, 조합 의견을 어느 정도 수용한 것은 스스로 분양가 심사 기준이 불명확하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며 "개별 사업장에 대해 분양보증 세부 기준을 공개하지 않으면 고무줄 잣대라는 논란은 계속 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 ▲ 주택도시보증공사. ⓒ성재용 기자
    ▲ 주택도시보증공사. ⓒ성재용 기자

    올 들어 시장 예상보다 고분양가 승인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논란이다. 올 들어 공급된 △e편한세상 청계 센트럴포레 △홍제역 해링턴 플레이스 △방배 그랑 자이 모두 분양가가 주변 단지 시세와 큰 차이가 없었다.

    HUG는 최근 방배경남 아파트를 재건축한 '방배 그랑 자이'의 3.3㎡당 평균 분양가를 4687만원에 승인했다. 역대 일반아파트 중 최고 수준이다. 2017년 바로 근처에서 분양된 '방배 아트 자이'의 분양가가 3.3㎡당 평균 3798만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2년새 1000만원 가까이 분양가가 뛴 것이다.

    반대로 앞서 청량리 일대 주상복합이 분양될 당시에는 HUG가 분양가 규정을 굽히지 않으면서 건설사들이 1년가량 분양을 미루기도 했다. 건설사들은 주변 시세를 반영해 분양가가 정해지길 원했지만, HUG와 분양가 협상이 미뤄지다가 결국 지난 1월 선보인 용두동 'e편한세상' 분양가를 기준으로 책정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 전문가는 "HUG가 시세를 기준으로 분양가를 산정하면 현재 주택 시세를 적정가격으로 인정해주는 것이면서 동시에 가격 통제 기능도 하려다보니 자가당착에 빠지게 되는 상황"이라며 "제도적 바탕이 없는 상황에서 분양가를 단속하려다보니 나오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분양가 심사위원회가 적정 분양가를 검증하고 승인하는 것이 아니라 분양가가 타당하다는 '들러리 위원회' 역할만 하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측은 "실제 건축공사에 얼마가 설계로 책정돼 있고, 과거 공사 등을 통해 얼마의 공사비를 사용했는지를 파악해 실제 공사비를 추정, 검증하는 심사는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사실상 분양가 심사위원회의 역할 자체가 없는 심사로 평가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러한 엉터리 심사는 앞으로 정부가 계획 중인 3기 신도시에도 그대로 적용되기 때문에 적정한 분양가로 인한 무주택 서민들의 주거안정과 집값 안정은 달성될 수 없다"며 "허수아비로 전락한 분양가 심사 제도를 실질적인 심사가 가능하도록 전면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분양가 산정 기준에 대한 논란이 커지면서 HUG도 제도 손질을 검토하고 있다.

    이재광 사장은 최근 "주변 시세의 110%를 기준으로 적용하는 만큼 주변 시세가 올라가면 분양가가 올라가는 영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개선할 여지가 없는지 심각하게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