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맥주도 4캔 만원 되나"… 50년 만에 종량세 개편

맥주·막걸리에 매기는 세금 체계를가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개편한다. 그동안 출고가격 등을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했는데, 앞으로는 주류의 양에 비례해 세금을 매긴다는 방침이다. 맥주 등 주류업계는 50년 만의 세제개편에 국내 주류산업 경쟁력 강화를 기대했다.

정부는 5일 더불어민주당과 당정협의를 열고 ‘경제활력 제고를 위한 주류 과세체계·승용차 개소세 개편방안’을 확정했다.

그간 국산·수입 맥주 간 과세체계 불형평성 문제가 제기됐다. 현행 종가세 체계에서는 국산 맥주는 제조원가와 이윤·판매관리비가 포함된 출고가격을, 수입 맥주는 이윤·판매관리비가 포함되지 않은 수입신고가격을 기준으로 세금을 매긴다. 상대적으로 수입 맥주 세부담이 낮아 국내 맥주 업계 불만이 높았다.

정부는 주세 체계 전환 여건이 성숙된 맥주와 탁주(막걸리)부터 우선 종량세로 전환한다.

먼저 맥주는 리터(ℓ)당 830원 주세를 부과한다. 이에 따라 캔맥주의 주세 부담은 줄어드는 반면 생·페트·병 맥주의 주세 부담은 늘게 됐다. ℓ당 총 세부담(주세·교육세·부가가치세 포함)은 생맥주 445원, 페트 39원, 병 23원 늘고 캔맥주는 415원 감소한다.

소비자들이 주로 소비하는 500㎖를 기준으로 하면 207.5원의 세금이 줄어든다. 편의점 등에서 판매하는 국산 맥주 1캔(500㎖)의 가격이 2700~2900원 수준인데, 세금 인하 효과를 감안하면 국산 맥주도 '4캔에 1만원’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맥주업계 고위 관계자는 “오랜 기간 업계가 고대했던 종량세 시대가 도래한 것에 기쁜 마음을 감출 수 없다”며 “소비자들에게 더욱 고품질의 저렴한 맥주를 선사하기 위해 업계 전체가 선의의 경쟁을 펼치며 노력할 것”이라 밝혔다.

한국수제맥주협회 관계자는 “종량세 적용에 따라 기존까지 세금 부담으로 활성화되지 못했던 수제맥주의 소매점 판매가 활성화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국내ㆍ수입 맥주 간 역차별 문제가 해소돼 편의점, 대형마트에서 진행하는 '맥주 4캔 만원' 행사 역시 진행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수입 캔맥주는 고가·저가에 따라 희비가 엇갈린다. 현행 종가세로 많은 세금이 부과됐던 고가 수입 캔맥주는 세부담이 줄지만, 저가 수입 캔맥주는 세부담이 커진다. 저가 수입 캔맥주의 소비자 가격이 오를 수 있다는 의미다.

이와 달리 글로벌 맥주 업체들의 국내 생산이 늘어날 것이란 예측도 있다.

한 맥주 업계 관계자는 “수입 맥주와 국산 맥주 간 과세 불평등 문제가 사라질 경우 가격이나 품질 경쟁력 측면에서 맥주를 한국에서 현지 생산해 공급하는 것이 훨씬 유리해진다”고 덧붙였다. 

수입 맥주 ‘4캔 1만원’ 행사 역시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봤다. 김병규 기재부 세제실장은 “4캔에 1만원은 충분히 유지될 것”이라며 “맥주회사 경쟁이 치열해 이미 가격이 더 내려가는 추세다. 마트에서 5캔에 1만원, 4캔에 8800원도 나온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생맥주 등 다른 형태로 판매하는 맥주는 세금이 다소 증가하게 된다. 생맥주는 현재 ℓ당 815원에서 1260원으로 445원(54.6%)이나 상승한다. 페트맥주, 병맥주도 지금보다 각각 3.1%(39원), 1.8%(23원) 증가한다. 특히 세금 부담이 가장 크게 증가하는 생맥주가 판매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기재부는 이를 고려해 생맥주에 대해서만 2년간 한시적으로 주세 20%를 줄인다는 방침이다. 이 경우 생맥주에 부과되는 세금은 기존(815원) 보다 207원 상승한다. 그럼에도 생맥주 500㎖ 1잔당 가격은 현재보다 100원꼴로 상승하게 된다. 

탁주(막걸리)는 2017~2018년 평균인 리터당 41.7원으로 세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막걸리는 맥주나 소주 등 증류주와 달리 출고가의 5%만 주세로 내왔다. 막걸리는 포장 용기 가격이 저렴해 종량세로 바뀌어도 영향이 거의 없다. 막걸리 업계는 오히려 종량제 전환에 찬성하는 입장이었다. 종량제로 바뀌면 비싼 고급 제품을 만들어도 세금이 거의 같기 때문에 다양한 제품을 만들수 있기 때문이다. 

탁주 업계 관계자는 “기존 탁주 세율이 높지 않아서 세제개편에 따른 탁주 가격 변동은 거의 없을 것”이라면서도 “탁주 시장에서 고품질 원료를 사용한 막걸리 출시가 더 쉬워져 소비자 선택의 폭이 확대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정부는 맥주와 탁주에 붙는 주세를 종량세로 전환하면서, 세율을 물가상승률에 연동시키기로 했다. 물량에 맞춰 세금이 매겨질 경우, 물가가 오르면서 실질 세율은 떨어지는 현상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물가연동 최초 적용시점은 2021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