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월부터 적용되는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안에 대한 국민의견 수렴작업이 진행되고 있지만 좀체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처럼 여름철 일시 완화 방안의 1안 우세가 점쳐졌지만 완전폐지를 주장하는 3안도 급부상하고 있다.
지난 4일 전문가 토론회 이후 달아오른 분위기는 11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공청회에서 다시 불이 붙었다. 14일 기한으로 온라인 의견 수렴에 나선 한전 홈페이지도 역시 뜨겁다.
공청회에서 누진제 민관 TF 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종배 건국대 전기공학과 교수는 누진체계를 유지하되 하계에만 별도로 누진구간 확대, 하계에만 누진 3단계를 폐지하는 누진단계 축소안, 여기에 누진제를 폐지 연중 단일요금제를 적용하는 등 3개 방안을 제시했다.
1안으로 제시된 하계 누진구간 확대방안은 지난해 한시할인 방식을 상시화하는 것으로 대상은 지난해와 동일하다. 450kWh 이하 구간의 대다수 국민에게 작년과 동일한 혜택이 제공되나 현행 누진제 틀이 그대로 유지되는 측면이 있다.
2안, 누진단계 축소방안은 여름철 요금이 가장 높은 3단계를 폐지해 요금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한편 가구당 평균 할인금액이 가장 크다는 점은 장점이다. 전력소비가 많은 400kWh 이상 사용 가구에만 혜택이 부여된다.
3안으로 제시된 폐지안은 상시 폐지하는 방안으로 누진제 논란을 근본적으로 해소할 수 있으나 약 1400만 가구의 요금인상이 발생할수 있다.
공청회에서는 열띤 토론이 오갔다. 최근 각종 여론 조사에서는 당초 예측과는달리 국민 40% 이상이 누진제 폐지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나 결론도출이 쉽지 않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누진제를 폐지하는 것이 맞다. 피크타임 요금은 올리고 덜 사용하는 시간대에 요금을 인하해 주는 방식을 택해야 한다”며 “누진제는 과거의 전력부족 시대에 만들어진 패러다임이며 누진제 전기요금 체계는 공급부족 상황을 상정한 배급 시대의 산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누진적인 요금체계는 소득불평등 해소 차원에서도 필요하지 않다. 생산과 배급체계를 통해 전력량 공급을 충분히 확충해 저렴한 요금으로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회장은 “문제는 한국전력의 적자”라는 점을 지적했다. 오 회장은 “결과적으로 원전을 폐지하며 한전의 발전단가가 높아져 문제가 되고 있다"며 "누진제 개편논의는 포퓰리즘 측면이 있다. 누진제를 완화할 경우 한전의 적자 확대와 과연 급증하는 전력수요를 제대로 충당할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블랙아웃이 되면 동시에 전력이 차단되기 때문에 경기상황도 안 좋은 상황에서 전력 소유가 많은 공장에 급전지시를 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전력공급량을 안정적으로 할수 있는 원전문제는 그대로 두고 있다. 누진제 개편논의는 정책실패를 국민들의 환심사기로 돌리려는 수단”이라고 평가 절하했다.누진제 TF는 국민 의견수렴 결과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산업부와 한전에 권고안을 제시할 예정이며, 이후 한전은 전기요금 공급약관 개정안을 마련해 이사회 의결을 거쳐 정부에 인가신청후 7월부터 개편된 요금체계를 적용한다.
이날 공청회에서는 일찌감치 한전 배임문제를 거론한 소액주주들이 나서 정부가 보이지않는 손으로 나서 한전 적자를 부축이고 있다며 누진제 폐지를 강력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