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정질문서 강남 재건축 '불가' 고수정비구역 39곳, 내년 3월 조합 설립 실패시 '해제' 단기 가격하락 효과 있지만… 시장 왜곡 따른 '급등' 우려 여전
  • ▲ 지난 12일 서울시의회 시정질문에 답하는 박원순 시장.ⓒ연합뉴스
    ▲ 지난 12일 서울시의회 시정질문에 답하는 박원순 시장.ⓒ연합뉴스

    박원순 서울시장이 부동산 시장 안정 전까지 강남을 비롯해 재건축·재개발 불가 입장을 고수하면서 서울 시민들로부터 원성을 사고 있다. 정비구역에서 해제되는 곳까지 나오면서 당분간 서울에서 재건축·재개발 사업은 힘들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박 시장은 지난 12일 서울시의회 시정질문에서 강남 재건축 관련 질의에 대해 "강남지역 주민들의 요청은 100% 이해하고 공감한다"면서도 "재건축이 만약 허가돼서 이뤄지면 과거에 있었던 부동산 가격 상승이 우려된다"고 답변했다.

    이날 박 시장은 "재건축이나 재개발을 전면적으로 부정한다는 뜻은 아니다"라며 "정부와 서울시는 필사적으로 부동산 가격을 안정화하려고 노력하는 상황에서 신중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재건축에 투기 수요가 걷혀야 한다는 생각도 피력했다. 그는 "주택 보급률은 거의 100%인데 자가 보유율은 좀 낮다"며 "여러 채를 한 사람이 갖고 있다는 것인데 불평등 시정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박 시장은 과거 한 방송프로그램과 시의회에서 "강남 재건축 허가는 당분간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혀왔다. 이에 따라 강남을 비롯해 서울 전역에서 재건축 사업 진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치동 은마아파트와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가 대표적이다. 이들 주민들은 서울시청 앞에서 대규모 시위를 진행한 바 있다. 집회 참석자들은 서울시가 재건축 사업 승인을 고의로 지연시켜 재산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은마아파트는 준공한지 40년이 넘었고 조합 설립 추진위를 구성한 지 16년이 흘렀다. 2010년 안전진단 D등급을 받아 재건축 추진 요건을 갖춘 뒤 시에 수차례 정비계획을 제출했지만 첫 관문인 도시계획위원회조차 번번이 퇴짜를 맞았다.

    잠실 주공5단지 상황도 비슷하다. 그간 수차례 정비계획을 바꿨고 2017년 서울시 제안도 받아들여 국제현상설계공모를 거친 재건축 설계안을 마련됐지만 재건축 심의안은 도계위에 상정되지도 않았다. 

    앞서 재건축을 추진한 대치쌍용1차, 대치쌍용2차 등도 수억 원에 달하는 초과이익환수제 부담 때문에 잠정 중단됐다.

    또 최근 은평구 수색·증산뉴타운 증산4재정비촉진구역이 일몰제에 따라 정비구역에서 해제된 첫번째 사업장이 됐다. 일몰제는 정비사업을 진행할 때 정해진 기간 내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못하면 시·도지사가 직권으로 구역을 해제하는 것이다.

    수색·증산뉴타운 9개 정비구역 중 가장 넓은 증산4구역(17만2932㎡)은 2012년 재정비촉진구역으로 지정된 뒤 2014년 8월 조합설립추진위원회가 설립됐다. 다만 추진위 설립 후 2년 기한 내 조합설립 동의율(75%)를 채우지 못했다.

    추진위가 토지 소유자 32%의 동의를 얻어 일몰제 연장을 신청했지만 서울시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분통이 터진 주민들은 최근 집회까지 열며 서울시에 불만을 표출했지만 서울시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이번 정비구역 해제로 서울 전역에 정비구역 해제 공포가 커지고 있다. 서울에서는 재건축 23곳, 재개발 구역 15곳 등 38곳이 내년 3월까지 조합을 설립하지 못하면 정비구역에서 해제되는데 현 상황에선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지금처럼 인위적으로 강남 재건축을 막으면 단기적인 가격하락 효과는 볼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시장 왜곡으로 가격이 급등할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