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 컨선 20척 포함 70~80%에 스크러버 설치 예정글로벌 선사도 스크러버 설치…머스크, 투자금액 늘려현대상선, 선제적인 대응으로 운임 경쟁력 확보 기대
  • ▲ 현대상선 선박에 설치된 스크러버 설비.ⓒ현대상선
    ▲ 현대상선 선박에 설치된 스크러버 설비.ⓒ현대상선
    글로벌 해운업계가 내년부터 본격화될 환경규제에 대비해 스크러버(황산화물 저감장치) 설치 대열에 뒤늦게 합류하면서 현대상선이 한발 앞서 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른 글로벌 해운사들이 규제 대응 방안을 고심할 사이 현대상선은 선제적 대응 전략에 나서면서 운임 경쟁력을 확보한 것. 이에 따라 업계에선 현대상선이 내년을 기점으로 글로벌 해운사로 거듭날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이 나오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상선은 내년 초까지 대부분 선박에 스크러버 설치를 완료할 예정이다. 지난해 1만1000TEU급 컨테이너선 두 척에 스크러버를 설치한 것을 시작으로 초대형 컨테이너선 20척을 포함해 운영 선대의 약 70~80%에 스크러버를 설치할 방침이다. 

    나머지 20~30%의 선박은 단기용선과 소형선박 등으로 사실상 스크러버 설치가 불가능한 선박이다. 결과적으로 스크러버 설치가 가능한 모든 선박에 스크러버를 다는 것이다.

    국제해사기구(IMO)는 내년부터 선박 연료유에 포함된 황산화물 함유량을 기존 3.5%에서 0.5% 이하로 강화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선사들은 기존 선박에 스크러버를 설치하거나 황 함유율이 0.5% 이하인 저유황유를 써야 한다. 액화천연가스(LNG)를 연료로 쓰는 LNG추진선을 쓰는 방법도 있다.

    강력한 환경규제 시행을 앞두고 선사들은 고민에 빠졌다. 저유황유는 초기 투자비용은 없지만, 현재 널리 사용되는 고유황유보다 가격이 높은 것이 부담이다. 반대로 스크러버는 초기 투자비용이 많이 든다. 궁극적인 대응책인 LNG추진선 역시 높은 초기 투자비용이 단점으로 꼽힌다.

    하지만 막판까지 눈치작전을 펼치던 선사들이 최근 들어 스크러버 설치 계획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업계선 글로벌 해운사들이 뒤늦게 스크러버 설치를 택하면서 현대상선의 수혜를 기대하고 있다. 다른 선사들이 비싼 저유황유를 쓸 때, 선제 대응으로 스크러버를 설치한 현대상선이 운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어서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일찍부터 스크러버 전환으로 환경규제에 대한 선제적 대응을 준비중"이라면서 "내년 초까지 운영선대의 약 70~80%에 스크러버를 설치하게 되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계 1위 해운사인 머스크(덴마크)는 저유황유 사용을 주된 방침으로 세웠지만, 스크러버 설치 투자금액을 8000만달러에서 2억6300만달러로 늘리기로 했다. 현재 저유황유 확보 계약물량은 전체 벙커C유 사용량 대비 3분의 1수준에 불과하다.

    다른 선사들도 스크러버 설치에 적극적이다. MSC(스위스)는 120척에 스크러버 설치를 추진한다. 에버그린(대만)도 70척에 스크러버를 설치할 예정이다. 오션네트워크익스프레스(일본) 역시 초대형 컨테이너선 10척에 스크러버를 장착할 방침이다.

    이처럼 글로벌 선사들이 스크러버 설치를 택한 주된 이유는 저유황유 가격 상승에 대한 우려와 LNG 연료 엔진 보급이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 고유황유 대비 약 40% 이상 비싼 저유황유는 일시적인 수급 부족에 따른 가격 상승이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선주들이 환경규제 대응 방안을 막판까지 고심하다가 스크러버 설치에 나서는 추세"라면서 "현대상선의 빠른 판단으로 이번 환경규제를 기회 삼아 글로벌 선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 1만1000TEU HMM Blessing.ⓒ현대상선
    ▲ 1만1000TEU HMM Blessing.ⓒ현대상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