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정책 수립 시 가계부채 영향 여전"이달 금통위 개최…금리 동결 쪽 기울어"하반기 경기 회복력 약화" 우려 내비쳐
  • ▲ 고승범 한국은행 금통위원이 3일 한은 본관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오찬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한국은행
    ▲ 고승범 한국은행 금통위원이 3일 한은 본관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오찬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한국은행
    고승범 금통위원이 가계부채 문제와 직결된 금융안정 상황을 재차 강조하면서 금리 인하에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사실상 동결 쪽으로 기운 만큼 이달 기준금리 결정 회의를 앞두고 시장의 인하 기대감이 다소 줄어들지 이목이 쏠린다.

    고승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은 3일 기자간담회에서 "금융안정이 바탕돼야 지속적인 경제성장이 가능하다"며 "통화정책 수립 시에도 이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의견을 밝혔다.

    이어 "현재 통화정책 체제에서 금융안정에 대해 강조하는 것은 물가안정 목표제를 부정하는 게 아니라 금융안정도 고려하는 게 불가피하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 위원이 지난해부터 가장 중요시 하는 부분은 금융안정 측면이다. 한은은 물가안정과 금융안정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통화정책을 편다. 

    고 위원은 "작년 하반기에는 금융안정 이슈가, 올해 들어서는 경기와 물가 관련 이슈가 주목받고 있다"면서도 "금융안정은 하루아침에 해결되지 않는 만큼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2분기 가계신용 증가율은 4.9%로 정부의 관리목표인 5% 내에 들어왔지만, 현 상황에서는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올라갈 수 있다"며 "올해 완화된 측면이 있지만 안심해도 될 상황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고 위원은 부채의 꾸준한 관리를 '다이어트'에 비유하기도 했다. 그는 "부채 성격상 '비만' 상태와 비슷하다"며 "성인병 발병 전에 꾸준한 다이어트로 관리해야 하는 것처럼 부채도 위기 발생 전에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안정에 방점을 찍은 이번 간담회 발언으로 미뤄보면 기준금리 동결을 주장할 가능성이 크다. 그는 최근까지 매파(통화긴축 신호)로 분류됐던 인물로 그 성향을 그대로 드러낸 셈이다.

    그는 지난 2017년 11월 가계부채 증가에 따른 금융불균형 누적 문제에 적절히 대응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판단 아래 금리 인상을 주장하는 다수 의견에 동참했던 인물이기도 하다.

    반면 조동철 금통위원은 지난 5월 간담회에서 통화정책 시 가장 중요한 책무로 물가안정을 꼽았다. 이후 6월 금통위에서 금리 인하 소수의견을 냈다. 조 위원은 장시간 목표 수준을 큰 폭 하회하고 있는 '지나치게 낮은 인플레이션'을 크게 우려했다. 

    고 위원은 최근 심화하고 있는 경기 부진과 저물가에 대한 복잡한 속내도 내비쳤다. 

    고 위원은 "금융안정만 고려하자는 것은 아니다"라며 "통화정책은 어느 한쪽만 보고 결정하는 게 아닌 실물경제와 금융안정 상황에 대해 종합적인 통화정책의 결정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이어 "실물경제가 작년 예상보다 더 안좋아진 만큼 하반기와 내년 경제 성장의 경로, 미국의 통화정책, 미·중 무역분쟁 전개 방향을 지켜보고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물가안정과 금융안정의 상충하는 성격에 대한 고민도 드러냈다. 그는 "두 가지 상황을 모두 신중하게 고려해야 하지만, 상반된 측면이 있어 어느 정도 신경을 써야 하는지 고민스럽다"고 말했다. 

    하반기 경기 여건에 대해서는 비관적인 의견을 내놨다. 이날 정부도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6%~2.7%에서 2.4%~2.5%로 하향 조정했다. 

    고 위원은 "여러 가지 여건이 안 좋지만 특히 수출과 설비투자가 부진하고 반도체도 나쁘다"라며 "한은도 하반기 경기 회복 전망을 했지만, 이에 대한 믿음이 약화하고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