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2년차 이정헌 대표 사업전략 변화 관심 집중'트라하' 등 올 상반기 신작 5종 내놨지만… 뚜렷한 성과 없어매각 불발 이후 시장 가치평가 냉랭… 선택과 집중 기반 변화 절실
  • ▲ 지난해 11월 열린 '넥슨 지스타 2018 프리뷰' 기자간담회에서 이정헌 대표가 신규 출품작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 ⓒ연찬모 기자
    ▲ 지난해 11월 열린 '넥슨 지스타 2018 프리뷰' 기자간담회에서 이정헌 대표가 신규 출품작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 ⓒ연찬모 기자
    게임업계 이목을 집중시킨 '넥슨 매각'이 불발되면서 넥슨코리아의 기업가치 제고에 대한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매각가에 대한 인수후보자들과의 이견이 매각 불발의 배경으로 점쳐지는 가운데 업계에선 다작(多作) 행보에도 부진했던 성적이 기업가치 산정에 상당부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선 올해 취임 2년차에 접어든 이정헌 넥슨코리아 대표의 사업적 행보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김정주 NXC 대표는 최근 넥슨의 지주회사인 NXC 매각을 보류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1월 '넥슨 매각설'이 불거진지 약 6개월 만이다. 당시 김 대표는 자신과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NXC 지분 전량(98.64%)을 매물로 내놓았으며 매각 규모는 국내 M&A(인수·합병) 사상 최대인 약 15조원으로 추정됐다. 

    이후 예비입찰과 본입찰 과정을 통해 카카오, 넷마블, MBK파트너스, KKR, 베인캐피털 등이 유력 인수후보자로 떠올랐지만, 높은 매각가를 두고 협상이 난항을 겪으며 끝내 마땅한 인수후보자를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넥슨의 기업가치 산정에 대한 김 대표와 인수후보자들 간 입장차가 매각 불발의 핵심 배경으로 지목된다. 김 대표가 넥슨재팬의 주가 흐름 등을 근거로 최종 '몸값'을 15조원 이상으로 판단한 것과 달리 인수후보자들은 비교적 낮게 평가한 것으로 점쳐진다.

    통상 게임업체의 기업가치 산정 기준에서 현재 보유하고 있는 IP(지식재산권)를 비롯 서비스 중인 타이틀의 성과가 미치는 영향은 상당하다. 업계에선 한가지 타이틀에 지나치게 의존적인 사업구조와 공격적 신작 출시에도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등의 리스크가 넥슨의 기업가치 평가절하에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이다.

    실제 넥슨코리아의 자회사 네오플은 '던전앤파이터'를 통해 지난해에만 1조원을 훌쩍 뛰어넘는 매출을 거두는 등 넥슨의 기업가치를 높이고 있지만, 이를 제외한 성과는 부진한 상황이다.

    지난해 넥슨코리아의 매출은 전년 대비 8% 줄어든 9468억원, 영업손실은 128억원으로 창사 이래 첫 적자를 기록하는 난항을 겪고 있다.

    넥슨코리아와 네오플 등을 포함한 넥슨의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각각 8%, 9% 증가한 2조5296억원, 9806억원을 기록한 것 역시 네오플의 성과에 기인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취임한 이정헌 넥슨코리아 대표의 책임감과 부담감이 더욱 커졌을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다작 승부수를 띄우며 '트라하' 등 상반기에만 5종의 신작을 선보였지만 모두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 대표의 경우 2003년 넥슨코리아 입사 이후 '피파온라인3'를 비롯해 'HIT(액스)', '다크어벤저3', 'AxE(액스)' 등 일명 '대작'으로 평가받는 작품들을 PC온라인과 모바일게임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넥슨이 지난해와 올해 대작을 선언했던 '야생의땅:듀랑고(2018)', '카이저(2018)', '트라하(2019)' 등은 흥행면에서 아쉬운 모습을 보이는 실정이다.

    특히 이 대표가 상당한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진 트라하의 경우 지난 4월 출시 전 사전예약자 수 400만명을 돌파하며 신규 캐시카우(수익창출원) 확보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지만, 현재 국내 구글 플레이와 애플 앱스토어 매출 순위에서 각각 10위권, 30위권 밖에 머물고 있다. 

    지난해 열린 지스타 2018 프리뷰 행사에서 이 대표는 "현재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넥슨이 어떤 특색을 보일 수 있을 지 많은 고민을 해왔다"며 "그간 모바일 MMORPG가 PC온라인을 모방해 왔다면 트라하는 그 이상을 구현한 작품"이라고 흥행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친 바 있다.

    현재 양대 앱 마켓에서 매출 순위 10위권 내 이름을 올리고 있는 넥슨 타이틀은 '피파온라인4 모바일'이 전부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매각 불발에 따라 넥슨의 기업가치를 두고 시장에서도 다소 냉정한 평가가 이어지고 있어 넥슨코리아 역시 그간 행보와 달리 선택과 집중의 전략을 취하는 등의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며 "이정헌 대표 역시 올해 취임 2년차를 맞은 만큼 사업 성과에 대한 고민으로 어깨가 더욱 무거워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