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라 전세 불안·아파트 이동 가속…오피스텔은 '풍선효과'서울 아파트 월세 150만원 돌파…신축 단지 10건 중 6건 월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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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세사기 후폭풍이 서울 비아파트 시장 판도를 바꾸고 있다. 한때 서민 주거의 대표 선택지였던 빌라는 이제 세입자에게 불안한 전세 상품이 됐고 투자자들로부터도 외면받고 있다. 세입자들은 보증금 회수 불안을 피해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여겨지는 아파트, 이른바 '나홀로 아파트'로 옮겨갔고 투자 수요는 세제 완화와 규제 부담이 덜한 오피스텔로 이동하는 모습이다. 서울 비아파트 시장에서 빌라만 실수요와 투자수요 양쪽에서 밀려나는 형국이다.

    11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2023년 1월 반환보증 가입 요건 강화 이후 서울 전체 임대차시장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율은 47.00%에서 55.75%로 8.76%포인트(p) 상승했다.

    특히 비아파트 변화 폭이 두드러졌다. 주택 유형별 월세 계약 비율을 보면 아파트는 40.61%에서 42.10%로 1.49%p 오르는 데 그친 반면 연립·다세대는 35.22%에서 52.99%로 17.77%p 뛰었다. 오피스텔은 53.24%에서 67.87%로 단독·다가구는 63.18%에서 76.20%로 각각 상승했다.

    HUG는 보증 범위 축소로 보증 한도를 넘는 금액 일부를 월세로 전환하는 계약이 늘어난 결과라고 분석했다. 정부는 2023년 1월 공시가격 적용 비율을 기존 150%에서 140%로 낮췄고 같은 해 5월에는 LTV를 90%로 제한했다. 이에 따라 실질적인 전세보증 한도는 기존 공시가격의 150% 수준에서 126% 수준으로 축소됐다. 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없는 금액만큼 전세보증금을 낮추고 월세를 얹는 계약이 늘어난 셈인데 이런 변화는 아파트보다 빌라에서 더 뚜렷하게 나타났다.

    보증금 수준이 낮을수록 월세 전환 속도는 더 빨랐다. 제도 변화 이후 최우선변제금 상한 이하인 저가 임대주택의 월세 비율은 20.74%p 상승했고 최우선변제금 상한의 1~3배 구간인 중·저가 임대주택도 11.86%p 올랐다. 반면 최우선변제금 상한의 5배를 초과하는 고가 임대주택의 월세 비율은 3.89%p 상승하는 데 그쳤다. 보고서는 제도 변화의 충격이 중·저가 임대주택에 집중됐다고 분석했다.

    시장 거래에서도 빌라 임대차의 월세화 흐름은 뚜렷하다. 부동산플래닛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연립·다세대 임대차 거래는 13만834건으로 전년보다 6.4% 감소했다. 이 가운데 전세 거래는 17.3% 줄었고 전체 임대차 거래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60%까지 상승했다. 강북구와 강서구, 관악구 등 빌라 밀집 지역에서 전세 감소 폭이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난 점도 이런 흐름을 뒷받침한다.

    문제는 빌라의 약세가 임대차 시장에만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전세가 위축되고 월세 전환이 빨라질수록 갭투자나 보증금 레버리지를 활용한 기존 투자 방식은 힘을 잃을 수밖에 없다. 이는 매매 수요 둔화와 자산가치 약세 우려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전세를 끼고 매입한 뒤 시세 차익이나 임대수익을 기대하던 구조가 흔들리면서 빌라는 실거주 상품으로서뿐 아니라 투자 자산으로서의 매력도 함께 약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세입자들의 발길은 아파트로 향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1월 서울 아파트 평균 월세는 150만4000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월세 부담이 커졌음에도 빌라보다 보증금 회수 안정성이 높다고 여겨지는 아파트를 찾는 수요가 이어지는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대단지보다 가격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은 소규모 단지, 이른바 '나홀로 아파트'가 빌라의 대체 주거지로 거론된다.

    실제 소규모 아파트 실거래도 이런 분위기를 뒷받침한다. KB부동산에 따르면 79가구 규모의 서울 동작구 사당동 한 단지는 올해 1월 26일 보증금 1억원, 월세 180만원에 거래됐다. 소규모 아파트 역시 적지 않은 월세 부담을 요구하고 있지만, 세입자들은 보증금 안정성을 고려해 이를 감수하는 분위기다.

    신축 아파트 시장에서도 월세 쏠림은 확인된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6월 28일부터 이달 4일까지 서울 주요 입주 아파트 4개 단지의 월세 계약 비중은 평균 60%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전체 임대차 계약의 월세 비중 45.8%보다 14%포인트 이상 높은 수준이다. 전세대출 문턱이 높아진 데다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까지 막히면서 새 아파트 역시 전세보다 월세가 우세한 구조로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다.

    투자 수요는 오피스텔로 이동하는 분위기다. 정부는 2024년 '1·10대책'을 통해 전용 60㎡ 이하이면서 수도권 6억원, 지방 3억원 이하인 신축 소형 주택을 취득세·양도세·종합부동산세 산정 시 주택 수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내놨고, 주거용 오피스텔도 여기에 포함했다. 빌라가 전세사기 여파와 보증 규제 강화로 임대 운용의 불확실성이 커진 반면 오피스텔은 상대적으로 제도상 이점이 부각되면서 투자 대체재로 떠오른 셈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 기준 올해 1월 전국 오피스텔 거래량은 3366건으로 전년 동월 대비 65.6% 증가했다. 수도권은 2374건으로 63.5%, 지방은 992건으로 70.7% 늘었으며 서울은 1083건으로 가장 많았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반환보증 제도 강화 이후 비아파트 시장에서도 상품별 선별이 뚜렷해졌다"며 "세입자 입장에서는 빌라 전세의 불안이 커졌고, 투자자 입장에서는 오피스텔의 제도적 이점이 부각되면서 빌라가 양쪽 수요를 모두 붙잡기 애매한 위치가 됐다"고 말했다.

    전세사기 대응과 반환보증 제도 정비 이후 과거 '주거 사다리'로 불렸던 빌라의 기반 자체가 서울 비아파트 시장에서 빠르게 약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