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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미분양관리지역에서 분양 참패 소식이 이어지면서 제도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미분양관리지역은 정부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보증 심사를 까다롭게 해 추가공급을 막겠다는 의도지만 오히려 '인기가 없는 지역'이란 낙인을 찍어 미분양을 더 늘린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부 지역은 미분양 관리지역에서 해제해 달라며 정부에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나섰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인천시 서구는 이날 국토교통부와 HUG에 미분양관리지역에서 해제해 달라고 요구하는 공문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미분양관리지역은 HUG가 △미분양증가 △미분양 해소 저조 △미분양 우려 △모니터링 필요 등이 요구되는 지역을 지정해 발표한다. HUG는 지난 3월부터 미분양 물량이 늘자 검단신도시를 포함한 서구를 미분양관리지역으로 지정했다.
특히 검단신도시에는 지난 5월 기준 7개 아파트 단지 8067호가 공급됐으며 이중 21%에 해당하는 1700가구 가량이 미분양 상태다. 게다가 앞으로 62개 단지 6만6396가구 추가 공급을 앞두고 있어 추가 미분양 물량 발생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서구는 이 때문에 최소한 검단신도시의 이미지를 개선하고 장기침체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검단을 미분양관리지역에서 해제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서구 측은 국토부에 보낸 공문에서 "미분양관리지역 지정으로 주택 수요자의 관심이 급격히 추락하고 있다"며 "미분양관리지역 제도가 오히려 신도시와 주변 지역 주택매수 심리 위축과 서울지역 과밀화를 심화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올해 수도권 미분양 관리지역에서 분양한 아파트 대부분이 미분양사태를 겪고 있다. 현재 수도권에서 미분양관리지역에 선정된 곳은 경기도 이천·평택·화성·안성시와 인천시 중·서구가 있다.
아파트투유에 따르면 최근 서희건설이 경기 화성시 남양읍에 분양한 '화성시청역 서희스타힐스 1·2·3단지'는 일반분양 686가구 모집에 552명이 신청하는데 그치며 미분양 단지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 1월 대방건설이 분양한 '화성송산그린시티 대방노블랜드' 역시 967가구를 모집했으나 411명이 신청하는데 그쳤다. 우방의 '화성 우방 아이유쉘 메가시티' 1·2단지도 지난 5월 분양시장에서 참패를 맛봤다.평택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대우조선해양건설이 지난 3월 분양한 '평택 뉴비전 엘크루'는 1391가구 모집 중 70건만 접수돼 1321가구가 빈집으로 남았다.
이런 상황에 정부는 미분양 관리지역의 선정기준을 연말부터 강화한다. 지난 3일 정부 관계부처가 합동으로 내놓은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 따르면 주택 시장의 효율적인 수급 관리를 위해 해당 지역의 주택 재고수 대비 1년간 분양승인 실적이 10%를 넘으면 미분양 관리지역으로 지정한다.
현재는 미분양 주택수가 500가구 이상인 시군구 중에서 미분양 가구수 증가여부, 인허가실적, 청약경쟁률 등을 검토하던 것에서 강화된 것이다. 미분양관리지역으로 선정되면 분양보증 예비·심사 등을 거쳐야 하는 탓에 주택 사업은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즉 공급과잉을 막아 미분양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사업성이 없는 지역의 분양시기 등은 자체적으로 조정하고 있는 만큼 시장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더욱이 정부가 미분양 관리지역으로 지정하는 것이 되레 인기 없는 지역임을 반증하며 분양에 걸림돌이 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미분양관리지역에서 분양을 준비 중인 한 건설사 관계자는 "미분양관리지역으로 지정되지 않더라도 자체 시장 조사를 통해 공급 과잉이 우려되는 지역은 사업 시기를 늦추는 등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며 "오히려 미분양관리지역 지정은 실수요자 입장서도 매입을 꺼리게 하는 오명과도 같기 때문에 분양이 어렵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