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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되면서 대한항공을 비롯한 항공업계가 잔뜩 긴장하고 있다. 땅콩회항의 피해자로 알려진 박창진 사무장 때문에 관련 법안이 개정된 탓이다. 대한항공은 이를 계기로 직장 내 갑질문화가 없어질 수 있도록 여러가지 방안을 시행할 계획이다. 다만 애매한 기준으로 혼란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도 제기된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의 시행으로 각 기업들은 물론 가해자로 지목될 수 있는 관리자들의 근심이 커지고 있다.
특히, 대한항공은 이른바 땅콩회항과 물컵사건 등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탓에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대한항공은 갑질기업의 오명을 벗고, 직장 내 괴롭힘 방지를 위해 우선 취업규칙 조항을 신설했다.
사내 온라인 게시판에 신고센터를 신설해 직장 내 괴롭힘 사례를 언제든지 손쉽게 신고할 수 있도록 했다. 신고 접수가 이뤄질 경우 조사를 통해 잘잘못을 따질 계획이다.
또 모든 관리자를 대상으로 직장 내 괴롭힘이 생기지 않도록 교육도 실시한다. 일반 직원을 대상으로도 온라인 정기 교육을 통해 서로가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조원태 회장의 의지도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와 달리 젊고 활기차며 소통하는 기업문화를 지향하고 있어서다. 대한항공은 관련 법으로 피해자가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아시아나항공도 상황은 비슷하다. 지난 1일부로 취업규칙을 개정했으며, 하반기에 온라인 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다. 사내 포털에 고충 및 신고센터도 만들었다.
LCC(저비용항공사)의 맏형인 제주항공도 취업규칙 개정을 이달말 목표로 진행 중이다. 사내 온라인 신고센터는 지난해부터 이미 운영 중이며, 다음달에 관리자 대상 교육도 실시할 계획이다.
한편, 직장 내 괴롭힘은 직장에서의 지위 및 관계상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켰을 경우에 해당된다.
하지만 기준이 애매하기 때문에 혼란이 가중될 것이란 우려도 있다. 아울러 직장 내 소통에 있어서도 단절이라는 부작용이 초래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불필요한 언행을 삼가면서 아예 대화가 근절되고 극단적 개인주의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업무에 있어서도 개선된 방향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미진한 상황에서 마무리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미흡한 점이 있어도 보완지시를 제대로 하지 못할 수 있다는 얘기다. 향후 여러가지 논란과 잡음이 끊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