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준의 재계 프리즘] 불화수소가 대기업 탓?… 그럼 정부는 20년간 뭘했나

일본과의 경제분쟁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강대강 대치가 이어지면서 해법 찾기도 지난한 모습이다.

민관정이 한 목소리를 내며 총력 대응에 나서야 할 절박한 시점이다. 이런 가운데 박영선 중기벤처부 장관의 돌발 발언이 논란이 되고 있다.

박 장관은 18일 대한상의가 주최한 제주포럼에서 “국내 중소기업도 불화수소를 만들수 있는데 대기업이 안 사준다고 한다”며 뜬금없이 대기업 탓을 했다.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 해법이 있었음에도 대기업이 외면했다는 취지로 몰아세웠다.

같은 포럼에 있던 최태원 SK 회장은 “국내 중소기업도 불화수소를 생산하기는 하지만 반도체 생산 공정마다 필요한 크기나 분자구조가 다르다”며 “대기업이 국내 불화수소를 쓰지 않는 것은 품질 때문이지 일부러 안 쓰는게 아니다”고 해명했다.

그러자 박 장관은 다시금 SNS에 “첫 술에 배부를 수 있을까요”라며 “만약 20년전부터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함께 R&D 투자를 하면서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고 했다면 지금의 상황은 어땠을까요”라고 재반박했다.

대기업 탓을 저변에 깔고 있는 언급이었다. 과연 그럴까.

우선 기업들은 이윤을 추구한다. 감정적으로 경영활동을 하지 않는다. 손해보는 장사를 하지 않는다. 국내 중소기업의 불화수소가 품질, 가격, 안정적 공급 등 여러가지 요건을 충족했다면 삼성이나 SK가 구매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굳이 일본에서 수입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최태원 회장은 품질 측면에서 국내 제품이 미흡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것으로 박 장관의 의문점이 풀렸어야 한다.

박 장관에게 역으로 묻고 싶다. 그럼 정부는 20년전부터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투자를 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고 세제 혜택을 줬는지라고. 국산 불화수소가 품질 및 가격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정부는 어떤 지원을 했는지, 어떤 노력을 했는지 궁금하다.

박 장관이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기에 중소기업을 대변해야 한다는 것은 이해못할 바 아니지만 작금의 발언과 반박은 허허롭다.

중기벤처부 장관이지만 한 나라의 국무위원으로서 좀 더 신중해야 한다.

현 정권은 애써 외면하고 있지만 이번 한일갈등은 정치·외교적으로 풀어야 한다. 눈 앞의 해법을 외면한 채 먼길만 돌아가는 대응이 사태를 더욱 꼬이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한일경제갈등의 확전은 일차적으로 정부의 책임이 크다. 그것을 대기업이 중소기업과 협력하지 않고 상생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잘못된 판단이다.

박 장관이 정부의 종합 대책 수립에 있어 중소벤처기업부 수장으로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다시 한번 진지하게 고민하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