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재건축 중심 거래 급감… 집값 상승세 제동'분양가상한제' 소식에 "실수요자, 내 집 마련 무기한 연기""집값 안정 주장 정부, 의도 달리 오히려 서민 주거여건만 악화"
  • ▲ 지난주(15일 기준) 주요 지역 아파트 전세가격 동향.ⓒ한국감정원
    ▲ 지난주(15일 기준) 주요 지역 아파트 전세가격 동향.ⓒ한국감정원

    정부가 민간택지에도 분양가상한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히면서 서울 아파트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최근 강남 재건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거래가 줄면서 집값 상승세에 제동이 걸린 반면 전셋값은 상승세로 돌아섰다.

    분양가상한제로 새 아파트 분양가 하락이 예상되자 투자자뿐 아니라 실수요자들도 당분간 관망세로 돌아선 것으로 풀이된다. 분양가 하락을 통해 집값 안정을 꾀하려던 정부 의도가 오히려 서민들의 주거여건을 악화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2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18일까지 서울에서 거래된 아파트 건수는 총 497건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서울에서 거래된 아파트 건수가 6000건에 달하는 것을 생각하면 보름이 지났지만 10분의 1도 안 되는 수준이다. 아직 신고가 안 된 거래 건수를 감안하더라도 최근 주택 거래가 대폭 줄었다.

    이는 정부가 현재 공공택지에만 적용하는 분양가상한제를 민간택지로 확대 적용하겠다고 발표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이에 강남 재건축을 중심으로 달아올랐던 매수세가 꺾이면서 집값 상승폭이 줄고 있다.

    반면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된 새 아파트를 기대하며 전세에 머무는 실수요자들이 늘고 있어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의 전세 가격이 상승세로 전환했다.

    한국감정원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에 따르면 7월 셋째주 (15일 기준) 서울의 전세 가격은 0.02%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 전셋값은 지난해 10월 말 이후 34주 동안 하락세를 기록하다 지난달 중순에서야 하락세를 멈췄다. 이후 3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서울에서 전세값이 오른 지역은 강남구, 서초구 등 재건축 아파트가 몰려 있는 강남 지역이다. 서초구는 지난주 0.12% 급등했다.

    실제 부동산 중개업소에 따르면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84㎡는 현재 전셋값이 13억5000만∼14억원으로, 지난 5월 12억원 후반대에서 두달만에 1억원 이상 상승했다.

    반포 '래미안퍼스티지' 전용 84㎡도 현재 전셋값이 13억원으로 지난 5월에 비해 5000만∼1억원 올랐다. 재건축을 추진중인 대치 '은마아파트' 전용 76㎡ 전셋값은 4억5000만∼5억원으로, 연초 3억5000만원까지 떨어졌다가 회복했다.

    대치동 인근 한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서초구 내 재건축 이주 수요와 여름방학을 맞아 강남으로 이주하는 수요가 증가하면서 가격 상승을 이끌고 있다"며 "분양가상한제 도입 소식이 알려지면서 집을 사기 보다 전세를 선호하는 영향도 크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분양가상한제마저 시행되면 전세가격이 급등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수요자들이 관망세로 돌아서면서 전세 수요만 늘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 한 전문가는 "상한제가 도입된 새 아파트를 받기 위해 전세를 유지하려는 '전세 선호 현상'이 이어질 수 있다"며 "전셋집에 거주하는 서민들이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