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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가 최근 추가경정(추경)안을 처리하면서 일본의 對한국 수출규제 대응을 위한 정부의 예산 집행이 가능해졌다. 특히 부품소재 국산화 비용은 삭감되지 않아 눈길을 끈다. 포항지진, 강원산불 등 재해 지역 지원과 선제적 경기 하방 리스크 대응을 위한 재정 집행 등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확정된 추경은 모두 5조8269억원 규모다. 여야는 예산 심의 과정에서 일자리, 복지 예산은 깎고 재난지역 지원, 안전투자 예산은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문재인 정부의 세 번째 추경인 이번 안은 국회 제출 99일 만에 통과되면서 역대 추경 통틀어 두 번째로 긴 국회 계류기간을 기록했다. 정부는 추경안 통과가 늦어진 만큼 두 달 안에 70% 이상을 집행해 추경 효과를 극대화하는 데 만전을 기할 계획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6조7000억원 규모의 추경안을 제출한 뒤 지난달 초 일본의 '경제보복' 이후 이에 대응하기 위한 예산 2732억원의 증액을 요청했다. 국회 심의 과정에서 여야는 정부안 6조6837억원에서 1조3876억원을 감액하는 대신 5308억원을 증액해 전체적인 순감 규모는 약 8568억원이라고 기획재정부는 밝혔다.
적자 국채 발행 규모는 당초 3조6409억원에서 3066억원 감액됐다. 올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37.2%가 될 전망이다.
통합재정수지에서 4대 보장성 기금을 제외해 정부의 실제 재정 상태를 나타내는 관리재정수지는 42조3000억원 적자로, GDP 대비 적자 규모는 2.2%에 머물렀다.
분야별로 보면 총 지출 기준 R&D가 3000억원 순증됐다. 반면 보건·복지·노동 6000억원, 교육 1000억원, 산업·중소기업·에너지 1000억원, SOC 1000억원이 각각 순감됐다.
사업별로 보면 일본 수출규제 대응과 관련, 해외 의존도가 높은 부품·소재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R&D, 실증, 사업화, 양산 지원 등의 사업 예산이 크게 늘어났다.
대일의존 핵심품목을 중심으로 기술개발을 조기에 추진하기 위해 소재부품 기술개발 650억원, 중소기업기술혁신개발 217억원 등 957억원이 증액됐다.
기술은 이미 확보됐으나 신뢰성이 낮아 상용화되지 못한 품목의 성능평가 지원과 테스트장비 구축을 위해 1275억원을 배정했다.
부품·소재 양산 가능 기업의 국내 생산능력 확충을 위해 500억원의 자금을 확보했다. 또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추가소요에 목적예비비를 활용할 수 있도록 예산총칙에 지원 근거를 마련했다.
강원 산불, 포항 지진 등 재난지역 지원예산도 피해주민의 주거안정, 소상공인의 경영정상화, 지역경제 활력 제고를 중심으로 945억원 증액했다.강원 산불과 관련, 경영상 어려움에 처한 소상공인의 조속한 재기지원, 피해주민의 창고·축사 등에 대한 철거비용 일부지원 등을 위해 385억원을 늘렸다.
포항 지진 피해민의 주거안정을 위한 공공임대주택 350호 건립을 지원하기 위해 333억원을 증액했다. 현지 산업단지에 입주하는 기업에 저가부지 제공을 위한 임대산단 조성을 신규 지원(+168억원)하고, 영일만한 국제여객터미널 건설을 위한 지원(+10억원)하기로 했다.
최근 문제가 되는 수돗물 문제 대응, 불법방치 폐기물처리 등 안전투자 관련 예산도 증액됐다.학교·유치원·어린이집의 정수기 설치, 필터 교체 등 지원을 위해 278억원을 늘렸다.
전국 노후 상수관로의 누수와 오염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한 정밀조사 실시 예산도 100억원 증액했다.
내년 이후 계획돼 있던 시·군 지역의 노후 상수도 개량을 앞당겨 올해부터 조기 착수하기 위해 827억원을 증액했다.
불법방치 폐기물 처리물량을 대폭 확대(42만→58만톤)하기 위해 123억원을 늘렸고, 지하역사에 공기질 개선장치를 추가 설치(+224대)하기 위해 239억원을 증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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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국회 심사 과정에서 야당이 '총선용 예산'이라며 최대 쟁점으로 삼았던 일자리 관련 예산은 삭감됐다.
행정안전부의 지역주도형 청년일자리 사업(-12억원), 희망근로 지원사업(-240억원), 지역공동체일자리(-66억원) 등이 대표적이다.
고용노동부의 구직급여(-4500억원), 고용창출장려금(-720억원), 전직실업자 등 능력개발지원(-410억원), 신중년사회공헌활동 지원(-41억원), 취업성공패키지 지원(-34억원) 등도 큰 폭으로 깎였다.
복지 예산 중에서는 보건복지부의 의료급여경상보조(-762억원), 생계급여(-54억원), 저소득층 미세먼지 마스크 보급(-129억원), 산업통상자원부의 에너지 바우처(-8억원) 등이 삭감됐다.
이밖에 산업부의 신재생에너지금융지원, 신재생에너지보급지원 예산도 각각 330억원, 100억원 삭감됐다.
환경부의 농어촌 마을 하수도 정비(-146억원), 대기개선추진대책 중 차세대 원격감시장비 도입(-179억원), 전기차 보급 및 충전 인프라 구축(-151억원) 등도 삭감됐다.
정부는 전날 임시 국무회의를 열어 추경 배정계획안을 심의·의결했다. 추경 재원은 이르면 4일부터 풀릴 전망이다.
정부는 추경예산이 하루라도 빨리 사용될 수 있도록 행정절차를 최대한 단축하고 사업 집행절차를 조속히 진행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추경 사업을 실시간으로 관리하는 체계를 즉시 가동하고 매달 기재부 2차관 주재로 재정관리점검회의를 개최, 추가예산 현장 실집행상황을 점검하면서 집행을 독려할 계획이다.
신속성이 생명인 추경안이 국회 제출 후 99일 만에 통과돼 이미 시간이 많이 지연됐기 때문이다.
앞서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국회 추경 심의 과정에서 "추경안이 확정되면 두 달 내 추경 예산의 70~80%를 집행할 생각"이라고 수차례 강조한 바 있다.
추경안이 국회에 제출된 후 처리되기까지 걸린 99일은 106일이 걸린 2000년 추경 이후 가장 긴 시간이었다. 이번 추경안은 문 정부 들어 세 번째로 편성된 것으로, 재작년과 작년에는 각각 국회 제출 후 45일이 걸렸다.
정부는 이번 추경안을 제출하면서 GDP 성장률을 0.1%p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으나, 추경안 처리가 늦어져 당초 예상한 효과를 내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벌써 나온다.
홍남기 부총리는 추경 처리가 늦어진 것과 관련 "6조7000억원의 정부 추경안을 토대로 계산한 경제성장률 견인도가 0.09%p였는데, 국회 심사가 늦어짐에 따라 견인도가 당초 예상보다 약화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