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우리 화이트리스트에서 일본 제외카드 ‘만지작’재계, 복잡해진 셈법… 양국 관계 악화 조짐에 장기대책 구상청와대와의 잦은 스킨십에도 부담 더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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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계가 정부의 일본 강경대응에 남모를 속앓이를 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일본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려는 등 양국 관계 악화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어서다. 특히 이런 어려움을 하소연할 경우 자칫 친일 프레임에 묶일 수 있어서 더욱 답답한 상황이라는 것. 

    5일 재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2일 일본이 우리나라를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우대국)에서 제외하자 '맞불' 차원에서 정부 역시 일본을 배제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정부는 외교적 해결을 위한 노력을 지속하는 한편 일본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정부가 강경대응 입장을 밝히면서 재계의 셈법은 복잡해졌다. 일본 수출규제로 소재·부품의 국산화와 수입선 다변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한일 관계가 더욱 악화될 경우 장기적 플랜을 하루빨리 구상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정부가 일본에 맞불을 놓는 것에 국민 입장에서는 최선이라고 생각하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최악이라고 생각한다”며 “양국은 정치외교적 문제를 떠나 수많은 관계로 연결된 우방국으로, 대립각을 세울수록 경제적 측면에서의 손해는 더욱 커진다”고 전했다.

    아울러 사태가 커진 후 수습에 나서려는 정부의 스킨십에 부담도 느끼고 있다. 청와대는 일본 수출규제와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이 재계 총수들과 다시 만남의 자리를 갖도록 하는 안을 고려 중이다. 

    이에 앞서 청와대가 설치한 일본 수출규제 관련 상황반 반장을 맡고 있는 김상조 정책실장이 주요그룹 부회장급 인사와 먼저 만날 것으로 보인다. 김 실장은 오는 8일 4대그룹 부회장급 인사와 조찬 회동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일본 수출규제 대응책으로 정부가 꺼내든 정책들의 실효성에 관한 피드백을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단, 재계에선 청와대와의 접촉을 반기는 입장 보다 우려하는 목소리가 더 크다. 최근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최태원 SK 회장의 ‘신경전’에서 드러난 것처럼 부품·소재의 높은 대일 의존도와 낮은 국산화가 대기업 탓이라는 책임론이 부각되고 있어서다.

    주요기업 관계자는 “생산라인에서 어떤 부품과 소재를 사용할지는 기업의 자유”라며 “국산제품을 쓰지 않아 ‘탈일본’에 실패했다는 정부의 지적은 핵심을 제대로 짚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통상규제 확대에 따른 손해를 계산해 대응책을 마련하고 실행해야할 중요한 시기”라며 “이 상황에 청와대와의 접점이 늘어나는 것은 오히려 관계 개선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주요기업 총수들은 휴가 없는 바쁜 여름을 보내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1차 수출규제 직후 일본을 찾아 사태수습에 만전을 기했다.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과 최태원 회장 역시 휴가를 떠나는 대신 대내외 현안 챙기기에 몰두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