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한일 관계 더 악화될까 전전긍긍“숲보다 나무 봐야 할 때”… 거대담론 보다 구체적 대응 프로세스 필요산업부, 삼성전자 이용해 반일감정 조장 ‘빈축’… 트윗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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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계는 문재인 정부가 일본 경제보복의 대응카드로 꺼낸 ‘남북경협’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부품소재 확보 등 전방위적 대책 마련에도 바쁜 시기에 남북경협까지 챙겨야하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5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일본경제가 우리 보다 우위에 있는 것은 경제규모와 내수시장”이라며 “남북간 경제협력으로 평화경제가 실현된다면 단숨에 따라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메시지는 지난 2일 일본이 우리나라를 전략품목 수출우대국가인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한지 3일 만에 나온 대응책이다. 경제문제 해결을 위해 양국 관계 개선에 나서지 않고 강경대응으로 사태를 진압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그러나 재계에선 남북경협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일본 수출규제로 인한 피해가 일파만파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시동조차 제대로 걸리지 않은 남북경협으로 대응한다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지적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일본과의 문제는 일본과 풀어야하는데 갑자기 북한을 얘기하는지 모르겠다”며 “기업 입장에서는 정부 방침에 따라 남북경협 활성화를 고민해야 하는데, 이로 인해 일본과의 관계가 더욱 좋지 않은 방향으로 흐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는 조만간 주요기업과 만나 대일 해법을 논의한다. 먼저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오는 8일께 삼성과 현대차, SK, LG, 롯데 등 5대그룹의 부회장급 인사를 만난다.

    김 실장은 이 자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강조한 남북경협에 주요기업이 앞장서줄 것을 주문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후 문재인 대통령과 5대그룹 총수들의 만남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내놓은 남북경협이라는 ‘거대담론’에 회의적인 입장을 보이는 이들도 적지 않다. 급한 불인 반도체 산업에 국가역량을 총동원해 디테일한 대응 프로세스를 만들어야 하는데 아직 실현 가능성이 불확실한 남북경협과 평화경제를 해결책으로 내놓아서다.

    다른 재계 관계자는 “남북경협이 1~2년 안에 해결될 문제인가”라며 “지금은 숲보다 나무를 봐야할 시기다. 수출규제로 가장 큰 피해가 예상되는 분야부터 차근차근 대응에 나서야 할 때”라고 전했다.
  • ▲ 산업통상자원부가 최근 트위터에 게재한 글. ⓒ산업부 SNS
    ▲ 산업통상자원부가 최근 트위터에 게재한 글. ⓒ산업부 SNS
    한편, 일각에선 정부가 정치외교적 문제로 발생한 사태 해결을 위해 기업을 이용하고 있다고 판단한다. 현 정부는 적폐청산을 목표로 기업을 수차례 압박해왔다. 그러나 국가적 위기가 찾아오니 사실상 기업에 재차 손을 벌리는 모양새다.

    일례로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삼성전자를 활용해 반일감정을 조장해 빈축을 샀다. 일본의 경제보복에 ‘매운맛’을 보여주자며, 소니와 도시바, 파나소닉 등 일본의 대표 IT기업의 영업이익을 합쳐도 삼성전자 보다 못하다고 알렸다.

    재계는 위기상황이 찾아오니 ‘적폐’라고 점찍은 기업의 실적까지 내세운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비판이 목소리가 커지자 산업부는 이날 오후 트윗을 삭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