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압변압기 미국 수출물량 관련 332억원 반덤핑 관세 추징받아미국 보호무역주의에 따른 피해…4월에도 426억원 추징금 부과2분기 적자 폭 커져 실적 악화…재무구조 개선 노력에도 '암울'
  • ▲ 현대일렉트릭의 선박용 제어시스템. ⓒ현대일렉트릭
    ▲ 현대일렉트릭의 선박용 제어시스템. ⓒ현대일렉트릭
    현대중공업그룹 계열사인 현대일렉트릭에 악재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5월 '비상경영체제'를 선포한 이후 자금 충당에 나서고 있지만, 실적 악화에 미국 반덤핑 관세 부과로 인한 불확실성 가중으로 어려움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관측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일렉트릭은 고압변압기의 미국 수출물량과 관련해 332억원의 반덤핑 관세를 추징받게 됐다. 과거 현대일렉트릭의 전신인 현대중공업 전기전자사업부가 미국에 수출했던 고압변압기를 놓고 국제무역법원이 반덤핑 관세율을 60.81%로 최종 판결한 것이다.

    이는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에 따른 조치로 해석된다. 미국이 자국 시장 보호를 위해 초고압변압기 경쟁력을 지닌 국내 기업들을 타깃으로 삼은 것. 특히 국내 기업 가운데 60MVA급 이상의 초고압변압기를 미국에 가장 많이 수출하는 현대일렉트릭이 가장 큰 피해를 입게 됐다.

    현대일렉트릭은 이번 332억원의 추징금 외에도 지난 4월 426억원의 추징금을 부과받았다. 이는 분할 전 현대중공업 전기전자시스템사업본부가 2016년 8월부터 2017년 4월까지, 분할 후 현대일렉트릭이 2017년 4월부터 2017년 7월까지 각각 수출한 고압변압기(60MVA 이상)의 물량이다.

    현대일렉트릭 측은 항소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그렇지만 해외 매출 비중이 40% 이상인 상황에서 주요 시장인 미국에서 수백억원 대 추징금을 물어야 한다는 점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당장에 미칠 영향은 미미할 수 있지만, 불확실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현대일렉트릭은 지난 2017년 현대중공업에서 인적분할되며 자립했다. 전기전자제품 솔루션 전문업체로 변압기와 차단기, 배전반 등을 제조·판매한다. 변압기 부문에서는 국내 1위, 글로벌 5위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이 외에도 선박에 전장시스템을 구축하고 제어기술, 회전기, ESS(에너지저장장치) 등을 제공한다.

    하지만 이러한 우수한 시장 경쟁력을 갖추고도 분할 이후 국내외 악재에 시달리고 있다. 보호무역주의 기조에 따른 반덤핑 관세 영향 외에도 2015년 유가 하락으로 중동 지역의 수주 물량이 꾸준히 줄고 있는 것도 어려움을 가중시켰다. 여기에 조선업 불황으로 선박용 전력 설비 공급도 줄어든 상태다.

    실적에도 어려움이 고스란이 드러난다. 현대일렉트릭은 2분기 연결 기준 80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적자전환했다. 1분기에 이어 2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간 것인데, 적자폭은 더 커졌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4052억원으로 20.2% 감소했다.

    최광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일렉트릭의 주요 사업인 전력기기 시장의 침체가 계속되고 있고 주력 수출 시장인 중동도 작년보다 위축된 상태"라며 "밸류에이션(평가가치)을 높이려면 업황과 실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현대일렉트릭은 지난 5월 초 비상경영에 돌입하고 현대중공업으로 임직원 전직을 추진하는 동시에 선택과 집중을 통한 경쟁력 강화에 나선다고 밝혔다. 이에 사용하지 않는 용인 연구소를 현대오일뱅크와 현대건설기계에 매각키로 결정하는 등 재무 구조 개선에 힘쓰고 있다.

    정명림 현대일렉트릭 사장은 당시 담화문을 통해 "미국의 반덤핑 고관세 부과와 중동시장 회복지연, 신흥국가 가격 경쟁력 강화로 수주가 급감했다"며 "국내 시장 역시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전력기기 수요가 감소하고, 탈원전·탈석탄 정책으로 발전시장 침체가 지속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업계에선 현대일렉트릭의 노력에도 당분간은 실적 반등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지주사인 현대중공업지주에 기댈 수도 없는 상황이다. 현대중공업지주는 현대일렉트릭의 주주가치 제고 차원에서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현대일렉트릭 지분 매입에 나섰지만, 대우조선해양 인수 자금 마련으로 지난 2월 이후부터 추가 지원이 전무하다.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현대일렉트릭이 재무개선 노력을 지속하고 있지만 등급 전망을 위해서는 실적이 받춰줘야 한다"면서 "업황이 좋지 않은 만큼, 지속 성장을 위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때"라고 내다봤다. 
  • ▲ 정명림 현대일렉트릭 대표이사 사장. ⓒ현대일렉트릭
    ▲ 정명림 현대일렉트릭 대표이사 사장. ⓒ현대일렉트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