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소재 이슈 불구 '세계 최초' 신제품 행렬삼성전자, SK하이닉스 글로벌 경쟁력 재확인 '수급 다변화+국산화' 기반 메모리 이어 시스템LSI 점령 정조준
  • ▲ 충남 천안사업장 반도체 라인을 돌아보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최고경영진 모습 ⓒ삼성전자
    ▲ 충남 천안사업장 반도체 라인을 돌아보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최고경영진 모습 ⓒ삼성전자
    지난해 초호황기를 지나 가격하락이 이어지던 가운데 일본이 핵심 소재 수출 규제까지 나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반도체업계가 신기술 개발 의지를 이어가고 있어 눈길을 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메모리 반도체에 이어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까지 기술 리더십을 발휘하며 위기 속에서도 더 탄탄한 경쟁력을 입증하고 있다는 평가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일본의 반도체 핵심 소재 수출 규제와 잇따른 화이트리스트 제외로 추가 규제까지 맞닥뜨린 상황에서도 '세계 최초' 신제품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세계 최초로 '1억 800만 화소' 모바일 이미지센서 '아이소셀 브라이트HMX'를 이달부터 양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 5월 삼성전자가 6400만 화소 이미지센서를 개발한지 3개월 여만에 화소수를 70% 가까이 늘린 신제품 개발에 성공한 셈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4월 '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한 이후 반도체 사업에서 유례없는 속도전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반도체 비전 2030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 이처럼 신기술 개발 성과를 속속 선보이고 있어 삼성의 전략적 지향점이 더욱 명확하게 드러났다는 평가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비전 2030을 선언하면서 이미지센서와 파운드리 등 두 축을 시스템 반도체 분야 핵심 과제로 꼽은 바 있다.

    SK하이닉스도 주력사업인 D램에서 기술 리더십을 이어가고 있다. 풀(Full) HD급 영화(3.7GB) 124편 분량의 데이터를 1초에 처리할 수 있는 수준의 고대역폭 D램 개발에 성공해 4차 산업 기반 시스템 시장을 직접 겨냥했다. 이전 제품 대비 처리 속도를 50% 개선한 이번 신제품으로 초고속 특성이 필요한 고성능 GPU와 머신러닝, 슈퍼컴퓨터, 인공지능(AI) 등의 시장에서 각광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SK하이닉스는 새로 개발한 고사양 D램을 내년 본격 양산에 들어간다. 내년에는 이 제품이 주로 쓰이는 4차 산업 기반 시스템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는 시점으로 내다보고 있어 이 시장을 이끌어간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신기술 개발이 더욱 주목 받는 데는 최근 국내 반도체업계가 마주하고 있는 상황이 한 몫했다. 지난해 반도체 초호황기를 끝낸 이후 수요 감소에 따른 반도체 가격하락 등으로 보릿고개가 한창인데 더해 일본이 소재 수출 규제까지 나서 상황은 더욱 곤란해졌다.

    더구나 일본이 특히 국내 반도체산업의 미래로 여겨지는 시스템 반도체 분야를 타깃으로 삼으면서 위기감은 고조됐다. 일본은 지난달 4일 한국으로 수출되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핵심소재 3종에 대한 규제 수위를 높이면서 삼성전자가 일본으로부터 90% 이상을 수입하고 있는 극자외선(EUV)용 포토레지스트(감광제)를 규제 품목에 올렸다. 이 EUV 기술은 반도체업계에서 삼성전자와 대만의 TSMC 정도만이 적용하고 있는 최첨단 공정으로, 미래 한국 반도체 산업을 이끌어갈 핵심을 일본이 저격했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느끼고 있다.

    결국 일본의 이 같은 도발로 국내 반도체업계의 '세계 최초' 기술력 확보 시계는 더 빨라졌다. 더불어 반도체 핵심 소재처 다변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게 되는 계기를 마련하면서 한국 반도체의 '탈(脫) 일본'에도 속도가 붙을 것이란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