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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의권을 확보한 현대·기아차 등 완성차 노조가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한일 경제전쟁 등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파업으로 인한 비난 여론 등 역풍을 우려해서다. 파업 카드는 잠시 접어뒀지만 집중교섭에서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하면 또 한번 투쟁에 나설 수 있어, 사실상 명분쌓기에 불과하단 지적은 여전하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조는 이날 오후 2시 사측과 만나 임금 및 단체협상을 재개한다. 노사가 한자리에 모이는 것은 지난달 19일 노조가 교섭 결렬을 선언한 이후 26일만이다.
노조는 지난 13일 쟁의대책위원회를 열고 향후 계획에 대해 논의했다. 이날 회의에서 노조는 비상시국임을 고려해 20일까지 성실 교섭에 나서기로 했다. 다만 19일부터 모든 특근을 거부하기로 하며, 사측에 대한 압박 수위는 유지했다.
앞서 기아차 노조도 12일 쟁대위를 열고, 2주간 집중교섭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노조는 교섭이 지지부진할 경우 26일 또 한번 쟁대위를 개최, 투쟁 수위를 조절한다는 방침이다.
현대·기아차 노조는 하계휴가가 끝나기 전에 합법적인 파업권을 획득했다.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 중지 결정과 함께 파업 찬반 투표도 가결로 마무리지었다.
이런 까닭에 업계에선 이들 노조가 휴가 이후 곧바로 파업에 돌입할 수 있단 관측이 제기됐다. 양사 모두 교섭 결렬을 선언한 뒤 진전된 바가 하나도 없단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노조는 파업 대신 집중교섭을 택했다. 미중 무역분쟁, 한일 경제전쟁 등 대외 악재가 지속되는 이런 시기에 파업을 한다는 것이 큰 부담으로 작용했단 분석이다.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확산하고 있는 상황에 국민 감정을 건드려서 좋을 게 없단 심리적 압박도 더해졌다.
교섭 재개에도 갈 길은 여전히 멀다. 노조는 여전히 임금 인상과 정년 연장을 요구하고 있고, 사측은 들어주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현대차 노조는 올해 임단협에서 기본급 15만1526원 인상, 지난해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적용하는 안과 64세까지 정년 연장을 늘리는 내용도 요구안에 담았다.
기아차 노조는 ▲기본급 12만3526원 인상 ▲전년도 영업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정년 65세 연장 ▲인력충원 등을 요구하고 있다.
국내 대표 완성차인 현대·기아차 노조의 파업 저울질에 한국지엠, 르노삼성도 고민에 빠졌다. 한국지엠 노조는 쟁의권 확보에도 부분파업 등 별다른 조짐은 없는 상태다.
특히 지난 13일 카허 카젬 사장이 직접 긴급 경영현황 설명회를 열고, 노조의 협조를 구해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카젬 사장은 " 회사는 올해 투자, 고용, 신차 생산 준비 등을 계획대로 진행하고 있다”며 “성과가 나올 때까지 모든 임직원이 동일한 목표를 갖고 업무에 매진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어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차질 없는 생산과 제품 인도로 고객 신뢰를 잃지 않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노조의 교섭 재개를 명분쌓기에 불과하다 보고 있다. 곧바로 파업에 돌입하면 국민적 지탄을 받을 수 있어, 형식을 갖추기 위한 사전작업이란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교섭을 재개한다 했지만 간극차는 여전하다"며 "짧은 기간 내 합의점에 도달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집중교섭에도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한다면 이들에겐 파업할 수 있는 명분이 생기게 된다"며 "이번 교섭 재개는 이 모든 것을 고려한 노조의 고도 전략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카허 카젬 한국지엠 사장의 협조 요청에도 노조의 일방통행은 여전한 모습이다. 지엠 노조는 14일 인천시 부평구 한국지엠 본사에서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임한택 한국지엠 노조위원장은 대회사에서 "여러 가지로 우리를 둘러싼 환경과 시기적 상황들이 만만치는 않다"면서도 "사측이 바라는 것이 투쟁이라면 반드시 이번 파업 투쟁으로 분명한 결과물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