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韓 국회 합의 이행 안해 … 관세 25% 부과"한미 무역 합의 반년 만에 '휴지조각' 위기美, 韓 정통망법·온플법에 강한 불만쿠팡도 영향 줬을수도 … 산업장관, 조만간 방미
  • ▲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한미 정상회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5.10.29. ⓒ뉴시스
    ▲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한미 정상회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5.10.29.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무역합의 이전 수준인 25%로 다시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표면적인 이유는 한국 국회가 한미 간의 무역합의 이행에 필요한 법적 절차를 진행하지 않았다는 것인데, 숨은 의도가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향후 추이를 살펴야겠지만 상황이 악화할 경우 한미 관세 재협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한국 입법부가 미국과의 합의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면서 "이에 따라 난 자동차, 목재, 의약품 및 기타 모든 상호관세(국가별 관세)를 15%에서 25%로 인상한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이재명 대통령과 나는 2025년 7월 30일 양국 모두에 훌륭한 합의를 이뤘고, 2025년 10월 29일 내가 한국에 있었을 때 그 조건을 다시 확인했다"면서 "그런데 왜 한국 국회는 이를 승인하지 않았냐"고 반문했다.

    구체적으로 트럼프가 무엇을 문제 삼고 있는지 명확하지 않고, 관세 인상 시기도 언제부터인지 밝히지 않았지만 그가 언급한 한국 국회의 승인은 '한미 전략적 투자 관리를 위한 특별법안'(대미투자특별법)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한국과 미국은 지난해 7월 한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상한을 15%로 설정하고 대미 투자를 확대하는 내용의 무역 협정을 타결했고, 10월 경주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 뒤인 지난해 11월 13일 정상 간 안보·무역 분야 합의 내용을 정리한 공동 팩트시트를 발표했다.

    팩트시트는 한국이 3500억달러 규모 대미 투자를 이행하는 조건으로 미국은 한국산 자동차 등에 대한 관세를 15%로 인하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미국이 한국의 우라늄 농축 및 사용후핵연료 재처리와 핵추진잠수함 도입을 지원 또는 승인키로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후 더불어민주당이 지난해 11월 26일 국회에 대미투자특별법을 발의했고, 미국도 작년 12월 4일 관보 게재와 함께 한국산 자동차 관세를 15%로 소급 인하했다. 그러나 대미투자특별법은 국회에 제출된 채 현재까지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계류 중이다.

    일부에선 트럼프의 갑작스러운 관세 인상 통보가 국회 비준 문제 외에도 한국의 정보통신방법 개정안과 온라인플래폼 규제 시도 등이 영향을 준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미국은 무역 합의 이후 민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과 민주당이 발의한 온라인 플랫폼 규제법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출해왔다.

    정통망법 개정안은 허위조작정보 유통할 경우 손해액의 최대 5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을 하도록 규정한다. 온라인플랫폼법은 네이버·카카오·구글 같은 시장지배적 대형 플랫폼에서 불공정 행위 발생 시 기업 제제를 강화하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 미 국무부는 지난 15일 향후 5년간 외교 전략을 담은 '2026~2030 회계연도 전략계획(Agency Strategic Plan)' 문서에서 "외국 정부와 국제기구들이 '표현의 자유' 같은 기본권을 제한하는 법률·규정을 만들고 있고, 이런 법률들은 미국 기업에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국내외 미국인을 표적으로 삼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외국 정부가) 자국 내 정치적 목적을 위해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비자, 금융 제재를 포함한 모든 적절한 수단을 통해 이런 시도에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대한 한국 정부의 강경 대응도 트럼프의 '행동'을 부추긴 요인으로 지목된다. 

    쿠팡의 미국 투자자들은 지 난 22일(현지시간) 미 무역대표부(USTR)에 한국 정부의 쿠팡 관련 조치를 조사해 달라며, 관세 및 기타 제재를 포함한 적절한 무역 구제 조치를 요청했다. 이들은 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근거해 국제투자분쟁(ISDS) 중재 의향서를 한국 정부에 제출했다.

    미국 통상법 301조는 외국 정부의 불합리하거나 차별적인 조치가 미국 상거래를 제한한다고 판단될 경우 관세 부과 등 보복 조치를 허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쿠팡 투자자들의 청원이 트럼프에게 명분을 쥐어준 셈이다.

    트럼프의 갑작스러운 관세 인상 통보에 따라 한미가 합의한 무역 협정은 반년 만에 휴지조각이 될 위기다. 정부 통상당국은 트럼프의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캐나다를 방문 중인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조만간 미국을 방문해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을 만나 관세 협의에 나설 예정이다.

    청와대는 이날 대변인실 명의 공지를 통해 "미국 정부로부터 공식적인 통보나 세부내용에 대한 설명은 아직 없는 상황"이라며 "오늘 오전 정책실장 주재로 관계부처가 참여하는 대책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