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17일 집화분, 평소 1.5배 650~700만개휴가자 몰린 영남지역 대체기사 일요일도 배송"업종 특성상 단체휴가는 무리"
  • ▲ '택배 없는 날' 관련 기자회견을 갖는 택배노조 김태완 위원장 ⓒ 택배노조
    ▲ '택배 없는 날' 관련 기자회견을 갖는 택배노조 김태완 위원장 ⓒ 택배노조

    택배노조가 지난 16~17일 이틀간 ‘택배 없는 날’을 강행했다. 15일 광복절과 일요일 사이에 낀 근무일 이틀을 쉬어 나흘의 여름휴가를 보장하자는 취지였다.

    휴가엔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과 전국택배노동조합 등 종사자 단체 두 곳이 참여했다. 노조 측은 택배 없는 날에 1000여 명의 노조원이 동참한 것으로 추산했으며, 이들은 대부분 CJ대한통운에 소속돼있다.

    노조원 휴가 이틀간 현장은 혼란을 겪었다. 통상적으로 공휴일 다음 날의 현장은 쌓인 물량을 처리해야 해 더욱 바쁘게 돌아간다.

    CJ대리점연합회는 휴가 첫날인 16일 700만, 다음날 17일엔 650만 상자의 택배를 처리한 것으로 추산했다. 전국 일평균 물량인 450~500만의 1.5배 수준이다.

    지역 대리점과 본사에선 이틀간 대체인력을 투입해 배송을 진행했다. 휴가 노조원이 몰린 울산 등 영남 일부 지역에선 비(非)노조·직영 기사가 휴일인 일요일 저녁까지 배송을 진행하는 상황도 벌어졌다.

  • ▲ 16~17일 노조원 휴가로 처리하지 못한 물량이 쌓여있는 경남 창원 지역 터미널 ⓒ CJ대리점연합회
    ▲ 16~17일 노조원 휴가로 처리하지 못한 물량이 쌓여있는 경남 창원 지역 터미널 ⓒ CJ대리점연합회

    CJ대리점연합회 관계자는 “주중 공휴일이 끼어있는 날엔 평소대비 물량이 1.5배 늘어나며, 택배 없는 날 당일에도 물량이 평소와 비슷했다”면서 “휴가자가 몰린 영남지역에선 비노조 기사가 일요일까지 배송을 진행했으며, 해당 기간 동안 배송 지연 관련 고객사·소비자 문의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노조는 지난달 15일 기자회견을 열고 ‘택배 없는 날’을 제안했다. 당시 노조는 기사 휴가를 위해 8월 13일~15일 3일간 전 국민이 택배 주문을 자제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대리점 등 현장에서는 노조의 일방적인 휴가 통보가 사실상 파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일었다.

    물류학계에서도 현 시장 구조상 택배 종사자의 단체 휴가는 도입이 어렵다는 시각이다. 신속·연속성이 중요시되는 택배업 특성상 공감대를 얻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점에서다. 다만 종사자 처우 개선 측면에선 소비자와 업계 전반이 고민을 지속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다.

    익명의 학계 관계자는 “터미널·대리점·기사 간 연속적인 관계에 기반 한 택배업 특성상 단체 휴가 개념은 도입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라며 “빠른·익일 택배 등이 일상화된 국내 소비자 관점에선 종사자의 책임감 부재 등으로 인식하기 쉽다”고 평가했다.

    이어 “다만 이번 택배 없는 날을 계기로 종사자 처우 개선과 관련한 업계·소비자 간 폭넓은 논의가 가능할 것”이라며 “그 논의는 가격경쟁 위주의 현 시장 구조를 서비스 품질 경쟁으로 바꾸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일단 택배사와 기사 입장에서 충분한 수익이 보장돼야 서로를 배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