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 애플 지원, 삼성잔자 언급 파장화웨이 공백 메울 찬스, 애플 차지 가능성… 5G 등 걸림돌
  • ▲ 삼성전자 '갤럭시노트10', '갤럭시노트10플러스' 제품 이미지 ⓒ삼성전자
    ▲ 삼성전자 '갤럭시노트10', '갤럭시노트10플러스' 제품 이미지 ⓒ삼성전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애플의 팀 쿡 최고경영자(CEO)와의 대화를 통해 '관세 면제' 지원을 시사하면서 삼성전자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삼성이 세계 최대 IT시장인 미국에 일찌감치 5G폰을 내놓고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가운데 애플이 유리해진 가격정책으로 후공에 나설 수 있어서다. 애플이 아직 5G폰이나 폴더블폰 등을 내놓지 않고 있지만 그에 앞서 시장의 주도권이 애플로 다시 넘어가는 형국에 우려감은 커지고 있다.

    23일 관련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6일 애플 팀 쿡 CEO와 저녁식사를 함께하면서 애플이 미국의 대(對) 중국 관세 부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호소를 들었고 이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는 입장을 최근 밝혔다.

    팀 쿡 CEO가 호소한 내용은 애플이 아이폰 같은 휴대폰 관련 제품과 장비 대부분을 중국에서 만들어 미국으로 가져와 판매하기 때문에 대중국 관세 부과 대상이 된다는 점에서 출발했다. 미 정부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 같은 애플의 관세 불만에 "국내에서 부품을 만들면 관세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으며 관세 면제에 거부 의사를 표했지만 최근들어 애플에 동조하는 쪽으로 입장을 바꿨다.

    문제는 애플의 대중국 관세 면제 이슈를 언급하면서 삼성전자가 함께 도마 위에 올랐다는 점이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이나 관련 부품을 베트남과 인도에서 주로 생산하고 있어 미국의 대중국 관세 대상이 아니다. 베트남과 인도에서 생산된 제품은 세계무역기구(WTO) 정보기술협정(ITA)에 따라 무관세가 기본적으로 적용된다. 삼성전자 중국 공장에서 만든 스마트폰은 중국 내수용으로만 풀리고 있다.

    그만큼 최대 스마트폰 시장이자 안방인 미국에서 애플이 삼성전자를 견제하는 수준이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 1분기 기준으로 미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점유율 28%로 점유율 39%인 애플의 뒤를 쫓고 있다. 애플의 스마트폰 혁신이 이어지지 않았던 최근 몇 년 사이 삼성은 미국시장에서 서서히 존재감을 키우며 애플을 바짝 뒤따르고 있는 상황이다.

    더구나 삼성전자가 5G폰과 폴더블폰 등 혁신제품을 가장 먼저 선보이면서 내년까지 해당 제품 출시 일정이 없는 것으로 알려진 애플에는 상당한 위협이 되고 있다는 평가다. 다음달 아이폰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있는 애플은 일단 LTE폰을 출시할 것으로 알려졌고 내년까지도 5G폰을 출시할 계획이 서있지 않다는게 중론이다. 여기에 폴더블폰의 경우 출시 전망 자체가 거의 나오지 않는 상황이라 '혁신'의 상징으로 불렸던 애플이 삼성이나 화웨이 등에 비해 스마트폰 사업에서 고전하고 있다는 점은 부인하기 힘들어 보인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으로 화웨이가 미국시장에서 존재감을 잃고 있는 점도 애플이 이번 관세 면제 정책을 강하게 요구하는 배경으로 분석된다. 삼성과 함께 미국시장에서 애플을 빠르게 뒤쫓던 화웨이를 정부 차원의 규제로 완전히 제압하는데 성공하면서 이번에는 관세 완화를 무기로 삼성을 크게 견제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깔려있다는 게 업계 의견이다.

    이로써 삼성전자가 5G와 폴더블폰을 앞세워 스마트폰 시장 변화를 주도해가려 했던 전략에도 변수가 생겼다. 특히 미국시장에서는 중국의 화웨이 마저 설 자리를 잃어 삼성전자의 반사이익이 가능했던 상황에서 애플이 관세 정책 변화로 가격경쟁력을 얻게 되면 예상보다 점유율을 확대하는데 제한이 있을 수 있다는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이 제품 혁신이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최근들어서는 스마트폰 실적 비중까지 급감해 정부 찬스를 꺼내든 것 같다"며 "애플은 주춤하고 화웨이는 시장에 발을 들이지 못하는 상황에서 기회를 얻었던 삼성이 예상 외의 변수로 또 한번 고민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