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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한우 기아자동차 사장이 셀토스 흥행에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다. 비슷한 차급의 수요를 셀토스 혼자 집어삼키면서, 기아차 SUV 모델간 판매간섭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SUV 라인업에서 셀토스 쏠림 현상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여,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박한우 사장의 고심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2일 기아차 판매실적에 따르면 소형 SUV 셀토스의 지난 9월 판매량은 6109대를 기록했다. 셀토스는 8월(6109대)과 똑같은 판매량을 유지하며 여전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셀토스 판매량은 기아차 전 모델 가운데 2번째로 많다. 1위는 세단의 부흥을 이끌고 있는 K7이 차지했다. K7은 프리미어 출시로 지난 9월 6176대가 팔렸다. 이는 전년 동월 대비 106.1% 증가한 실적이다.
기아차는 하반기 선보인 두 모델의 활약에 힘입어 9월 국내 시장에서 4만2005대를 판매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선 17.3% 증가했다.
이같은 성적에도 박한우 사장이 활짝 웃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 셀토스 흥행으로 동급이 아닌 차종까지 판매간섭이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대 피해모델은 중형 SUV 스포티지다. 스포티지 9월 판매량은 전년 동월 대비 42.7% 감소한 1745대에 그쳤다. 스포티지는 셀토스가 본격 판매된 시점인 8월 1485대 팔렸다. 9월 판매량은 전월 대비 소폭 증가했지만 여전히 만족하기 어려운 수치다.
니로 역시 셀토스 인기에 직격탄을 맞았다. 니로의 지난 9월 판매량은 1414대로, 지난해 같은달과 비교해 29.3% 줄었다. 니로는 8월 1721대 팔리며 선방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타격을 받는 모양새다.
동급으로 분류되는 스토닉 판매는 처참한 수준이다. 스토닉의 지난 9월 판매량은 전년 동월 대비 60.9% 감소한 406대를 기록했다. 스토닉은 8월에도 476대만 팔리는데 그치며, 셀토스 출시 이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셀토스 흥행여파는 박스카 쏘울까지 번졌다. 쏘울은 올해 1월 후속모델 쏘울 부스터가 출시된 이후 올 상반기 월 평균 600대 이상의 판매량을 유지해 왔다.
하지만 7월 들어 367대로 줄더니 8월엔 175대로 급감했다. 쏘울의 9월 판매 역시 이전달과 비슷한 176대에 그쳤다.
셀토스는 경쟁모델 대비 큰 차체를 자랑한다. 4375mm의 동급 최대 전장과 넓은 러기지 용량(498ℓ)을 확보하며 실내공간이 최대 장점으로 꼽힌다.
이런 장점을 바탕으로 소형 SUV 왕좌 자리를 지키고 있는 쌍용차 티볼리를 잡고자 출시됐다. 하지만 정작 티볼리는 여전히 견고한 판매량을 유지하고 있다.
쌍용차에 따르면 티볼리의 9월 판매량은 전년 동월 대비 30.8% 감소한 2125대를 기록했다. 전월과 비교해서도 8.3% 줄었다.
언뜻 보면 티볼리 역시 셀토스의 판매 흥행에 영향을 받은 것처럼 보인다. 티볼리 판매 감소는 셀토스 영향보다 티볼리에어 단종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에 더 힘이 실리고 있다.
티볼리에어는 올 7월부터 생산이 중단되며 단종 수순에 들어갔다. 따라서 월 1000대 가량을 책임졌던 판매량도 급감했다. 8월 판매는 139대, 9월엔 136대를 기록했다.
문제는 셀토스 판매에 집중되는 현상이 한동안 지속될 가능성이 크단 점이다. 셀토스 생산은 라인을 100% 돌려도 부족하고, 다른 곳은 가동률 하락에 힘겨워하는 상황이 이어질 수 있다는 것.
그렇다고 지금 당장 다른 제품 생산라인을 셀토스로 바꾸기도 어려운 형편이다. 내년 신형 스포티지가 출시되면 그때는 셀토스가 어떤 영향을 받을 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박한우 사장의 고심이 클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전략형 차종인 셀토스와 내수 중심으로 개발된 스토닉의 상품성 차이가 결국 소비자 선호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셀토스 판매쏠림 현상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여, 미국 수출 물량을 감안하면 노조와 증산 협의를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