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표권 무단 선점 갯수, 절반 이상 중국발중국 당국 법 개정에도 '꼼수'로 회피 … 피해 우려 여전글로벌 진출 전 상표권 선등록으로 피해 막아야
  • ▲ 당시 중국 내에서 운영하던 '짝퉁 설빙' 매장 전경ⓒ설빙
    ▲ 당시 중국 내에서 운영하던 '짝퉁 설빙' 매장 전경ⓒ설빙
    K-브랜드의 글로벌 위상이 높아질수록 그 이면에서는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지식재산권 침해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단순 상표 위조를 넘어 디자인과 패키지, 유통 콘셉트까지 모방하는 사례가 늘면서 산업의 신뢰와 경쟁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뉴데일리 이번 기획은 K-브랜드를 둘러싼 지식재산권 침해의 실태와 배경, 대응 과제를 짚어본다.[편집자주]

    K-컬쳐 열풍을 타고 우리나라의 주요 제품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선전하는 가운데, 중국발 상표 무단 선점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특히 문화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식품·외식 분야의 도용이 확산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의 신뢰도와 경쟁력에 위협이 되고 있다.

    27일 특허청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적발된 K-브랜드 위조상품은 87만3754건에 달한다. 이는 114개국 1604개 플랫폼에서 판매하는 위조상품을 차단한 숫자다.

    이 가운데 ‘한국’ 이미지를 앞세워 현지에서 상표를 먼저 등록하는 무단 선점 사례의 경우 중국이 절반을 넘는다. 무단 선점 건수는 2만891건으로 51.7%에 달하는 1만809건이 중국에서 발생했다.

    특히 중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선출원주의를 채택한 국가에서 상표 브로커들이 한국 브랜드를 먼저 선점한 뒤 판매하는 사례까지 발생하고 있다. 선출원주의란, 사업 및 사용 여부와 관계 없이 먼저 출원한 사람이 상표권자가 되는 제도를 말한다.

    해외에서 선출원된 브랜드를 국내 기업이 법적 다툼을 벌여 바로잡는 것은 쉽지 않다. 특히 중소규모인 외식 프랜차이즈의 경우 상황은 더욱 열악하다.

    특히 과거 상표 브로커로 대표적이었던 조선족 K씨의 경우 국내 기업 브랜드를 대량으로 중국에 등록한 뒤, 한화 500만원을 요구하기도 했다. 사실상 무효소송에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을 감안했을 때 이 비용이 저렴하다는 주장을 앞세우기도 했다.
  • ▲ ⓒ한국식품산업협회
    ▲ ⓒ한국식품산업협회
    실제로 이러한 피해를 본 사례도 있다. 빙수 브랜드인 ‘설빙’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2015년 중국에 진출하려던 설빙은 중국의 한 업체가 설빙과 유사한 ‘설빙원소’를 등록해 영업을 해왔다. 메뉴 구성뿐만 아니라 진동벨, 직원 유니폼, 인테리어 등을 사실상 거의 그대로 가져다 썼다.

    당시 중국 브랜드인 설빙원소는 설빙이 중국에 진출하자 역으로 당국에 신고했다. 설빙은 뒤늦게 상표등록을 시도했으나 중국 당국이 자국기업 상표 보호 목적으로 설빙의 상표등록을 무효화하면서 수포로 돌아갔다.

    설빙은 2022년 승소했지만, 해당 기간 동안 중국에서의 사업은 사실상 중단됐다. 결국 설빙은 시장에 철수해야했다. 오히려 설빙은 마스터프랜차이즈 계약을 맺은 현지 기업인 상해아빈식품에게 소송을 당했다. 설빙의 허술한 관리 때문에 10억원을 주고 구매한 설빙 라이선스를 제대로 사용할 수 없었다는 이유다.

    이밖에 파리바게뜨, 원할머니보쌈, 치르치르, 원당감자탕 등도 모두 브랜드가 선점된 바 있다. 이후 정부차원에서 공동상표방어에 나서 중국 내 선점된 브랜드가 무효화됐지만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다.

    식품 브랜드도 마찬가지다. 불과 며쳔 전인 2023년 한국식품산업협회와 CJ제일제당, 삼양식품, 대상, 오뚜기 등과 함께 중국 기업 두 곳을 대상으로 한 IP 침해 소송에서 승소했다. 해당 기업들은 국내 유통기업의 유통사로 활동하면서 동시에 K푸드 상표와 디자인을 도용한 유사 제품을 생산해 중국에서 판매해왔다.

    현재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중국 정부가 4차 상표법 개정 등, 상표권 선점에 대한 단속에 나섰지만 브로커들은 이를 회피하고 있다.

    상표대리기구가 법률서비스업이 아닌 다른 상품류에 상표권을 출원할 경우 이를 규제하는 방식이지만, 사무소가 개인명의 또는 개인을 섭외해 선점하는 방식이다.

    특히 한국 기업이 자사 브랜드를 관련 업종에만 상표권을 등록하는 점을 이용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국내 외식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43류(외식업)와 29류(식품)을 등록해놓는다고 하더라도 35류(타인을 위한 판매대행업)을 놓친다면 사실상 사업이 불가능해진다. 이는 중국 내 심사단계에서 서비스업과 상품 간 견련성(牽連性) 심사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에는 중국에서도 국내 기업에 대한 브랜드 선점 문제를 인식하고 악의적 선점행위를 처벌하는 법 개정이 있었다”면서도 “다만 가장 중요한 것은 상표권을 미리 출원해두는 예방”이라고 말했다.
  • ▲ 조선족 K씨가 운영하던 홈페이지. 선점한 브랜드를 올려놓고 판매하고 있다. 현재 해당 사이트는 폐쇄된 상태다.ⓒ조현우 기자
    ▲ 조선족 K씨가 운영하던 홈페이지. 선점한 브랜드를 올려놓고 판매하고 있다. 현재 해당 사이트는 폐쇄된 상태다.ⓒ조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