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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산업 패러다임이 변화하면서, 국내 완성차업계에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이 예상된다.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전동화, 공유경제 시대를 맞아 생산기술 변화로 필요인력이 줄어들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향후 이 문제를 놓고 노사간 진통이 예상되면서, 양측이 장기간 충분한 협의로 공생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고용안정위원회 외부 자문위원회는 최근 울산공장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6년 뒤 자동차 제조업 인력이 최대 40%까지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전동화, 공유경제, 새로운 이동수단 등 자동차산업 패러다임이 변화하며, 생산과정이나 시장규모 축소에 따라 필요인력이 감소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문위는 노사가 함께 미래 고용변화에 대한 실태분석을 통해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협약을 맺을 것을 제언했다.
외부 자문위원회가 진단한 생산인력 감소는 현대차에만 국한된 사안이 아니다. 기아차, 한국지엠, 르노삼성, 쌍용차 등 국내 완성차 제조사 뿐만 아니라 글로벌 브랜드도 앞으로 고민해야 할 문제다.
그동안 완성차 제조사들은 가솔린과 디젤을 연료로 하는 내연기관차를 주로 생산해 왔다. 엔진, 변속기에 들어가는 수백, 수천가지 부품과 여러 절차의 조립을 위해 수많은 인력을 필요로 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대기오염 등 환경문제가 대두되며 하이브리드, 전기차, 수소전기차 등 친환경차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내연기관차 위주의 자동차산업이 점차 친환경차 중심으로 바뀌고 있는 것.
친환경차는 내연기관차에 비해 구조가 단순하다. 부품이 적을 뿐만 아니라 조립과정도 간단하다. 당연히 생산에 필요한 인력도 내연기관차와 비교해 큰 차이를 보인다. 현대차 자문위가 향후 생산인력을 최대 40%까지 줄여야 한다고 전망한 이유다.
차량공유 활성화도 구조조정 전망에 힘을 실어준다. 자동차가 소유의 대상이 아니라 이동 서비스의 관점에서 활용되며 생산규모가 축소될 수 있다는 것.
삼정KPMG가 지난 8월 27일 발표한 ‘TaaS 투자로 본 모빌리티 비즈니스의 미래’에 따르면 작년 기준 글로벌 차량공유 시장 투자금액은 425억달러로 전년 142억달러(약 17조원) 대비 20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건수도 전년(147건) 대비 37.4% 증가한 202건을 기록했다.
국내에서도 차량 공유 시장은 날로 확대되고 있다. 쏘카, 그린카 등 국내 주요 카셰어링 업체 회원은 2013년 17만2340명에서 2018년 770만명으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비스 차량 역시 같은 기간 1314대에서 1만7500대로 10배 이상 늘었다.
이 모두가 차량 공유 활성화로 자동차 생산이 줄어들 것이란 전망에 힘을 실어주는 근거들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완성차 제조사들의 인력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것. 현대차 자문위가 노사 양측에 장기 발전을 위해 협약해야 한다 제언한 것은 사전에 갈등을 봉합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앞서 르노삼성은 지난 9월 생산절벽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쌍용자동차는 지속되는 적자에 곧 순환휴직을 시행할 예정이다. 양사는 산업 패러다임 변화가 아닌 회사 자체의 문제로 먼저 구조조정을 결정했다.
향후 이들 역시 추가 구조조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여, 노사간 긴밀한 협력이 요구된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 자문위가 인력 감축을 지적하고 나선 것은 노사 양측에게 한시라도 빨리 대책을 강구해야 된단 점을 강조한 것"이라며 "지금부터 변화에 대응하지 않으면 노사 모두 공멸할 수 있는 사태를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