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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 인수전이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초대형IB들의 경쟁으로 확대됐다.
재무적투자자(FI) 또는 인수자문자로 나서며 자존심싸움이 시작된 가운데, 한편으로는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기업정보가 제한적이란 점에서 IB로서의 기업 가치평가 역량을 가늠할 수 있는 대결로도 구도가 잡히고 있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대우가 HDC현대산업개발과 손을 잡고 FI로 나선 가운데 삼성증권은 애경그룹, KB증권은 KCGI의 자문사로 측면지원에 나섰다.
삼성증권과 KB증권이 가세하면서 당초 미래에셋의 우세가 예상됐던 인수전 양상도 변화하기 시작했다.
특히 아시아나 매각주관사 크레디트스위스(CS)가 전략적 투자자는 물론 재무적 투자자의 인수전 참여도 우호적인 시각으로 보면서 미래에셋대우-HDC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으로 기우는 듯 했던 초반 판세가 달라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애경그룹을 지원하는 삼성증권, KCGI의 인수금융에도 참여하겠다는 의향서(LOI)를 체결한 KB증권 모두 국내 대표 인수합병(M&A) 자문사를 표방하는 만큼 자존심을 건 대결에 돌입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애경그룹은 제주항공을 보유한 이후 항공사업이 그룹의 간판이 됐고, KCGI는 대한항공을 지배하고 있는 한진칼 2대 주주인 만큼 두곳 모두 아시아나 인수전에 들러리가 될 수 없다는 각오를 밝히고 있어 삼성증권과 KB증권의 어깨도 무겁다.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은 '국내 국적기'인수라는 상징적인 의미와 더불어 거래규모 1조원이 넘는 빅딜이다.
여기에 인수금융에 눈을 돌리는 증권업계가 항공기에 주목하고 있고, 추가적으로 다양한 먹거리를 창출해낼 수 있다는 점에서도 아시아나항공은 매력적인 물건으로 꼽힌다.
특히 세 증권사 입장에서는 아시아나항공의 불확실한 전망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 하는 방식으로 투자 또는 지원에 나서고 있어 리스크에 대한 부담이 없다.
다만 본입찰을 한달 가량 남겨둔 시점에서 여전히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정보접근이 제한적인 상황이라는 점에서 증권사들의 정보력 대결이 불가피하다.
현재 아시아나항공은 노선별 이익 자료, 항공기 리스계약 등을 포함한 핵심 정보제공을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잠재적인 리스크, 향후 전략 등을 파악하는데 필요한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없는 상태로 본입찰까지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인수전에 참여한 증권사들의 기업분석에 대한 능력이 인수전은 물론 향후 성패를 가늠할 열쇠로 꼽힌다.
일각에서는 당초 유력 후보로 물망에 올랐던 SK, 한화, CJ, GS 등 대기업이 모두 인수전에 불참했다는 점을 들며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자칫 '승자의 저주'로 흘러갈 수 있다는 우려를 내는 만큼 인수 대상에 대한 옥석가리기 작업이 인수전 승리 이상으로 중요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이 갖고 있는 9조6000억원에 이르는 부채와 악화된 재무구조 등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고, 여기서 추가적인 리스크를 찾아내 적정한 가격을 적어내는 것이 인수전 참가자들의 몫"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매각은 금호아시나그룹의 주력사인 금호산업이 보유 중인 아시아나항공 주식 6868만8063주(31.0%)와 아시아나항공이 새로 발행하는 신주를 인수하는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