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부족 우려, 관리처분인가 단지 대상 유예서울 혜택 재건축·재개발 단지 20여곳 불과내년 4월 총선 앞두고 표심 잡기 위한 '포퓰리즘' 지적도
  • ▲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2일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국토교통부
    ▲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2일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국토교통부

    정부가 최근 서울 강남을 비롯해 집값 급등세가 나타나자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재건축·재개발 단지에 한해 6개월간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를 유예하는 부동산 대책을 내놨다. 주택공급 부족을 우려해 상한제 적용을 미룬 것으로 규제 일변도에서 한 발 후퇴한 셈이다.

    하지만 향후 행정절차 지연 등으로 인해 유예 혜택을 받지 못하는 단지가 많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6개월이라는 기간에 대한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분양가상한제 발표로 강남 재건축 단지 주민들의 반발이 커지자 내년 총선을 앞두고 '생색내기'에 불과한 정책을 내놨다는 비판도 쏟아지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일 기획재정부 등과 함께 '최근 부동산 시장 점검 결과 및 보완방안'을 발표했다. 주된 내용은 재건축·재개발·지역주택조합이 일정 조건을 충족할 경우,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시행된 뒤 6개월 안에 입주자모집공고만 마치면 상한제 적용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것이었다.

    국토부는 현재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서울 61곳, 6만8000가구 규모가 혜택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6개월 유예가 끝나는 내년 4월까지 분양을 할 경우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지 않기 때문에 사업 속도가 빨라져 새 아파트 공급이 늘어날 것으로 본 것이다.

    박선호 국토부 1차관은 "6개월 이내에 실제 분양이 이뤄져야 하므로 그동안 여러 가지 이유로 정비사업이 지연된 단지의 경우 오히려 사업이 앞당겨지고 촉진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서울을 비롯한 주택시장에서 수급여건을 개선하는데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분양가상한제가 시행되도 공급 위축은 없다"던 국토부가 두달만에 스스로 뒤집은 것이다. 이마저도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단지 대부분 유예 혜택을 보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관리처분인가를 받았더라도 이주와 철거를 마무리해야 입주자모집공고를 신청할 수 있어서다. 이주와 철거는 아무리 빨라도 6개월 이상 걸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상한제를 피할 수 있는 사업장은 20곳 안팎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주하지 않겠다고 세입자가 버티거나 철거 과정에서 석면 등 문제라도 불거지면 6개월 이상 길어질 공산이 크다. 분양가상한제 발표 직후 제기된 공급 위축 우려를 떨칠 만큼 충분한 공급이 이뤄지기 힘들다고 보는 이유다.

    이 문제는 국토부 국정감사에서도 논란이 됐다. 정부 대책 발표 직후인 지난 2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이혜훈 의원(바른미래당)은 "분양가상한제 조건부 6개월 유예 혜택을 볼 단지가 몇 군데 있을 것으로 보이냐"며 "6개월 유예 혜택을 볼 곳은 사실상 별로 없으며 생색내기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서울에서 관리처분인가를 받거나 추진 중인 곳은 단지 중 절반 정도가 유예기간 혜택을 보지 않을까 한다"며 "해당 지역의 조합에서 그 정도 기간이면 된다고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변했다.

    게다가 유예 기간이 끝나는 내년 4월이 총선 시기와 맞물린다는 점을 고려할 때 표심을 잡기 위한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아직 관리처분인가 단계를 마치지 못한 조합들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정부 계획에 따라 아슬아슬하게 분상제 문턱에 걸릴 가능성이 높은 단지들이다.

    정비업계 한 관계자는 "관리처분인가를 준비 중인 경우 이주와 철거에만 1년 이상이 걸리는데다 분양가 책정, 분양승인 등 절차까지 밟는다면 현 시점에서 일반분양까지 최소 1년이 소요된다"며 "주민들이 반발하자 선심성 대책을 내놓은 것으로밖에 이해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