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약·바이오 업계가 정부의 오락가락 투자 정책에 혼란을 겪고 있다. 정부가 바이오산업에 대한 민간 투자 활성화 촉진을 강조하던 가운데 금융당국이 제약·바이오주 투자에 대해 주의를 촉구하자 당황스럽다는 반응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 당국은 지난 17일 개인투자자들에게 이례적으로 제약·바이오 종목에 대해 '투자 주의보'를 내렸다.
이날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는 "바이오·제약주는 임상시험 성공 여부 등에 따라 주가가 급변할 수 있으므로 무분별한 투자는 큰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며 "기업의 본질적 가치에 기반한 신중한 투자 판단이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이처럼 금융당국이 주의를 촉구한 것은 최근 제약·바이오 주가의 변동성이 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글로벌 임상 3상 실패로 시장에 큰 충격을 준 에이치엘비(26.63%), 신라젠(29.68%), 헬릭스미스(29.99%)는 지난 7일 일제히 상한가에 도달했다. 에이치엘비와 헬릭스미스는 최근 실패했던 글로벌 임상 3상 결과를 뒤집는 내용의 소식을 발표하면서 이 같은 반전을 이뤘다.
진양곤 에이치엘비 회장은 지난달 29일 유럽종양학회(ESMO)에서 표적 항암제 '리보세라닙'의 글로벌 임상 3상이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이는 지난 6월 임상 3상 결과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것과 상반된 내용이다. 해당 발표 직전인 지난달 27일 4만 6500원이었던 에이치엘비의 주가는 지난 8일 10만 9000원으로 134.4%나 급증했다.
업계에서도 제약·바이오 주가가 널뛰는 현상에 대해 바람직하게 바라보지는 않고 있다. 거품으로 인한 과도한 상승세는 업계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 그러나 정부가 나서서 투자 주의를 촉구하는 것은 당황스럽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또한, 이는 문재인 정부가 그간 강조해왔던 바이오·헬스 산업에 대한 민간 투자 활성화 정책에도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5월 "바이오·헬스산업을 차세대 선도 산업으로 육성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바이오산업 활성화를 시키려고 하는데 금융당국에서 투자 주의를 촉구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이런 문제에 대해서는 정부 차원에서 접근할 게 아니라 시장에 맡길 필요가 있다"고 단언했다.
이어 "문제가 있는 업체가 있다면 제대로 파헤쳐서 엄격하게 처벌하면 될 일"이라며 "정부가 산업에 대해서 부정적인 시그널을 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번 일을 계기로 공시 규정을 재정비하는 등 업계의 투명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제약·바이오 투자에 있어서 고질적인 문제점인 정보의 비대칭성 문제를 해소하려면 임상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이 기회에 임상 내용 발표 방법도 체계화하고, 공시 규정 등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며 "적절한 시기와 방식으로 공정하게 임상 결과를 발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